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정경분리 지키고…북, 선군정치 운운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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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21일 1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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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지난 19일 이산가족상봉 중단을 통보하였다. 일차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중단의 원인은 남한 당국이 지난 장관급회담에서 쌀 및 비료 지원이라는 인도주의적 사업과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연계시키려 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대북 지렛대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리라는 예측은 지난 7월 13일 ‘제19차 북남상급회담 북측대표단 성명’ 이후에 나왔다. 당시 북한 대표단은 “우리는 6.15공동선언의 리념을 저버리고 동족을 적대시하며 비리성적인 태도로 이번 회담을 결실없이 만든 남측의 처사를 엄정하게 계산할 것이다.(인용문은 원문대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 정경분리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스스로 파기시킨 것은 그만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국 정부의 대내외적 운신 폭을 극도로 좁혔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고, 대내적으로는 보수 세력의 대북정책 흔들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한국정부가 남북 장관급회담을 활용하여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명분을 얻고자 하였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비료와 쌀이라는 인도주의적 사안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연계시키려 하였던 것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인도주의적 사안과 정치·군사 문제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으로서 연계시켜서는 안 될 성질의 것이다.

    이번에 UN 안보리의 북한 비난 결의안 역시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한 언급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북한 당국의 정치적 과오와 무관하게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할 인도주의적 지원은 지속되어야 하며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지난 12일 부산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린 제19차남북장관급회담 전체회의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북측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악수하고 있다.(부산=연합뉴스)
     

    또한 정부 스스로의 공언을 파기하면서까지 쌀 및 비료의 지원과 6자회담 복귀를 연계시켰지만 돌아온 결과는 이산가족 상봉 중단이라는 통보였다. 이는 쌀 및 비료 지원 중단 자체가 북한을 움직일만한 지렛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쌀 및 비료 지원의 중단은 북한 주민들의 생존에 어려움을 가중시킴으로써 북한에게 부담을 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그러한 부담보다는 미국과의 담판을 위한 정치·군사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의 북한 상황이 200~3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90년대 중반과는 다르며, 북한이 어느 정도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정치사회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웬만한 것으로선 북한을 움직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남한 당국은 지렛대가 되지도 못할 인도적 사업과 정치·군사 문제의 연계 시도로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대북 제재 동참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는 53년 정전체제에서 비롯된 문제이며, 그것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북한이 ‘백기 항복’을 하는 것을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이 순탄하게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뤄질 극심한 긴장의 고조와 불안은 고스란히 남북한 인민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오히려 대북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사이의 공통의 이익(common interest)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남북 양자의 공통 이익이 커지면 커질수록 북한에 대한 남한의 지렛대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그럴 정도로 남북 관계가 발전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인도주의적 사안을 연계시키려 한 것일 수도 있다.

    미사일 문제와 핵 문제로 북한 문제가 더욱 확장되고 있는 국면에서라도, 남한 정부가 남북 사이의 경제적 사슬을 질적으로 강화시키며, 다른 분야에서의 사슬들을 묶는 작업들이 중단 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보험’의 성격도 가지는 것이다.

    남한은 제3자가 아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 미국과의 담판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미국이 올해 들어와 공언하고 있는 변환외교(transformation diplomacy)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에 있으며, 핵과 미사일로 의제를 압축하려는 북한의 뜻과는 무관하게 북한문제의 광역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원하던 것처럼 북미협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협상장 바깥에서 미국이 취하는 ‘대북적대정책’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변환외교에 맞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적절한 수준으로 상기시키는 것은 미국의 공격을 억지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과 경제보상을 얻어내는 수단이 되는 데 한계가 많다. 부시 정권의 전략이 클린턴 정권의 전략과 다르기 때문이다.

    더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시아 국제질서에, 그리고 미래 한반도 평화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아소 다로가 북한에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이에 대해선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의 글을 참조).

    북한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균열이 구조적으로 정착될 수도 있을 것이며, 그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의 국제적 조건을 어렵게 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급격한 변혁(transformation)이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에서 어떠한 상황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미국의 군사적 지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변혁은 남북 주도의 평화실현을 어렵게 할 것이 분명하다.

    남한이 한반도 안보문제의 핵심적 당사자이며, 문제 해결의 주체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남한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5일자 <조선신보>는 “조선반도의 긴장격화와 6자회담의 중단상태 등은 《북미대결》에 기인하는것만큼 …… 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남측의 립장에서는 근본을 다루는 책임적인 판단이나 결정을 할수가 없게 되어있다.(인용문은 원문대로)”라고 쓰고 있다.

       
    ▲ 지난달 3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남북이산가족 작별상봉행사에서 28년만에 북측 아들 김영남씨를 만난 어머니 최계월(오른쪽)씨가 이별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연합뉴스)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은 군사·안보 문제는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말만을 되풀이하면서, 인도적 사업의 추진 등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발언들 속에서 북한은 남한을 핵과 미사일 문제의 당사자이며, 해결의 주체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드러난다. 

    더 나아가 북한 대표단은 남한이 선군정치의 덕을 보고 있다고도 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이러한 남한에 대한 북한의 인식은 매우 우려스럽다. 북한의 ‘민족공조’는 북한의 전략을 전적으로 긍정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하는 첫 걸음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일이다. 남한은 북한과 미국이 만들어가는 국제정세라는 장기판에서 ‘말’이 아니다.

    또한 국제정세는 북한과 미국만이 만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이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평양 지도부는 핵과 미사일 전략의 취약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남한과의 ‘전략적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남한 정부에게 명분을 주는 배려는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다. 북미 갈등이 남북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을 기대한다.

    남북관계 경색은 단기간에 끝내야 한다

    남한의 쌀 및 비료 지원 유보 방침과 이에 대응한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중단 조치로 인해 당분간 남북 관계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수 세력들은 대북 제재 수준을 높일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긴밀한 논의에 한국이 배제되고 있다거나 한미 양국 사이에 신뢰의 위기가 생겨나고 있다는 논리들이 언론을 휩쓸고 있다. 이들의 결론은 한미일 삼국 공조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남한의 대북 제재 동참이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남한의 대북 제재 동참은 북한이 오랫동안 지녀온 ‘피포위 의식’을 강화시킬 뿐이며, 남북관계의 파국을 초래할 뿐이다. 그렇다고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대북 제재는 북한 주민을 생존의 위기로 몰아넣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북한 인권을 운운하는 이들이 북한 주민의 생존에 무감각한 것은 역설적이다.

    미국과 일본을 필두로 한 대북 제재 논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과 북한은 상생적 협력으로 이를 돌파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남한은 지나친 명분에 집착하는 대신 조용한 대북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은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정치적 태도가 필요하다.

    추후 남한은 북한과의 공통 이익을 확장하기 위한 전향적 대북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선의만을 가지고 북한을 움직일 수 없음을 고려한다면, 공통 이익의 증대를 통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힘과 능력이 남한에겐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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