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경찰력 투입 D-day 13일이었다?
    By tathata
        2006년 07월 21일 09: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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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들의 본사 점거 농성을 예상치 못했던 포스코가 노조가 파업 중인 지난 13일을 ‘거사일’로 미리 예정해 놓고 경찰을 대규모 투입, 노조의 합법 파업을 불법행위로 몰면서 일거에 파업을 정리를 할 계획을 세워놓았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노조가 입수한 포스코 내부 문건의 내용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회사와 경찰의 도발적 행위에 분노한 조합원들이 당초 계획에 없던 포스코 본사로 대거 ‘쳐들어가’ 건물 일부를 점거함으로써 포스코와 포항 지역 지배 권력들이 노렸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예상밖의 국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했던 본사 점거로 ‘작전’ 실패 가능성 

    노조가 입수한 포스코 내부문건을 종합하면, 포스코는 포항건설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1일부터 공권력 투입이 ‘예정’된 13일까지 계획을 치밀하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작성된 ‘건설노조 파업 동향 및 대응 관련’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12일 이전까지를 ‘공감대 형성 및 노조 명분 약화 활동’ 기간으로 잡고 있으며 13일에는 ‘공권력 투입’이라는 방침이 또렷하게 기록돼있다.

    이 자료는 여론 조성기 및 공권력 투입 준비기로 볼 수 있는 12일까지 전문건설업협회 등이 파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성명서를 지역 조간 신문에 게재하게 하는 한편 10~11일 이틀 동안 지역 신문에 사설, 기고문, 기자수첩 등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같은 계획은 실제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신문인 경북일보와 경북매일, 영남일보, 매일신문 등은 자료에 나온 것처럼 사설과 기고문, 기자수첩 등을 통해 파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등 회사쪽에 우호적인 기사를 일제히 내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광고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보은’을 해줬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감대 형성 및 노조명분 약화 활동 (7.12. 수. 이전)
    ○전문건설협의회, 파업부당성에 대한 성명서 지역 조간신문에 게재 (7.10. 월)
    -타지역 대비 높은 임금을 받는대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것은 투자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 일자리 창출 저해 요인

    ■공권력 투입 (7.13.목. 이후)
    *전국건설노동자대회(7.11.화, 대학로), 민주노총 총파업(7.12.수, 광화문)
    FTA 타결 반대 총궐기대회(7.12. 수, 여의도) 등으로 지방경찰병력 투입

    ○경찰, 불법행위에 대한 공권력 투입 (상황에 따라 7.13 목 예상)
    -지역사회의 여론형성과 불법행위 증거 자료 확보후 공권력 투입

                                   

    또 12일 작성된 ‘지역 오피니언 리더, 건설노조 파업관련 대책회의 결과’에 따르면 경찰력 투입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이 지역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 지역경제단체장, 부시장 등 지방 지배권력과 손을 잡고 노조에 불리한 여론 조성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권력들, 청와대 ‘공권력 투입 촉구결의서’ 제출키로

    특히 이병석 국회의원을 통해 청와대에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13일 중으로 전달키로 한 사실도 기록돼있다.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지역경제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병석 국회의원은 이용섭 행자부 장관에게 ‘적극 대응’을 요청하며, 김희성 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은 권재진 대구지검장에게 ‘단호한 처벌’을 요청하도록 임무 분담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관리공단, 포항지역발전협의회가 대책회의가 끝난 후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파업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을 때는 해당기관의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포스코 문건은 이 부분을 굵은 글씨체로 표기하고 있어 이들 단체들이 공권력 투입 요구를 강조하고 있다.

    이병석 국회의원과 김희성 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이 공권력 투입 주문을 요청키로 한 결정은 포스코가 단계별로 계획한 13일 공권력 투입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된다.  

    대구 지검에 단호하게 처벌해달라고 요청

    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13일에는 언론사 사장을 포함한 지역 유력자들이 포항시에 모여 시장이 주재하는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나, 포항시가 포스코 왕국임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관련기사 참조>

    지역 오피니언리더, 건설노조 파업관련 대책회의 결과 (06.7.12, 포항제철소)

    ○이병석 국회의원, 이대공 이사장 등 지역의 오피니언리더들이 건설노조의 파업과 관련하여 대책회의를 가지고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병석 국회의원, 이대공 이사장, 윤용섭 부시장, 박문하 시의회 의장, 김희성 철강관리공단 이사장, 최영우 상공회의소 회장, 한영광 포항1대학 교수, 지역발전협의회 회장단 등이 12일(수) 영일대에서 포항건설노조의 파업과 관련하여 대책회의를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성명서는 상공회의소, 철강관리공단, 지역발전협의회 등 3개 단체 명의로 지역언론사에 배포되었으며, ‘포항은 철강산업의 비중이 크고, 지역경제를 위해서는 철강산업이 위축되어서는 안된다’며 ‘파업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을 때는 해당기관의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13일(목)에는 이병석 의원이 상경해서 정황을 검토하여 오전 중에 정해주는 상급기관(청와대/경찰청)에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발송하기로 하였습니다.

    한편 이병석 의원은 서울로 올라가서 13일(목)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겠다’고 하였으며, 김희성 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은 13일(목) 권재진 대구지검장에게 ‘불법행위자들을 단호하게 처벌해 달라’고 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포스코의 섭외부 지역협력팀이 12일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밤 회사 쪽 관계자는 박승호 포항시장을 면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건설노조의 계속되는 파업을  막기 위해서는 "본때를 보이고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장, 회사는 끝까지 강하게 나가라

    박 시장은 또 포스코에게 “그 입장을 바꾸어서는 안 되고 초지일관 해야 향후의 파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문건의 마지막에는 “방법 : 유인물 배포 또는 현수막 이용. 공권력 투입 前”이라고 게재돼 있어 13일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다.

    건설노조 파업관련 박승호 포항시장 면담결과
    (섭외부 지역협력팀, 2006. 7.12)

    1. 면담개요
    ○ 일시 : 06.7.12 21:20~22:20
    ○ 장소 : 시내버스터미널 앞 로마레스토랑
    ○ 면담자 : 박승호 포항시장, 장성환 섭외부장, 한재기 팀리더, 북부서 최진호 반장
    *금번 면담은 회사에 우호적인 북부서 회사 담당(최진호 반장)의 역할로 성사

    2. 면담결과

    ○ 박승호 시장 의견
    -지난번 노사정대책회의시 노조측은 본인들의 입장을 계속 개진하는 모습이었지만 사측은 왜 수용할 수 없는지에 대해 반론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음

    얘기를 듣고보니 건설노조의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의 우위성을 이해하겠음.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일용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음. 시처에 근무하는 일용직도 일요일 유급휴일은 없는 실정임

    -어쨌든 어려운 경제상황에 파업과 불법투쟁은 있을 수 없음.
    -포스코에서 건설노조의 연례행사적인 파업행위를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본떼를 보이고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고 역설

    -공기 연장까지 해서라도 사태해결을 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건설노조원에게 분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으며, 그 입장을 바꾸어서는 안되고 초지일관 해야 향후의 파업을 예방할 수 있음.

    *방법 : 유인물 배포 또는 현수막 이용, 공권력 투입 前

    -7.13(목) 16:00시 지역 기관장의 지역안정대책회의에 앞서 개최되는 건설노조 집행부와의 대화(15:00)시 조합에 대해 근본적인 것(토요일 유급휴일화)이 해결되지 않는데 대화가 되겠느냐, 사측이 수용 가능한 것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라고 설득 예정

    3. 총평
    ○ 박승호 시장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는 마당에 노조의 불법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다만 시장으로서 노조앞에서는 기업측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끌어안고 가야하는 불가피성에 대해 회사측의 양해를 구하였음.

    ○ 금번 면담은 건설노조에서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항을 제시하였다는 것과, 건설노조의 탈/불법행위, 사태해결을 위한 포항시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음.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는 또 지자체 유관기관, 언론사, 대학 등 주요인사 43명의 명단을 작성하여 이들에게 지속적인 상황 공유와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명단에는 포항시장, 시의회 의장은 물론 국정원 포항출장소장, 해병대 제1사단장,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 환경청 포항출장소장, 포항세무서장과 지역 방송사 및 언론사 사장, 포항공대 한동대 총장, 포항1대학 선린대학 학장, 포항문화원장, 예총포항시지부장, 농협조합장, 포항향토청년회 회장 등이 있다.  

       
     

    한편 포스코는 이같은 노조 무력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면서도 지난 12일 포항건설노조, 건설연맹 쪽과 포스코 서울사무소장과 부사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건설업체가 성실교섭에 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등 노조에 기만적인 태토를 취했다. (<레디앙> 7월 14일자 기사참조) 

    노조 관계자들은 회사가 공권력 투입 예정일로 잡고 있었던 13일의 상황이 다른 날과는 확연히 달랐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평소에 소수가 개별적으로 투입되던 대체 인력이 이날에는 회사의 통근 버스를 통해 훨씬 많은 수의 대체인력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 "회사 치밀한 계획으로 조합원 토끼몰이"

    회사의 이같은 행위는 그동안 파업 기간 대체인력 투입을 막기 위해 새벽 3시, 5시에 정문을 지키고 있던 파업 노동자들을 크게 자극시키는 것이었다.

    13일이 평소와 다른 대목은 이뿐만 아니었다. 포항건설노조 관계자에 의하면 “그 전까지는 회사 정문에 소수의 경찰 병력만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 날에는 본사 정문(4개)마다 2~3백여명씩 대폭 증원돼 배치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간헐적으로 투입됐던 대체인력이 13일에는 포스코 통근버스에 가득 타 있었다”며 “화가 난 조합원들이 대체인력을 확인하려 하자 경찰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무차별적으로 조합원들을 구타했다”고 말했다. 

    회사 쪽의 사전 계획 의혹과 관련해 황우찬 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 의장은 “포스코가 치밀한 계획을 통해 ‘토끼몰이’ 식으로 조합원들을 몰아갔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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