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위기 노조탄압으로 돌파, 파시즘 그림자
    2006년 07월 22일 08: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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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에 대한 여권의 반응은 참여정부의 민주주의와 관련해 징후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맞아 여권은 노동측을 겨냥한 강경 대응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청와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농성을 해산할 것"이라며 초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를 지원하는 어떠한 정당 활동도 책임있는 정치라고 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진취성 실종된 노정권 퇴행으로

   
▲ 문희상 열린우리당 전 의장 ⓒ연합뉴스
 

열린우리당 문희상 전 의장은 이번 사태를 ‘치안사건’으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이 불법파업, 불법시위, 폭력적인 과격집회 등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당의 갈등 해결 노력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절차를 거친 합법 파업이며 사건의 발단이 회사의 불법행위였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지도 않다. 노사 문제를 치안사건으로 규정하는 정당을 우리는 과거 독재 시절에 경험해왔다. 노무현 정권의 진취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그들은 퇴행 중에 있다.

여권의 공세 근거는 ‘법’이다. 건설노동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가 ‘불법’이라는 것이 강경 대응을 정당화하는 논리다. ‘법과 원칙에 따라’. 어느 시절엔가 많이 듣던 얘기다. 민주노동당 김성희 부대변인은 "이번 사태의 앞뒤를 딱 잘라서 80년대 중반에 갖다 붙여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 진압, 구속, 수배가 남발하던 80년대 말이다. 물론 회사쪽의 불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80년대 사태를 보는 것 같다"

심상정 의원은 좀 더 나간다. 심 의원은 이번에 정부가 보인 모습을 ‘제2의 공안통치’로 규정한다. 정권의 위기를 노동자를 탄압하면서 돌파하려는 속셈이 보인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노무현 정권의 모습에서 파시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했다.

대개 ‘법과 원칙’을 강조할수록 ‘정치’가 설자리는 좁아든다.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여권이 이번에 보인 모습을 ‘비정치, 반정치’로 규정한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그것을 능동적으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같은 얘기를 다른 냉소적 논평가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데 무능했던 민주파가 사회적 갈등의 조정을 금지하기에 이르렀다"고 표현했다. "정치를 팽개치고 법의 잣대로 매사를 재는 것은 정권말기적 증상"이라는 심 의원의 지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여권 내의 ‘반정치’ 기류는 ‘비둘기파’에 속했던 이상수 노동부장관의 오락가락 행보를 설명해준다. 정치인 출신답게 ‘정치적으로’ 사태를 풀어보려던 이 장관은 당정의 ‘법대로’ 논리에 밀려 결국 강경진압론에 목소리를 보태고 말았다는 전언이다.

정치는 사라지고 비둘기파는 오락가락하고

여권의 ‘반정치’는 퇴행적인가. 민주노동당의 한 당직자는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여당과 같은 하늘 아래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의회에 진출한 본질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번과 같은 조정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의회 진출 자체가 (이번과 같은) 조정 역할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합의가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반정치’를 인정하는가. 우상호 대변인은 "제도권 정당에 의한 갈등 조정은 필요하고, 또 그런 과정에서 당의 정치력이 드러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경우는? 우 대변인은 "다만, 명백한 불법의 경우에는 다르다"고 했다. 갈등 일방의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냐 아니냐, 바로 이것이 그가 말한 "제도권 정당의 갈등 해결 노력이 허용될 수 있는 범위"인 셈이다.

물론, ‘법대로’를 강조하는 쪽이 제대로 ‘법대로’ 따졌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험한 세월을 살아내며 사람들이 터득한 경험칙이다. 여당은 건설노조원들의 ‘불법 점거’를 비판했지만, 그 빌미가 된 포스코측의 ‘불법 하도급’이나 ‘불법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사안의 ‘위법성’을 동시에 지적했더라면 좀 더 설득력 있는 논평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에 우상호 대변인은 "노사를 막론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뒤늦은 원칙론으로 응수했다.

위기의 정부 일용노동자들에게 화풀이하다

노대통령은 이전에도 노동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여러 번 있다. 김대환 노동부장관 시절을 거치며 좀 더 심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이번에 보인 강경한 태도는 조금 이례적인 감이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조정 노력을 비판하는 모습에서는 이 문제를 쟁점화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그전에는, 최소한 구두로는, 원만한 타협과 조정을 당부하는 편이었다. 무슨 배경이 있는 걸까.

먼저, 상황론적 설명이 가능하다. 북한 미사일 문제, 한미FTA 문제 등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여권이 ‘실력’과 ‘결단력’을 보여줌으로서 정국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는 추측이다. 김윤철 실장은 "위기에 처한 정부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에게 화풀이를 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여권이 이번 사태를 은근히 즐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 내부 문서 등을 보면 이번 사태가 단지 노동측에 의해서만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면서 정부와 포스코가 사태 악화를 유도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현재 여당의 당권을 쥐고 있는 재야파의 ‘색깔빼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직도 당 안팎의 보수파들에 의해 ‘진보’, ‘좌파’로 오해받고 있는 김근태 의장이 이 참에 노동진영과 확실히 선긋기를 함으로써 향후 오른쪽 방향으로의 운신 폭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견제, 기꺾어 놓으려는 의도

민주노동당을 견제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심상정 의원은 "한미FTA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확산되고 있다"며 "한미FTA 반대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기를 꺾어놓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한 당직자는 "개헌론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부정적 시각을 못마땅해하는 여당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어떤 배경에서 나왔건 여당이 이번에 보인 태도가 일회적인 것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노동당 당직자는 "여당이 관여하는 사안 하나하나, 여당이 내는 논평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것은 여권이 한미FTA와 관련해서도 이번처럼 ‘법대로’를 적용하는 경우다. 한미FTA 반대 시위는 이미 ‘불법’적이었고, 앞으로 더욱 ‘불법’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상호 대변인은 "조직적이고 의도된 불법과 달리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시위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불법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고 완충장치를 뒀지만, ‘의도된’ 것과 ‘우발적인’ 것을 가르는 기준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전도가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통치 기반 완전히 무너져 내릴 수도

당장 이번 건설노동자들의 포스코 점거에 대해 노조측은 우발적인 사태로, 포스코와 정부는 노조측에 의해 고도로 계획된 사태로 달리 규정하는 상황이다.

어느 진보적 성향의 정치 논평가는 이렇게 말했다.

"현 정권의 통치 기반은 지금 극도로 취약하다. 이 정도라도 버티는 건 초기에 노무현을 지지했던 세력이 적극적인 비토로 돌아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FTA는 이들을 한꺼번에 반대진영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 벌써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조중동을 위시한 수구 세력이 이 정부를 지탱해줄까. 만약 이번처럼 한미FTA 문제를 풀게 되면 현 정부의 통치기반은 완전히 무너져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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