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노동자 딴저테이 사망사건
    법무부, 인권위 권고 무시·불수용···사과도 거부
    대책위 “이주노동자들을 잔인한 단속, 폭력, 죽음으로 내몬 법무부, 책임도 방기”
        2019년 07월 17일 1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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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미얀마보다 20배 정도 더 잘사는 나라인데, 왜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한지 모르겠습니다.…(중략)…한국 사회가 왜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쉽게 버리려고 하는 것인지 오히려 물어보고 싶습니다. 한국 사람들, 한국 사회가 법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법을 모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딴저테이 씨의 친구 난우 씨)

    지난해 8월 김포 한 건설현장의 법무부 단속 과정에서 미등록체류자인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8m 아래 지하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사고 현장을 목격한 난우 씨는 한국을 떠나기 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불수용한다는 법무부의 회신자료를 확인하고 이런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난우 씨는 “법무부에서 제 친구에게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한 결과를 보았다. 마음이 매우 안 좋다. 제 친구가 왜 떨어졌는지 아직도 정확한 이유도 모른다. 제가 한국을 떠나는 것에는 제 친구 딴저테이 때문이 크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서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언젠가는 집으로 가는 것을 꿈꾼다”며 “하지만 우리를 뒤에서 지지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달에 15일 정도는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잠을 제대로 못잔다”고 했다.

    이어 “제 친구는 농장에서 일하는데 아침 여섯시에서 저녁 여섯시까지 일하는데 160만원을 받고, 한 달에 한 번만 쉰다. 손 관절이 많이 안 좋아졌다. 사장님한테 돈 올려달라고 하면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고 한다. 고용센터에 도와달라고 가도 말도 못해서 그냥 가라고 쫓아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난우 씨는 “법무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쫓아내려고만 하지 말고 어떤 게 어려운지 잘 봐줬으면 좋겠다. 불쌍하니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그것에 대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제 얘기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인권위는 ‘단속과정에서의 이주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통해 지난 1월 16일 딴저테이 씨의 죽음에 법무부의 책임이 있다는 결정문을 발표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출입국 단속반원들은 딴저테이씨가 추락했음을 인지했음에도 119에 신고한 것 외에 어떠한 구조 활동도 하지 않은 채 단속을 지속했다. 119 구조대가 도착한 후에도, 단속반원들은 구조과정에 제대로 협력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직권조사로 확인한 인권위는 사고 책임이 있는 관계자 징계와 인명사고 위험 예상 시 단속 중지, 단속과정 영상녹화 의무화, 안전대책 마련, 과도한 물리력 행사 방지, 단속 직원에 대한 인권교육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 내용 대부분에 대해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인권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하며,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 대해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밝히면서도, 인권위 직권조사 중 확인한 사고의 책임성과 단속과정에서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회신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책임자 징계조치, 단속과정에서의 영상녹화 의무화 권고 모두 거부했다. 특히 영상녹화 의무화 권고에 대해선 “초상권 논란이 있어 전면도입은 어렵다”는 주장을 폈고, 형사사법 절차에 준하는 감독 방안 마련에 대해서도 “입법정책상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가 수용한 권고 사항은 단속반원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 등 정도다. 딴저테이 씨를 비롯한 무차별 단속으로 죽어간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끝내 거부한 셈이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는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은 회피한 채 일선 단속직원 교육 위주의 조치만을 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 인권 보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대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대책위의 법무부 규탄 기자회견

    살인 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청와대 사랑체 앞에서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한 법무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이주노동자들을 잔인한 단속과 폭력과 죽음으로 내몬 법무부가 지속될 폭력과 죽음들을 막아낼 수 있는 역할까지 방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법무부 및 출입국외국인청의 관계자들은 어느 누구도 지금의 단속의 과정이 인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다치고 죽는 이주민들이 공권력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들로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법무부에 대한 권위와 신뢰의 무게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고 역사 앞에 사과하기를 거부하는 당신들 자신들”이라며 “법무부는 공권력 집행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가져야 함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대책위는 미등록 체류자 단속 문제에 관한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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