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방형 예비경선제 도입 정계 개편 신호탄
        2006년 07월 20일 12: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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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인 2001년 7월, 노무현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은 조선일보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당원들 앞에서 조선일보를 쥐고 흔들면서 "이회창의 기관지", "조폭언론"이라고 맹폭해 가는 곳마다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노 고문은 "강연할 때 보면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대목에서 박수가 가장 크게 나오더라"고 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당심’과 ‘민심’의 성감대였다. 민주당원들은 조선일보에 대한 피해의식을 늘 갖고 있었다. 조선일보가 끊임없이 DJ를 박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심’도 조선일보의 전횡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안티조선 운동이 본격화된 것도 그 즈음일 것이다.

    노 고문이 조선일보를 타깃으로 삼은 건 ‘당심’과 ‘민심’을 일거에 양득하는 영리한 계략이었다. 당내 조직도, 기반도 없던 노 고문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서 순식간에 이인제 상임고문과 양자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당시 동교동계 주류가 후원하던 이 고문은 당내에서 대세론을 구가하던 터였다.

    당시 신문을 보면 "조만간 이인제 고문을 추월할 것"이라는 노 고문의 호언과 "과격한 발언해서 반짝 인기가 오른 것에 불과하다"는 이 고문의 시큰둥한 반응이 나온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노 고문은 자신의 장담대로 판세를 뒤엎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다.

    노 후보의 승리는 민심과 당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한 자신의 감각에 우선 힘입은 바 크지만 ‘완전국민경선제’라는 낯선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던들 불가능했을 것이다. 4년 전 완전국민경선제는 경쟁력 있는 ‘당내’ 주자를 선출하기 위한 제도적 고안물이었다.

    최근 여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개방형 예비경선제)’는 ‘당 바깥’의 가능성있는 주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 장치에 가깝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제3후보론’과 거의 자동적으로 연동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는 지금 여당의 난감한 처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혁규 의원은 ‘제3후보론’에 대해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의장의 지지도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나오는 얘기"라며 "당 국회의원들도 그렇고, 일반 국민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패’로는 대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것,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가능성 있는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 그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오픈 프라이머리’가 필요하다는 총론에 대해서는 계파를 불문하고 대개의 여당 사람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참정연 회장인 이광철 의원은 "공직 후보자 선출에 국민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건 긍적적인 것 아니냐"고 원론적인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김혁규 의원은 "민심을 가지고 후보를 선출해야지, 민심과 괴리된 당심으로 선출하면 선거에서 반드시 패한다"며 "기간당원에 의한 공직 후보자 선출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객관성 있는 선거인단 모집이 어떻게 가능할지 신중히 연구하고 검토해서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전 의장이나 김근태 의장의 경우도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대권을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을 확 낮추더라도 좀 더 큰 판에서 뛰면서 경쟁력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는 후사를 도모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택지는 분명하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민병두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는 경쟁력 있는 외부 인재를 끌어올 수 있다는 것 말고도 내부의 인재를 키운다는 양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근태계인 정봉주 의원은 "오픈 프라이머리는 우리당의 틀을 뛰어넘어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중도개혁 세력을 묶어내기 위한 방법론"이라며 "(오픈 프라이머리가 채택되면) 중도개혁 세력 누구라도 후보자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 인사 가운데서 ‘도로민정당’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뛰쳐 나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후보자로 나설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정 의원은 "개헌과 오픈 프라이머리는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시 김근태계인 이목희 당 전략기획위원장도 "민심을 좀 더 반영할 수 있는 경선제도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지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에 공감한다"며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더라도 우리당의 정체성(중도개혁)에 공감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을 보탰다.

    오픈 프라이머리에 찬성하지만 당의 중심성은 놓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기남 의원은 최근 신진보연대 주최의 토론회에서 "우리당을 살리는 길이 과연 구걸식의 정치연합이냐"며 "개혁적 중도정당과 그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의 창출, 이를 통해 핵심 지지층을 결속하는 것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신 의원은 지난 2001년부터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찬성해 왔다"며 "다만 이 제도가 특정인을 위한 제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원이 되면 누구나 후보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후보의 요건을 당원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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