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교체-중동질서 재편 노린 침략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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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24일 05: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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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은 왜 레바논을 침공했을까?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생포한 것에 대한 보복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2000년 5월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한 이후 최대 규모로 전개되고 있고 단지 ‘헤즈볼라 제거 작전’으로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반응은 최근 이 지역에서 발발한 사건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10월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 병사 3명을 생포하여 살해한 후 시신을 돌려주지 않았다. 당시 에후드 바라크 총리는 팔레스타인에서 제2차 인티파다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또다른 제2의 전선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납치된 이스라엘사업가 엘하난 텐네바움(Elhanan Tennenbaum)의 석방을 요구했고 이스라엘 병사 유해와 아랍인 수감자 410명을 교환했다. 2002년 4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했으나 당시 아리엘 샤론 총리는 이에 대해서 반격하지 않았다.

       
    ▲ 지난 21일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 남부를 포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최근 중동에서 일어나는 이슬람운동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중동에서는 이슬람운동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하마스, 헤즈볼라, 무슬림형제단의 제도권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작년 이집트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은 돌풍을 일으켜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등장했다.

    작년 2월 14일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피습 사망 사건 이후 레바논 정국은 정치공백 상태에 빠졌고 헤즈볼라는 총선에서 대약진해 레바논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도 하마스는 다수의석을 차지해 새로운 정부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이슬람운동의 영향력은 점차 확산되고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러한 흐름을 저지하려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중 전쟁은 단순히 인질극에 대한 보복공격이 결코 아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 작전은 2단계로 진행되었다. 제1단계는 하마스와 파타 사이의 내전을 통한 계획이었다. 하마스 정부 출범 이후 이스라엘은 세금 약 5,000만 달러를 넘겨주지 않으면서 재정적인 압박을 추진해 왔고 팔레스타인 내부의 분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제2단계는 ‘여름비 작전’(Operation Summer Rains)으로 알려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이다. 이스라엘의 명분은 샬리트 상병의 석방이지만 실제 목적은 하마스 정부를 압박하고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계획을 강화하여 새로운 국경선을 구축하려고 한다. 지난 6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유대인 정착촌을 재점령했다. 또한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보다 확대된 국경선을 만들려고 한다.

    이번 여름비 작전의 명칭은 팔레스타인들에게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것은 팔레스타인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서 여름비가 축복이라고 씌여져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에는 여름철에 거의 비가 오지 않고 물이 부족한 지역이기 때문에 여름비는 신의 축복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 팔레스타인들에게는 여름비가 더 이상 축복이 될 수 없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면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누가 진정 테러를 저지르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시카고 드폴(DePaul) 대학의 노르만 핀켈슈타인 교수는 지난 6월 29일 미국의 진보적인 언론매체 ‘데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와의 인터뷰에서 2005년 9월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 이후 현재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미사일 공격횟수를 비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횟수가 약 7천에서 8천번이고 팔레스타인이 1천번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목적도 레바논의 정권교체와 친이스라엘 정부의 수립에 있다. 현재 이스라엘의 ‘정의의 처벌 작전’(Operation Just Reward)이 헤즈볼라 제거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82년 아리엘 샤론의 레바논 침공도 이와 같은 목적에서 시도되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물론 그 당시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통해서 1982년 좌절되었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흔히 레바논을 종교박물관이라고 부른다. 레바논에는 기독교와 이슬람을 비롯한 17개의 종교공동체가 존재하고 있다. 레바논의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총리는 순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가 맡는 등 종파간 배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인구 약 20%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작년 레바논 총선에서 전체의석 128석 중 23석을 차지했다. 서방에서는 헤즈볼라를 테러리스트 단체라고 비난하지만 헤즈볼라는 엄연한 제도권 정당이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서 뿌리깊은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제거작전은 분명히 레바논전쟁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번 중동사태를 계기로 보다 확대된 중동질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그것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란과 시리아를 지목하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반미국가와 친미국가로 양분된 구도를 뛰어넘어 친미연합전선을 강화시켜 왔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더 포괄적인 중동질서 재편을 구축하려고 한다.

    또한 미국은 이슬람 저항운동을 초토화시키려고 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요청으로 초정밀 유도탄을 공급했고 이는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스랄라에 대한 표적암살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헤즈볼라를 붕괴시킬 수는 없다. 제2, 제3의 나스랄라가 나타나 또다시 반미, 반이스라엘투쟁을 주도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의 위기를 이슬람운동의 위협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한 탄압과 공격이 오히려 중동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중동사태를 바라보면서 중동의 위기는 과연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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