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경제통합, 더디지만 차근차근 진행중
        2006년 07월 21일 06: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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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20일(현지시간)부터 이틀 동안 열리고 있는 남미남부공동시장(메르코수르) 정상회의가 여러 모로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으로 구성됐던 메르코수르에 베네수엘라가 가입해 처음 정회원국으로 참여하는 회의인데다가 올해로 80세를 맞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도 초청받아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준회원국인 볼리비아, 칠레, 에콰도르, 페루, 콜롬비아의 정상들도 참석해 가히 남미정상회의 수준의 만남을 갖고 있는 점이나, 최근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열풍에 힘입어 참석자들의 대다수가 좌파 또는 좌파성향의 정상들로 구성된 점도 눈에 띈다.

    통합 더디게 하는 요인들

    하지만 더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최근 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정상회담이라는 점이다.

    우선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펄프공장 건설문제를 놓고 대립해왔다. 우루과이가 아르헨티나와의 접경지대에 펄프공장을 짓는 문제는 결국 국제사법재판소(ICJ)까지 갔고 국제사법재판소가 허용결정을 내렸지만 양국간 갈등은 남아있는 상태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휘발유 가격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지난 10일 국경지대 주유소에서 공급하는 휘발유 가격을 인상했는데 모든 차량에 대해서가 아니라 외국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에 대해서만 인상한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천연가스 공급을 놓고도 갈등을 빚어왔다.

    칠레는 또한 볼리비아와 영해문제로 다투고 있다. 1879년부터 1884년까지 있었던 태평양 전쟁에서 칠레는 볼리비아의 유일한 항구를 빼앗았다. 양국이 최근 들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볼리비아의 천연자원 국유화 조치 이후 브라질과 불편한 관계에 있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도 무역장벽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메르코수르에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안데스공동체(CAN) 회원국들은 베네수엘라가 안데스공통체를 탈퇴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남미공동체 출범은 했지만…

    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최근에 벌어진 이런 갈등 말고도 경제통합을 더디게 하는 요인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구매력지수(PPP)로 환산할 경우 남미 11개국 국내총생산(GDP)의 총합보다 더 많은 브라질 경제의 흡입력에 대한 남미 국가들의 경계심이나,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이 남미협력보다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열심인 점은 남미의 경제협력의 장애물이 돼왔다.

    메르코수르 회원국과 안데스공동체 회원국, 그리고 칠레와 기아나, 수리남 등 12개국이 지난 2004년 12월 페루의 쿠스코에 모여 높은 수준의 정치통합까지 겨냥한 남미공동체(CSN)의 출범을 선언했지만 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남미공동체의 결정으로 페루에서 볼리비아를 거쳐 브라질에 이르는 대양간고속도로 건설이 진행중이어서 페루는 대서양으로의 접근이, 브라질과 내륙국가인 볼리비아는 태평양으로의 접근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브라질·아르헨티나 정상, 남미통합 의지 확고

    이번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는 △세계무역기구 도하라운드 협상에 대한 공동의 입장 마련 △메르코수르 의회의 정식 출범 △관세품목 코드 통일안 채택 △쿠바, 이스라엘과의 FTA 최종 승인 △베네수엘라의 가맹 수락 등이 논의된다.

    남미의 우파진영과 미국의 주류언론들이 남미의 분열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회의의 의제에서 알 수 있듯이 메르코수르는 보다 확대되고 심화된 통합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무엇보다 메르코수르와 남미공동체에 대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정상들의 의지가 확고하다. 양국은 2003년 워싱턴 컨센서스에 맞선 남미 통합을 선언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컨센서스를 발표했다. 최근 들어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올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양국 정상간의 관계가 돈독하다.

    베네수엘라가 안데스공동체를 탈퇴한 것이 오히려 두 블럭간 통합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미 통합에 소극적이었던 칠레에서는 우파의 메르코수르 탈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첼레 바첼레트 대통령이 탈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탈퇴했던 안데스공동체에도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각국의 통상현안과 갈등도 외교적 절차를 거치면서 해결되는 양상이어서 통합의 흐름을 뒤집을 정도의 장애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의 ‘하나로 통일된 라틴아메리카’라는 꿈이 더디지만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들이다. 그런 점에서 남미정상회담격인 이번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 적지않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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