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이스라엘, 나토 통해 헤즈볼라 제거 속셈
        2006년 07월 24일 04: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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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중동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자국 병사 납치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시작해 12일 동안 레바논의 주요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지상군까지 투입한 후에서야 미국이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뒤늦은 대응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라이스 장관은 중동행 비행기 안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을 촉구했다. 미국이 그동안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묵살한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도 23일 NBC방송과의 회견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의 국경에 평화유지군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변화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여론을 의식해 나토군을 이용해 헤즈볼라를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이는 라이스 장관이 중동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한 발언에서 확인된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돌아온 유엔 관리들과 만난 뒤 3백 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한 이번 사태를 “새로운 중동을 낳기 위한 진통”의 일부라고 규정했다.

    그는 “단지 현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라면 휴전은 잘못된 약속일 것”이라며 “그런 조치는 테러리스트들이 공격을 일삼고 아랍과 이스라엘 등 중동의 무고한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을 허용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휴전요구를 무시해도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라이스 장관의 이같은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했다. 이스라엘의 일간 <하레츠>지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들은 미국이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허용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이스라엘을 통해 중동을 새롭게 재편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레바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데일리 스타>의 라미 쿠리 편집국장은 “단기적으로 미국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제거해주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가 장악하고 있는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몰아내고 레바논군이 지역을 통제하도록 해서 이스라엘 북쪽 국경의 안정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장기적인 대중동 전략과 이어진다.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와 이란의 힘을 약화시켜서 중동에 남아있는 미국의 눈엣가시를 제거하는 것이다. 시리아와 이란은 오래 전부터 이라크 이후 미국의 “다음 표적”(next target)으로 거론돼 왔다.

    결국 미국이 나토군 투입을 받아들인 것은 나토의 힘을 빌려 헤즈볼라를 제거하려는 것일 뿐 미국의 대중동전략이 변한 것은 아니다. 이는 라이스 장관과 볼튼 비서실장이 “휴전”과 “나토군 투입”을 거론할 때 헤즈볼라의 무력화가 우선이라고 못박은 것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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