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국방칼럼]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
        2019년 07월 18일 1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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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일 미 국방부는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는 작년 1월 20일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방위전략’에 기반하여 ‘인도-태평양지역’에 대한 미국의 세부적인 국방전략을 문서화한 것이다.

    미국은 전세계를 인도-태평양, 북부(북미), 남부(중남미), 유럽,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로 구분하여 6개의 지역사령부를 배치하고 있는데 인도-태평양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보고서 형태의 구체적인 ‘전략’ 공개가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한반도가 속한 이 지역을 미국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인도태평양지역은 인도양과 서태평양지역을 말한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지역의 지속적인 안정과 번영이 미국의 이익에 대단히 중요하며 21세기에 들어와 이 지역에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을 이 지역의 패권(regional power)과 미국의 세계패권(global preeminence)에 도전하는수정주의 세력(Revisionist Power)’로 간주한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수정주의 세력’은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정반대되는 세계를 추구하는 나라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 국방부의 세부전략은 첫째 미군의 전투태세 준비(Preparedness)를 완비하는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전략의 핵심원칙 중 하나는 ‘힘을 통한 평화’(Preserve peace through strength)이다. 이 전략의 목적은 전투태세가 완비된 군을 전진배치하고 필요시 무력도 사용함으로써 경쟁국이 군사력으로는 원하는 목표를 얻는 것이 곤란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는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에 가장 가까이 주둔하고 있고 세계 최대의 해외미군기지를 보유한 주한미군과 한반도 후방의 주일미군은 미국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존재이다.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

    둘째 미국과 개별국과의 관계(Partnership)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전략의 원칙은 ‘부담 분담(burden Sharing)’으로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동맹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공동의 위협에 서로 책임을 분담하여 대항하면 안보에 대한 짐을 덜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최근에 이슈화되고 있는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은 한국의 안보가 한반도를 벗어난 이슈(중동 석유수송로 안전)와도 연관되어 있으니, 한국에 대해 동맹국으로서 ‘책임 분담’(Responsibility Sharing)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해군의 ‘대양해군비전’은 이러한 ‘동맹 강화’ 요구에 편승한 것이다. ‘2018국방백서’를 보면 해군은 제7기동전단을 기동함대사령부로 확대개편할 장기계획을 가지고 있다.

    셋째 미국과 개별국 간의 양자관계들을 연결하여 3자, 다자간의 관계로 확장(Promoting a Networked Region)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해상환적을 감시하기 위해 일본 요코스카해군기지의 미 제7함대 지휘함에 만들어진 8개국 50여 명 규모의 ‘단속협조팀’(ECC,Enforcement Coordination Cell)이 이에 해당한다. 궁극적으로 미국은 이 지역에 미국 주도의 ‘집단안보체제’(Networked Security Architecture)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평화에서 ‘대단히 중요(critical)’하다고 생각하는 한미일 삼각관계를 안보협력을 통해 강화하고 발전시키려 한다.

    지난 11일 우리 언론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유엔사, 유사시 유엔군사령부에 일본 참여 검토’ 보도는 이 방안과 구체적인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한미일군사정보공유’ 약정, 2015년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와 2016년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도 중국 견제의 목적을 위해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볼 수 있다.

    2018년 10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 45쪽 수록)

    지난 6월 30일에는 ‘북미 판문점회담’이 열리기 몇 시간 전 진행된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신남방과 미국-인도 태평양 전략을 조화롭게 추진할 것입니다.”라고 발언하여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참여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서 청와대가 이미 한 차례 참여를 부인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소위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입장 변화로 이해되어 보수언론의 환영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한국의 극우 보수세력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주목을 한 것은 이 보고서에 ‘친미반중’을 모토로 하는 그들의 입장에 부합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나오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성격이 다르게 서술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각 국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Linchpin)’인 반면 미일동맹은 ‘일본과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cornerstone)이다.

    한미연합군은 ‘한반도의 튼튼한 억지력’(robust deterrent)이지만 주일미군은 ‘인도태평양지역의 필수요소’(essential component)이다. 한국을 설명하는 부분에 ‘인도-태평양’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고 있고 한미동맹은 한국 방어 위주로 기술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보수언론의 생각처럼 한국정부가 아직까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 같지는 않다(미 국방부가 미일동맹의 하위파트너로 한미동맹을 인식한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린치핀(원래 바퀴의 가장 중앙의 축과 연결된 부분에 꽃는 고정핀을 뜻하며 ‘핵심’을 비유하는 의미로도 쓰임, 한미동맹을 뜻함)

    한국 정부의 입장은 2017년 10월 30일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제시한 ‘3불원칙’ –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미국 미사일방어(MD)체제에 동참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 –에 반영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11월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일이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공식해산도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동남아시아와 인도를 또 다른 번영의 축으로 삼으려는 해양경제전략이라고 할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에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개발도상국의 인프라에 투자하는 600억 달러 규모의 국제개발금융공사(IDFC,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 의 설립을 추진하는 경제전략이 포함되어 있다(2018년 10월 트럼프 대통령 서명 법제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인도태평양전략의 한 부분인 경제협력이라는 공통분모에 주목한 발언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전략의 공통점은 한미동맹을 중요시하면서도 미중 패권경쟁에서 어느 한 편에 치중하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다. 두 정부의 차이는 강대국 간의 빈 틈을 파고들 지렛대의 존재 여부였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사용해 한국의 운신 폭을 넓히려 한 반면 박근혜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다 보니 내내 미일동맹에 끌려 갔다.

    한편 인도-태평양지역에는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국가들이 많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비중이 높은 호주, 중국과의 국경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 또한 포기할 수 없어 미중 균형외교가 필요한 인도, 그리고 이미 미중의 각축장이 된 동남아시아가 있다. 모두 한국의 전략에 관심이 많다. 그런 차원에서 신남방정책을 또다른 지렛대로 키워 볼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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