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연근무제 대폭 확대 추진
    “과로사·과로자살 근무제, 크런치모드 일상화”
    이정미·노조·노동단체 “노동시간 줄이고 저임금 노동자 보호방안 추진해야”
        2019년 07월 18일 12:4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탄력근로제·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무제’ 전반을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이어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까지 확대된다면 주52시간 상한제 무력화는 물론, 이전보다 더한 장시간노동과 임금하락 우려까지 나온다. 노동계에선 “‘민생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죽이는 ‘민사국회’”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 민변 노동위원회, 알바노조, 전국여성노동조합,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연근무제 확대 및 최저임금법 개악 반대’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재량근로제 업무 대상 확대 등 유연근무제 확대는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임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유하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요구하는 유연근무제 관련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두 보수정당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시간을 3개월 또는 6개월로 확대하고,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를 법령에 한정하지 않고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해왔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6개월, 자유한국당은 1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 이내 정산기간을 평균해 1주 평균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제도다. 문제는 현행법 상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가능한 범위(1개월)를 6개월로 확대하게 되면 1주 40시간, 1일 8시간의 노동시간 제한이 없이 특정한 날이나 특정한 주에 폭발적인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이는 IT업계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불러온 ‘크런치모드’(Crunch Mode,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것)가 모든 업계에서 일상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정미 의원은 “이것은 야만의 상황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넣는 것”이라며 “크런치모드를 완전히 합법화해 과로사는 더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근로시간을 이렇게 운영하지 않으면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다’며 기업 해바라기 역할만 하는 보수정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요구하는 두 보수정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유연근무제는 과로사·과로자살 근무제”라며 “‘저녁 있는 삶’을 이야기했던 손학규 대표가 있는 바른미래당이 유연근무제 도입에 앞장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인 재량근로제는 업무수행 방법을 노동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 노사가 합의로 정한 시간을 노동한 것으로 보는 제도다. 노동시간 상한이 없어 과중한 업무가 주어져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수당을 받지 못하게 돼 장시간 노동, 임금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에선 연구직 등에 한정해 이 제도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두 보수정당은 모든 업종에 재량근로제를 전면 허용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의원은 “근로시간 특례제도인 재량근로제 확대는 노예제 시대에나 가능한 제도”라며 “도대체 이럴 거면 주 최장 52시간 제도는 왜 법에다가 명시를 해 놓았나. 아예 대한민국을 과로사 천국을 만들겠다고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확대도 모자라 유연근무제까지 들고 나온 자유한국당을 규탄한다. 이런 국회라면 국회가 열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민생 국회가 아니라 국민 죽이는 민사국회”라고 질타했다.

    회견 주최 단체들은 “한국 사회는 일상화된 장시간 노동과 20%에 가까운 저임금 노동자 비율로 소득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며 “국회는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지 말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 마련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