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노소 방방곡곡 누구나 가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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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24일 0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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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0일 현대, 기아, 대우 자동차를 비롯한 금속연맹의 주요 노조가 산별전환 조합원 투표가 가결된 이후 산별노조에 대한 노동계는 물론 사회의 관심사도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산별노조가 뭔지,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잘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레디앙>은 오늘부터 4회에 걸쳐 [궁금하다 산별노조] 시리즈를 통해 산별노조를 둘러싼 여러가지 궁금중을 풀어본다. <편집자주>

    ① 산업별노조의 가입과 조직
    ② 산업별노조의 재정
    ③ 산업별노조의 교섭과 투쟁
    ④ 산업별노조의 일상 활동

    한국의 노동조합은 기업별노조다. 현대자동차의 종업원이 아니면 현대자동차노조의 조합원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1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차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또 현대자동차노조 단체협약에 ‘과장급 이상’은 노동조합을 금하고 있다. 사무관리직 노동자들이 임금동결을 당하고 명예퇴직으로 쫓겨나도 노동조합에 가입해 권리를 보호받기 불가능하다.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창한, 조합원 4만명)의 규약 제2조 조직대상에는 “금속산업과 금속관련산업 노동자는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 ▲해고자 ▲조합에 임용된 자 ▲구직중인 실업자 ▲기타 제조업 근무자 ▲가입희망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는 물론 실업자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전국 어디에 있는 노동자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종업원만 가입할 수 있는 기업별노조

    이에 따라 기업별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비정규직과 사무관리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있다. 현재 비정규직은 현대, 기아, GM대우, 하이닉스, 현대하이스코 등 17개 사업장 5천여명이고 금속노조의 지원에 따라 임금 및 단체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무관리직 노동자들도 GM대우사무직, 대우버스사무직, 기아사무관리직, 두산인프라코아사무직 등 5개 지회 2천명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산별노조가 누구나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산별노조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금속노조 가입을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만명의 비정규직 중에서 현재 겨우 1천여명이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해있다.

    그러나 대공장노조가 모두 금속노조에 가입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만간 산별노조로 대거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속산업연맹에는 현대자동차 1만명, 기아자동차 4천명, GM대우차 4천명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8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산별노조에 가면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산별노조 가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지금은 소수가 가입돼 있으니까 회사의 타깃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지만 산별노조니까 들어와야 한다고 하면 거의 다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올해 말 15만 금속노조로 출범해 비정규직과 하청회사 노동자들이 대거 금속노조에 가입해 2년 후에는 3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지회, 포스코지회도 만들어진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5월 23일 “이젠텍 회사는 금속노조의 단체교섭청구에 대해 성실하게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교섭에 나오지 않으면 1일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회사는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다른 노동자들을 규합해 기업별노조를 만든 후 한국노총에 가입하게 했고, 단체협약까지 체결했다.

    그러나 법원은 “금속노조는 산업별노조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복수노조금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하고 심지어 교섭에 나오지 않을 경우 벌금까지 물게 한 것이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15만 금속노조의 출범으로 무노조로 일관하고 있는 삼성이나 유령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의 설립을 막고 있는 포스코, 엘지전자 등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위원장은 “무노조 경영을 방침으로 삼는 삼성과 유령 노조 상태인 포스코의 산별노조 가입을 최우선 조직화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산업별노조의 조직 본조-지역지부-사업장지회

    현재 금속노조는 서울 부산 대구지부 등 15개 지부 200개 지회로 구성되어 있다. 본조-지역지부-사업장지회라는 형식이다. 부산의 한진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에 소속되어있고 울산공장의 노동자는 울산지부 한진중공업울산지회에 속해있다.

    즉, 같은 회사라 할지라도 지역이 다르면 소속이 다르다. 그래서 지난 해 금속노조 울산지부가 대덕사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할 때 부산의 한진중공업은 파업을 안했지만 울산공장 조합원들은 파업을 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기업별노조에서 산업별노조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를 인정해 현재 조합원이 3개 지역 3천명 이상인 사업장은 기업지부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에 산별노조로 전환한 회사들이 현대자동차 4만3천명을 비롯해 대부분 대규모이기 때문에 통합산별노조의 조직형식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현재는 기업지부를 3년간 유지하면서 점차 지역지부로 전환시키자는 안이 제출되어 있는데 이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곧바로 지역지부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광역본부 또는 업종본부로 재편하자는 안 등이 나와 있고 조합원 토론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외국의 산별노조는 통합으로 규모 확대

    외국의 금속노조는 제조업노조와의 통합으로 규모를 확대해가고 있다.
    스웨덴 금속노조는 지난 해 화학, 유리, 고무, 건설자재, 섬유, 의학품 등 제조업 노조와 통합해 올해 52개 지부 44만명으로 확대됐다. 제조업 노동조합의 대통합으로 통합 금속노조는 스웨덴 전체 제조업 노동자의 70%가 조직된 강력한 산별노조가 됐다. 물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독일 금속노조는 섬유, 의류, 목재노조와 통합해 190개 지부 300만명의 조합원을 가진 독일 최대노조다. 금속노조의 조합원은 생산직과 사무직,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물론 이주노동자와 실업자, 퇴직자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다. 경상대 이종래 교수는 “언어문제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노동조합 참여율이 높지 않지만 터키노동자는 독일금속노조에 대의원을 독자로 낼 정도로 조합원이 많다”고 말했다.

    올 10월이면 한국에서도 15만 금속노조가 출범한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산별노조의 출범으로 이제 제조업 생산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전국의 많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희망이 만들어졌다.

    한국의 산별노조시대를 연 15만 금속노조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전국의 제조업 노동자들을 태우기 위해 힘찬 항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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