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
    노조파괴 및 손배 철회 요구 전면파업 돌입
    “EK맨파워 부당노동행위 배후에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 있어”
        2019년 07월 23일 07: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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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회사의 노조파괴 중단과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체불임금 청산 등을 요구하며 23일부터 전 조합원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이하 노조)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앞에서 파업출정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이 바뀌어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향한 노조파괴 행위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은 파업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파업 참여 규모는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전 조합원 150명이다. 이날 오전 8시부터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전면파업을 벌일 방침이다.

    노조는 ▲손배가압류에 대한 즉각적인 철회 및 책임조치 ▲고용노동부의 공정한 부당노동행위 수사 촉구 ▲남녀차별·통상임금 등 노동부 체불금 확정금원에 대한 지급 ▲2019년 임금요구 성실교섭 등을 당면 요구로 내걸었다.

    대한항공은 항공운수 보조업무를 자회사인 한국항공에 넘겼고 한국항공은 기내 청소 등의 업무를 용역업체인 EK맨파워에 하청을 줬다.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은 EK맨파워 소속이다.

    노동자들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휴게시간 준수 등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였다. 비행스케줄에 따라 1시간의 중식시간도 보장되지 않는데다, 휴게시간도 불규칙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EK맨파워는 비정규직인 청소노동자 12명의 개인 통장에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1천만 원의 손배가압류를 걸었다. 노조는 “2018년 10월 합법적인 쟁의권한을 확보한 상태에서 쟁의행위에 돌입한 것이었기에 손해배상청구 사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조 파괴도 심각하다. 노조에 따르면, 원청의 지휘감독 아래 복수노조 제도 악용 등의 방식으로 노조파괴가 자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회사 주도로 친사용자 성향의 노조가 만들어진 후 회사는 교섭권한이 있는 공공운수노조를 배제한 채 교섭권한도 없는 어용노조와 개별교섭을 진행, 올해 임금협약까지 체결했다.

    노조는 “승급과 촉탁계약 등을 미끼로 지속적인 어용노조 우대행위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합 간부들이 회사 작업조의 총괄반장 등의 직책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 면·보직하고 13명 중 단 2명만이 보직이 있는 상태다. 조합 간부에 대한 연이은 징계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 임원이 동원돼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탈퇴 회유, 50대 여성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관리자의 도를 넘은 폭언, 모욕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노조법 위반, 직장내괴롭힘금지법, 모욕 등으로 일제히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EK맨파워의 이러한 노조파괴 행위가 원청인 한국항공의 지휘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2018년 4분기, 2019년 1분기 회의자료에 나온 ‘인력 운영 계획’을 보면 “민노(민주노총) 노동쟁의 대비 아르바이트 인력 추가 운영” 등 파업에 따른 대체인력 운영 계획이 적시돼있다. 주요 현안 및 추진 계획에는 “현재 민노 조합원 180명, 한노 조합원 165명”, “현재 노동조합별 분위기는 민노는 DOWN, 한노는 UP 기류” 등 노조 분위기를 파악한 내용도 적혀 있다. 또 “민노 노동쟁의 기간 중 식사시간 임의 조정 운영에 대한 손배소송 가압류 결정”했다며 압류대상과 압류금액까지 상세히 적시돼있다.

     

    자료 캡처 =노조 제공

    한편 국제운수노련(ITF) 항공분과는 한국한공 측에 항의서한을 보내 청소노동자 노조파괴 사태에 한국항공과 대한항공이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항공분과는 서한에서 “한국공항은 이케이맨파워와 맺은 도급계약에서 인건비를 정하기 때문에 기내청소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며 “한국공항의 내부 회의자료를 통해 한국공항은 협력사에 대한 노무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공항은 노사 분쟁에 연루돼 있고 대한항공은 원청으로서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 우리는 지부와 지부간부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중단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취할 것을 두 회사에 요구한다”며 “특히 지부 간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취하되고 통장에 대한 가압류가 해제되도록 영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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