• 중동사태, 3차대전 전주곡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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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24일 10: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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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란고원에서 멀지 않은 이스라엘 북쪽의 작은 도시 키리아 시모나가 불바다에 휩싸인 모습을 보고서 씁쓰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10년도 더 된 지난 일이 떠오른다. 키리아 시모나 근처의 키부츠에서 반 년 가까이 서구세계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의 일을 감독하면서 지낸 적 있었다.

    하루의 일을 끝내고서는 종종 외국인 자원봉사자들 중 한 패거리는 키리아 시모나로 몰려가 ‘샤와오마'(이스라엘의 대중적인 샌드위치)를 들고서 헤즈블라와 이스라엘군에서 주고받던 포탄소리를 감상하곤 했다. 물론 당시에는 소리만 컸지 정말로 포탄이 키리아 시모나로 날아오는 예는 거의 없었다.

    비록 10초 간격으로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이스라엘군과 ‘헤즈블라’가 서로 포탄을 주고 받으면서 처음에는 전쟁의 공포심을 유발시켰지만 나중에는 음악의 리듬처럼 귓가에 자리잡았다. 포탄소리가 멈춘 날은 모든 것이 정지된 듯 하여 불안감이 유발됐을 정도로 포탄소리에 익숙해져 버린 나를 발견하고서는 놀란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이 헤즈블라나 팔레스타인과 전면적인 전쟁을 치를 것이란 상상은 공상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였다. 베이루트나 키라아 시모나가 화염 속에서 콩가루로 변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시기였다. 자그마한 전쟁의 의심이 암세포처럼 남아있었지만 여전히 평화가 위력을 발휘하던 시기였다.

    이제 그 날은 가고 전쟁의 날이 왔다. 전투기가 하늘에서 포탄과 미사일을 퍼붓는 와중에 영문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마냥 울어대고 피난민은 서로 앞 다투어 살길을 찾아 떠나고 있는 상황이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다.

       
     

    몇 년 전, 인티파다가 있던 해만 해도 전면적인 전쟁이 오리라는 예상은 할 수도 없었다. 이스라엘군의 무지막지한 군사적 압박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충돌은 국지적이고 항시적인 것으로 지금의 국제적인 규모와는 성격이 달랐다. 그 때와 지금은 전쟁의 성격 자체가 던져주는 느낌에서부터 다르다.

    최근의 상황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제대로 이해가 간다. 1994년, 아라파트 대표와 이삭 라빈 총리가 오슬로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중동에는 평화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뿐, 1995년 가을에 이삭 라빈 총리가 암살되면서 중동지역의 평화에 다시 먹구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가 암살된 뒤로부터 이스라엘은 전쟁을 향해 계속적으로 달려왔다.

    나탄야후, 바락, 샤론 총리를 거치는 동안 이스라엘의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의 길로만 걸어왔다. 최악의 총리라는 평을 들었던 샤론총리도 지금의 올메르트 총리보다는 나았다는 일말의 동정심까지 들 정도가 됐다. 현재의 올메르트 총리는 예상을 뒤엎고 샤론 총리보다 더 강도높은 군사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레바논에 대한 폭격을 가한 이스라엘군은 탱크를 앞세우고 이미 레바논 국경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레바논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수 많은 인명이 죽어갔다. 레바논을 거점으로 한 무장세력인 헤즈블라를 저지하겠다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군사전략이 지금의 사태를 유발시키고 있다.

    이미 헤즈블라 세력은 레바논 의회에서 20%에 가까운 의석을 획득했고 두 명의 장관이 레바논 정부에 포진하고 있는 등 그 동안 외연적인 세력을 급속히 확대해왔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정부처럼 무장세력인 헤브블라가 레바논의 정권까지도 합법적으로 장악할 수도 있는 미래의 상황이 예견되기도 했다.

    헤즈블라는 이란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과 시리아로부터 군사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무장단체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통제를 벗어난 활동을 해왔다. 미국이 수천 명의 미국시민을 레바논에서 전면적으로 철수시키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냉전시대가 종결되면서 유일한 강대국으로 자리잡은 미국은 새로운 세계질서의 걸림돌이 되는 모든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쟁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지금 중동은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사담이 제거된 뒤에 그나마 아랍권에서 군사적으로 제대로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는 시리아나 이란이다.

    사실 헤즈블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은 중동에서 아랍권과 미국의 대리전의 성격도 띠고 있다. 이라크전에서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주변의 적대적인 국가들인 시리아나 이란의 저항세력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을 봉쇄함으로써 이라크에서의 전면적인 통제와 더불어 아랍세계에서 직접적인 헤게모니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이번의 헤즈블라와 레바논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은 이란의 핵무기개발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블라를 군사적으로 타격함으로써 이란까지도 군사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사전신호를 보여줬다.

    현재 레바논이 이스라엘로부터 군사적인 공격을 받고 있지만 아랍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쟁의 불똥이 자신들의 국가로 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또한 같은 이슬람이지만 시아파인 헤즈블라가 타격을 받는 데 대해서는 오히려 ‘비판적인 지지’를 보내는 듯하는 태도조차도 보이고 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도 싫어하지만 시아파인 이란도 미국이나 이스라엘만큼이나 싫어한다는 사실도 전세계에 은근히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끊이지 않고 전투가 계속되는 이라크만 빼고는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전쟁의 화염 속에 엉키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어쨌든 중동상황에 대한 상황분석은 이렇다 해도 중동의 상황이 언제나 짜여진 틀 속에서 전개되지는 않는다. 변화무쌍한 상황이 진행되면서 언제나 전면적인 전쟁의 상황이 도사리고 있다.

       
     ▲ 이스라엘 국경근처의 헤즈볼라 초소
     

    현재의 상황이 악화되면 시리아와 이란이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게 되고, 이스라엘이 시리아나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된다. 곧 전쟁은 중동지역에서 세계적인 규모로 확대될 수 밖에 없고 3차 세계대전으로도 발전될 소지를 안고 있다.

    중동의 문제는 중동을 지배하고 있는 군사주의 때문에 해결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모든 문제를 군사주의적인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데서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헤즈블라나 하마스, 모두 군사적인 방식에 의거해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한 쪽을 완전히 제거해야만 살 수 있다는 사고가 양 편에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내가 겪었던 1994년의 평화로웠던 예루살렘과 1996년의 키리아 시모나는 이제 연로한 작가의 회고록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역사가 돼버렸다. 지금의 처참한 전쟁상황을 지켜보면서 당시에는 불완전했지만 그나마 평화가 지배했던 시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평화의 시대를 놓친 인류는 폭격을 받아 통곡하는 레바논 사람들이나 이스라엘 사람들의 눈물에서 영원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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