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의 양보 "대단하십니다"
        2006년 07월 22일 09: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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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대단한’ 양보를 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4대 선결조건이라는 표현을 대통령의 결정으로 수용한다”고 말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4대 선결조건이라는 표현이 공문서상에 한 사실이 있으니 4대 선결조건이 국익을 양보했다는 해석에 대해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와 행정부가 “4대 선결조건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한미FTA와는 무관하다”고 강변해온 기존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한 것이다.

       
      ⓒ연합뉴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는 한미FTA 협상의 ‘정지작업’ 차원에서 한미간의 통상현안을 해결하고자 한 의도일 뿐"이라며 ”4대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양보를 해 국익을 손상한 바가 없고 이런 객관적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 “이를 두고 불필요한 진의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말은 쉽게 표현하면 ‘4대 선결조건을 양보한 것은 아닌데 너희들이 자꾸 그런 말을 쓰니까 틀린 말이지만 표현은 인정해줄께. 이쯤에서 싸움 끝내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오만한 발상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4대 선결조건에 대해 정부가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은 채 FTA 반대진영의 ‘선결조건’ 주장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기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언은 선결조건에 대한 거짓말이 한미 양국 정부의 공문서와 미국 관리들의 발언에서 하나둘씩 드러나고, 정부의 거듭된 부인과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반박이 먹히지 않자 고민 끝에 청와대가 내린 꼼수로 읽힌다. 선결조건이 없었다는 쪽에서 ‘4대 현안’ 해결에 부당한 양보가 없었다는 쪽으로 초점을 옮기려는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 논란은 불필요한 것이 결코 아니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4대 현안이든, 선결조건이든 이것이 FTA추진과 어떤 인과관계를 갖는지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노 대통령은 ‘선결조건’이 ‘양보’가 아니라지만 한미FTA 협상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스크린 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적용 유예 △약가 인하조치 중단 등을 협상이 시작도 되기 전에 내어 준 것이 어떻게 국익을 손상한 것이 아닌지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이 영웅으로 만들었던 황우석 전 교수는 최근 열린 공판에서 “논문조작의 포괄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또 한번의 말장난을 했다. 황 전 교수의 ‘인위적 실수’라는 궤변을 ‘좌파 신자유주의’로 패러디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에는 황 전 교수와 달리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을 보여줬다. 이 오만함의 끝은 어디인지 매우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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