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는 “인재”
    시민단체, 서울시·양천구청·현대건설 고발
        2019년 08월 02일 07: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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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동 빗물 펌프장 참사로 노동자 3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재”이자 “국가적 살인행위”라고 규정하며 서울시와 현대건설, 양천구청 관계 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2일 오후 직무유기, 직무유기에 의한 과실치사상 혐의로 발주처인 서울시, 시공사인 현대건설, 주무지자체인 양천구청 관계자를 특정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피고발인 김수영 양천구청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한제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 등 6명이다.

    지난달 31일 폭우로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에서 현장 점검을 하던 노동자 3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노동자 2명은 현대건설 하청업체 노동자로, 그 중 1명은 23살의 미얀마 국적의 이주노동자다. 나머지 1명은 시공사인 현대건설 소속 노동자다.

    하청업체 노동자 A씨 등 2명은 오전 7시 10분쯤 일상 점검을 위해 지하 40m 깊이의 터널에 들어갔다가 폭우로 수문이 자동 개방되면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해 고립된 채 사망했고, 현대건설 노동자 B씨는 먼저 들어간 2명에게 수문이 열린 상황을 전달해야 했으나 통신장비가 없어 직접 현장에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방송화면 캡처

    “참사 책임자는 서울시와 양천구청, 현대건설”

    시민사회계는 이번 사고가 단순 사고가 아닌 인재라고 지적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목동 빗물 펌프장 참사는 서울시와 양천구청, 현대건설의 잘못으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라며 “수문이 자동 개방될 수 있었음에도 노동자들을 공사장에 투입한 것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다”며, 책임자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양천구청과 서울시는 수문이 개방되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수문 개방 가능성이 있는 여름 장마철에는 사람이 펌프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했다”며 “저류조 수위가 70%에 이르면 개방하게 돼 있는 규정을 시운전하는 기간에 ‘자동 개방 수위 기준’을 낮춰 버리고 그에 따른 안전대책은 세우지 않은 게 사고가 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발주처인 서울시가 안전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시설 운영 주체는 양천구청이지만, 완공 전이라 시공사 관리·감독 권한은 발주처인 서울시에 있다. 더욱이 양천구청은 서울시에 시운전 과정에서의 발견한 문제점 개선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서울시는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서울시는 공사 발주자로서 책임을 저버렸고, 서울시는 노동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비상시 노동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비상대피 공간을 확보하지 않았고 비상시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았으며 펌프장 안과 밖의 안정된 소통 수단도 확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에 두고 이익만 좇은 결과”라며 “새벽 5시 40분에 비가 많이 온다는 기상대의 예보가 있었음에도 공사장에 노동자들을 투입한 건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서울시의 말뿐인 안전예방 대책이 목동 빗물 펌프장 사고의 원인”이라며 “발주처인 서울시와 시공사가 안전 매뉴얼만 잘 준수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노조는 2013년 노량진 배수지 침몰로 노동자 7명이 사망한 참사를 언급하며 “이 사고 발생 이후 서울시는 안전 매뉴얼과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서울시의 안전매뉴얼은 전혀 준수되지 않았다”며, 안전관리자 미배치, 이동식 긴급 알람벨 미설치, 비상상황에 필요한 통신장비 미구비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노조는 “서울시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서 준수되지 않는 생색내기 매뉴얼과 대책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증가···‘위험의 외주화’ 넘어 ‘위험의 이주화’
    시민사회,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 촉구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도 미얀마 국적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한국사회가 5남매와 부모님을 먹여 살리며 3년째 묵묵히 일해 온 젊은 이주노동자의 목숨을 한 순간에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이주노동자 산재사망자가 해마다 계속 늘어가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비정규직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현실,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인 이주노동자에게 산재 사망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고 규탄했다.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는 전날인 1일 낸 성명에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는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 빗물이 모이는 곳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 내려가야 했고, 안전장비 하나 없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만에 개정되었다고 하지만,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되었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아직 노동자들에게 보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5년부터 추진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 사이 하청외주화는 증가하고 노동자들은 죽어간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하청 외주화를 중단해 노동자들에게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도 “국회와 정부는 원청과 발주처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며 또한 “국회는 이번 사건을 국정조사해서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을 제정하고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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