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세계는
유토피아가 될까, 디스토피아가 될까
[책소개]『빅데이터 소사이어티』(마르크 뒤갱,크리스토프 라베(지은이) 김성희(옮긴이)/ 부키)
    2019년 08월 04일 12:2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디지털 혁명 시대,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가

이 책은 빅데이터 시대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라 불리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며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삶에 파고드는지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인 소설가 마르크 뒤갱과 국방·경찰·정보활동 분야 탐사보도 기자 크리스토프 라베는 초연결·초지능 빅데이터 시대에 어떻게 하면 인간이 이러한 신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고 유토피아적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 각종 통계와 사실관계를 근거로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는지, 인간이 사물인터넷(IoT), 초연결 네트워크, 증강 인간, 가상현실 등에 어떻게 종속되는지 15개의 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빅데이터가 앞으로 인류 역사에 유례없는 과학 지식의 발전을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발전이 아무리 경이적인 것이라도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으면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되고 무엇을 잃게 될 것인지, 스스로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 사회에서 인간은 벌거벗겨진 채로 살아간다

디지털 혁명은 인간의 생활을 더 많은 정보와 더 빠른 접속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매력적인 이 디지털 혁명의 달콤한 약속 뒤에는 빅데이터 기업들이 개인을 ‘벌거벗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에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약 150개가 넘는 외부 파트너 회사에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공유했다. 유출된 정보들은 사용자의 아이디는 물론 개인 신상, 좋아요 반응, 공유된 주제,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이었다. 이는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열어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우리는 개인 신상뿐 아니라 사소한 취향이나 내밀한 사생활까지 아무 거리낌 없이 수많은 타인에게 공개되고 감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자신의 건강, 심리 상태, 계획, 활동에 관한 정보를 만들어 낸다. 간단히 말해 ‘데이터’를 생성한다. 우리가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순간들은 더 많은 데이터의 수집을 위한 기회로 활용된다. 빅데이터 업체들은 메신저, 인터넷 검색, 전화, 전자시계, 각종 사물 인터넷 기기 등으로 수집된 데이터들을 통해 소비자의 소비 습관, GPS 기록, SNS 상에서의 인간관계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서로 교환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이 책은 디지털 혁명이 말하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약속은 큰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빅데이터가 인류 역사에 유례없는 과학 지식의 발전을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발전이 아무리 경이적인 것이라도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 우리를 완전히 종속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를 온순하고 투명한 ‘자발적 노예 상태’로 이끌며, 최종적으로는 완전한 프라이버시의 실종과 자유의 포기라는 결과를 빚어낼 것이다.

빅데이터 기업이 인간의 생체 시계를 조종하려 하고 있다

“미래의 인간은 웹사이트처럼 항상 ‘베타 버전’인 상태, 다시 말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시제품 상태의 인체가 될 것이다.” 프랑스 게놈 시퀀싱 분야의 한 권위자의 말이다. 인간은 개량 가능한 존재이며,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기술에 있다고 보는 생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빅데이터 기업들은 이제 생명공학의 세계에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이들은 질병, 노화, 심지어 죽음도 더 이상 형이상학적 문제로 여기지 않고, 생물학과 정보과학의 융합을 통해 정복할 수 있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라는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또한 인간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트랜스휴머니즘’ 연구에도 열광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불완전한 ‘순수 인간’은 멸종되고, 인공지능과 결합한 ‘진화한 인간’만이 이 세계에 남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의 지배자가 된 빅데이터 기업들은 이제 신(神)의 권위에 도전한다. 이를테면 2014년 7월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구글은 죽음을 안락사하고자 한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Calico)’를 설립하고 2035년까지 인간의 수명을 20년 연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간의 혈관 속에 나노 입자를 침투시키고 그 입자가 혈액 속에서 문제를 탐지함으로써 모든 질병과 세포 퇴화 현상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칼리코는 최종적으로 500세까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프로젝트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구글은 ‘구글 X랩’이라는 비밀 연구소 생명과학팀을 통해 노화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인간의 생체 시계 속도를 늦춰 새로운 ‘미래 인간’을 구상하고 있다.(140쪽) 이제 우리는 전 세계의 자본이 소수의 개인에게 집중되는 것을 목격한 데 이어, 죽음 앞에서도 인간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평등이 붕괴되는 것까지 지켜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인류에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빅데이터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위험 또한 언제나 존재한다. 저자들은 빅데이터 기업들이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으려는 이유가 자신들의 이익을 충족시킬 소비 기계로 전락시키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또한 인간의 감정을 통제시키고 잠들어 있는 소비 욕구를 일깨우는 것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라고 주장한다. 빅데이터 기업이 원하는 변화 너머에는 인간의 본능 가운데 하나인 탐욕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에 저항하지 않으면 인간은 빅데이터 세계에서 영영 벌거벗겨진 채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인지 구조를 바꾸고 있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집에서 가족끼리 저녁 식사를 할 때면 자녀들에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매일 저녁 잡스는 주방의 커다란 식탁에서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책과 역사, 그 밖의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누구도 아이패드나 컴퓨터를 꺼내지 않았다. 아이들은 어떤 기기에도 중독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이 《뉴욕 타임스》에 밝힌 사실이다.(103쪽) 스티브 잡스 스스로도 알고 있었듯, 스마트기기가 인간의 인지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프랑스국립보건의학연구소의 한 신경과학자는 디지털 화면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이 인지 기능 발달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의 유혹에 길든 뇌는 계속해서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 식품 가공업계가 기름지고 달고 짠 음식에 끌리는 우리의 본능적 욕구를 이용해서 쇼핑 카트를 필요 이상으로 가득 채우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업은 끊임없이 정보를 모으려고 하는 우리 뇌의 성질을 이용한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 인위적인 자극을 유발하고, 이 자극은 일종의 디지털 최면을 걸어 자제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우리의 주의력은 대개 무의미한 수많은 것에 사로잡힌 채, 더 이상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퍼즐 조각처럼 분산된다. 인간은 집중하는 능력, 깊게 사고하는 능력을 점점 잃고 있다.

디지털 세계는 인간의 비판력을 마비시킨다

빅데이터 기업은 인간의 뇌에 끊임없는 자극을 주어 인간의 비판력을 마비시킨다. 자극적인 영상과 비디오 게임에 인간을 계속 노출시켜 뇌의 주의력을 떨어뜨리고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그뿐 아니다. 페이스북은 이른바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알고리즘에 일찍이 투자해왔다. 이는 단어의 순서, 의미, 맥락을 보고 텍스트에서 감정을 읽어 내는 프로그램인데, 이 새로운 알고리즘은 다량의 디지털 데이터에서 메일·사진·영상을 가려내고 사용자의 특성까지 알아낸다. 여기서 포착한 정보들로 개개인에 맞춘 광고 전략을 펼쳐 우리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새도 없이 소비로 이어지게끔 한다.

클릭 한 번으로 뭐든 얻을 수 있는 시대는 노력이라는 개념 자체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우리는 ‘좀 더 빨리’에 중독되어 자제심을 잃어버렸다. 이 미친 듯이 단축되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이제 조금의 기다림도 참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TV 프로그램 하나를 끝까지 다 보지 못할 정도로 장시간 집중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당장 해야 하는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빅데이터 기업이 그 욕망을 늘 충족시켜 준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덕에 우리는 고민할 필요도, 지적 호기심을 표할 새도 없이 스스로 자신을 자기 안에 갇히게 만들 수도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들은 자유를 우리 발밑에 갖다 바치면서 ‘노예로 삼아도 좋으니 제발 먹여 살려 주십시오’ 하고 애원할 게 틀림없어.” 이는 어쩌면 빅데이터 기업이 시키는 대로 끊임없이 쾌락을 추구하고 소비하면서도 자신이 기업의 자발적 노예가 된 줄도 모르는 이 시대 인간에 관해 예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빅데이터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인류가 3차 산업혁명 시대를 피할 수 없었듯, 4차 산업혁명 시대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커다란 흐름이 되었다. 20세기에 석유 자원을 쟁탈하기 위해 수없는 전쟁이 벌어졌던 것처럼, 21세기의 ‘블랙 골드(석유)’인 빅데이터를 쟁취하기 위해 디지털 시대에도 소리 없는 패권 싸움이 시작됐다. 이제는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며, 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 IT 기업인 화웨이를 견제하는 등 미중 간의 무역전쟁, 즉 새로운 형태의 냉전이 벌어지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일어나는 감시와 통제 또한 반드시 맞닥뜨려야 할 미래가 되었다. 빅데이터 기업들은 경계도 국가도 없는 자유지상주의를 지향하며, 인간의 주권을 옹호하는 사상은 모두 구시대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자유를 되찾고 싶다면 기업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인간의 감성·직관·지성·생존력을 보호해야 하며, 인간을 다시 무대 중심에 세워야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빅데이터, 우리의 조력자인가 통제자인가?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같은 비판들이 빅데이터 사회가 우리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서 인간을 감시하는 모든 정보는 인간의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애플워치는 사용자의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감지해 건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한 사람이 실제로 애플워치로 구조 신호를 보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죽음을 없애려는 노력 또한 질병으로부터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구글 X랩이 발명한 나노 입자 알약과 웨어러블 기기로 앞으로는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인간은 이제 매일 알약을 먹고 웨어러블 기기로 간편하게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의 비판력을 마비시키는 게임이나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미래 사회에서 게임은 하나의 예술 형식이 될 수 있으며, 맞춤형 알고리즘 또한 그만큼 층위에 따라 잘 정리된 수많은 정보를 우리가 선별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이 빅데이터 사회의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사이에서 고민할 때, 물리학자 고(故) 스티븐 호킹은 이렇게 강조했다. “인공지능을 윤리적으로 설계해야 하고 인공지능 반란에 대비할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이 우려할 점도 많지만 기업과 설계자, 개발자가 윤리적인 기준을 세운다면 충분히 안전한 첨단기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기술을 선도하는 이들이 인류에 관한 윤리만 적절히 지킨다면 테크노필리아(첨단 기술이 인류를 이롭게 하는 세상)와 테크노포비아(첨단 기술이 인류를 지배하는 암울한 세상) 그 어딘가에서 인류와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낙관적인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