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시대,
노동과 환경의 끊어진 매듭 다시 묶기
[책소개]『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노라 래첼,데이비드 우젤(엮은이) 김현우(옮긴이)/ 이매진)
    2019년 07월 19일 11: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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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매듭 잇기 ― 기후변화와 정의로운 전환의 시대를 마주한 노동과 환경

죽어버린 지구에는 일자리도 없다. 1800킬로미터에 이르는 북미 키스톤 엑스엘 파이프라인 사업을 둘러싼 노동조합들의 상반된 태도, 에너지 전환의 흐름 속에서 불안해하는 한국의 전력 산업 노동자들, 군산, 울산, 거제, 통영에서 벌어지는 일자리 문제는 그런 위기의 전조다. 기후변화와 일자리를 둘러싼 전장에서 노동과 환경은 제때 풀지 못하고 끊어버린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이 끊어진 매듭을 어떻게 다시 묶을 수 있을까?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는 노동과 환경 사이의 끊어진 매듭을 다시 묶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2명의 연구자, 노조 활동가, 환경운동가는 18편의 글을 통해 여러 나라와 지역과 조직에서 이런 시도가 벌어지는 현장을 보여주고,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개념, 관련 정책의 역사, 생태경제학 이론, 노동정치와 노동조합 국제 비교 연구를 넘나들며, 생태적 한계의 위중함과 사회 정의의 중요성을 통합한 전환의 전망을 제시한다.

전통 제조업을 비롯해 농업, 광업, 서비스업, 남반구와 북반구의 상황까지 살펴 노동조합 국제주의와 사회적 노조주의의 갱신 같은 주제도 파고든다. 녹색 경제와 녹색 일자리의 잠재력뿐 아니라 오용과 퇴행의 가능성까지 들여다본다. 녹색 노동조합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와 정의로운 전환으로 나아가는 주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과 환경의 이인삼각 ― ‘일자리 대 환경’에서 ‘일자리 그리고 환경’으로

‘정의로운 전환’이란 지속 가능하지 않거나 환경에 해로운 산업과 노동이 환경적으로 수용 가능하고 노동자와 지역 사회에 이로운 형태로 전환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피해와 희생을 예방하고 공적 기제를 통해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개념이다.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은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산업이 발달하고 환경 오염이 심해지면서 임금과 노동 조건에 관심을 갖는 노동자 집단과 환경 파괴에 맞서는 환경운동이 갈라졌다. 둘 사이의 대화는 드물어졌고, 환경을 도외시하는 계급 이기주의라는 비판과 계급 관계를 간과하는 중산층 운동이라는 비난이 교차했다.

노동자와 환경이 서로 얽혀 있으며 지구화하는 자본을 공동의 적수로 삼아야 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기후 위기는 공장 안팎의 제도와 운동을 연결해 대량 생산과 환경 파괴를 가속하는 산업자본주의에 맞선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농업과 서비스 산업이라는 예외가 있지만, 주로 대공장 산별 노조의 정책에 초점이 맞춰진다. 교통, 철강, 화학, 시멘트 산업 등이 탄소 배출,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에 큰 책임이 있고 환경주의자들의 비판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노동 연구를 해온 필자들은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가 노동자와 노동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 노동자, 환경 사이의 관계가 다면적이고 복잡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동조합이 펼치는 다양한 정책들을 출발점으로 삼아 노동과 환경을 연결할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논의들은 ‘일자리 대 환경’에서 ‘일자리 그리고 환경’으로 노동과 환경을 둘러싼 논의의 틀을 바꿀 계기가 될 수 있다.

녹색 일자리는 가능하다 ― 기후변화 전장 속 정의로운 전환의 이론과 현장

희소한 자원,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불가피한 대량 실업 등 일자리와 환경을 둘러싼 디스토피아적 결과들을 막아낼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대안은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정의로운 전환의 일부로 이해되고 실현돼야만 한다. 전환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삶과 생계에 큰 영향을 받게 되며, 장기적 승자와 단기적 패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플랫폼 노동이 전면에 등장하고 내연 기관의 종말이 예고되는 지금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의 노동조합운동과 환경운동은 정의로운 전환 이론에 바탕한 새로운 기획을 무기로 들고 기후변화의 전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이 책을 쓴 연구자, 노조 활동가, 환경운동가들은 주장한다. 괜찮은 일자리의 가치가 노동 현장과 우리 사회의 심장부에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녹색 일자리도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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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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