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군용기 독도 영공 침범
    한미일, 한일 관계 반응 떠보려는 것?
    러시아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계획되지 않은 진입”
        2019년 07월 24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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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5대가 23일 오전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으로 진입하고, 이 중 러시아 군용기 한 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 걸쳐 7분간 침범해 우리 군이 360여발의 경고 사격을 했다. 외국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 경고사격이 이뤄진 거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독도 상공에서 우리 군이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 사격을 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를 향해 “일본 영토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아침 중국 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 등 5대가 카디즈에 진입했다”며 “이 가운데 러시아 A-50 한 대는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해 우리 군은 제주도 서남방 및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포착 시부터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추적 및 감시비행, 차단기동, 경고사격 등 정상적인 대응 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H-6 폭격기 2대는 이날 오전 6시 44분 카디즈에 들어오는 것으로 도발이 시작됐다. H-6 2대는 7시 14분 빠져나갔다가, 7시 49분에 다시 카디즈에 진입해 8시 20분 빠져나갔다. 이어 H-6 2대는 8시 33분 북방한계선 북방에서 러시아 TU-95 폭격기 2대와 합류해 8시 40분쯤 카디즈에 다시 들어와 합동 비행한 뒤 9시 4분 카디즈를 벗어났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기는 9시 9~12분, 9시 33~37분 두 차례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공군은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F-15와 F-16 전투기를 띄워 독도 영공을 침범한 A-50을 향해 기총 360여발을 경고 사격했다.

    올 들어 중국 군용기(25차례), 러시아 군용기(13차례)가 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적은 있지만, 카디즈에 동시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공군 전투기가 카디즈를 침범한 중국 군용기에 20여회, 러시아 군용기에 10여회 등 30여회 무선 경고통신을 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과 러시아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계획된 도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틀어진 한일관계가 한미일 공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날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날이기도 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초미의 관심은 한미일 관계”라며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한미일 삼각동맹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고, 지금 한일관계의 묘한 부분이 어떻게 마무리되고 있는지,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해 확인해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러시아가 우리한테 보여준 행태는 과거에 나토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부분이다. 나토에 영공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러시아 비행기들이 수시로 영공을 지나가면서 나토 군들의 반응을 체크한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발의 배경에 대해선 미국의 중국·러시아 봉쇄전략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고 봤다.

    조 자문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부터 인도-태평양전략을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에는 경제 부분에 치중됐다. 그러나 올해 6월 1일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를 미 국방부가 발표해 중국과 러시아를 현상을 변경하는 위협 국가로 규정했다. 그리고 미국은 본격적으로 인도-태평양전략에 포함돼있던 일본, 호주, 인도에 더해서 한국을 적극적으로 견인해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식적으로 봉쇄라는 말은 쓰지 않지만, 사실상 (중·러 봉쇄의) 의미”라며 “러시아는 그동안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해 반발해왔고, 러시아 국방부는 어제 있었던 사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간의 장거리 연합 초계 훈련이라고 공식적으로 얘기했다. 어제 사건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훈련이었고,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 민감한 지역인 독도를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도적인 도발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일부에선 고의적인 영공 침범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고의성 여부는 가장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주변국 일본이나 한국의 전투 배치 등을 두루두루 파악하면서 중국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에 독도 상공을 비행하는 게 영공침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고방송과 경고사격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두 차례나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선 “한러 간에 군사 핫라인이 가동이 안 되고 있으니까 상대방 의도를 계속 확인하려다가 의도가 확인이 안 되니까 경고사격을 했다”며 “애초 정해진 항로를 비행한 것인지 아니면 편대로부터 이탈해가지고 단독비행을 하다가 독도 영공으로 들어온 것인데 다시 합류하는 과정이었는지 전술비행을 한 내역이 아직 확인이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자국 군용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계획되지 않은 진입”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차석 무관이 전날 오후 3시경 국방부 정책기획관에게 “러시아 차석 무관은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 측이 가진 영공 침범 시간, 위치 좌표, 캡처 사진 등을 전달해주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며 “러시아 국방부가 즉각적으로 조사에 착수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또 윤 수석은 “러시아 정부는 ‘우리가 의도를 갖지 않았다는 것을 한국 측이 믿어주길 바란다’고 전해왔다”며 “‘동일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러시아 공군 간 회의체 등 긴급 협력체계가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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