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8590원
공익위원, 사용자 안 지지
구제금융 때 199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10년 이어 세번째로 낮아
    2019년 07월 12일 10: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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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최저임금(8350원)보다 2.87%(240원)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보수진영의 최저임금 인상 공격에 정부가 결국 백기 투항하고 경제악화의 책임을 저임금 노동자에게 지게 한 셈이다. 노동계는 “실질적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며 “소득주도성장 폐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12일 새벽까지 이어진 1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의 안인 8590원(2.87% 인상)을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으로 결정했다. 월급(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으로는 179만5310원이다. 올해(174만5150원)보다 5만160원 오른 액수다.

노동자위원은 6.3% 올린 8880원을, 사용자위원은 2.87% 인상한 8590원을 제시해 표결에 들어갔다. 그 결과 노동자위원의 안이 11표, 사용자위원 안이 15표를 얻었고, 기권 1표가 나왔다. 전체 27명 위원이 모두 참석했고, 노·사·공 각각 9인으로 구성된 점은 감안하면 9명의 공익위원 중 6명이 사용자위원 안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인상률 2.87%는 구제금융 때인 1999년(2.69% 인상)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2.75% 인상)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부터 2년간 각각 16.4%, 10.9%로 연속 두 자릿수로 올랐다.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 이후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최저임금 인상 공세를 높이자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며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폐기했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모습(방송화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 후 “최근 어려운 경제·사회적 여건에 대한 우리 자신의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며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문 정부 끝내 자본 편, 시대정신 외면”…사 “동결 안 돼 아쉽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결정을 넘은 경제 공황 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고 평했다. 노측은 최초요구안으로 19.8% 인상(1만원)하는 한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의 절규를 짓밟고 최저임금이 가진 의미를 뒤집어 끝내 자본 편으로 섰다. 나아가 정부가 가진 권한으로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의 실질적 삭감에 머무르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숱한 노동개악 법안과 더불어 최저임금제와 탄력근로제 개악이 예정돼 줄 서 있다”며 “최소한의 기대조차 짓밟힌 분노한 저임금 노동자와 함께 노동개악 분쇄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결국 최저임금 평균인상률은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른 게 없는데 최저임금법만 개악됐다”고 비판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참담한 결과”라고도 했다.

한국노총은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통한 최저임금 1만원을 통한 양극화 해소, 노동존중사회 실현도 불가능해진 것”이라며 “향후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동결을 이루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사측은 최초 요구안으로 4.2% 삭감안(8000원)을 냈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은 성과”라면서 “최근 2년간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기대했던 동결을 이루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조만간 설치할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전문위원회에서 업종별·규모별 차등적용을 심도 있게 논의해 2021년 최저임금은 합리적으로 개선한 제도 위에서 심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보수진영의 마타도어, 정부의 무대응…이번에도 고통은 노동자의 몫”

정치권도 평가는 나뉜다.

정의당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호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2020년 최저임금 만원 달성이라는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인간적인 삶의 수준을 영위하기 위한 최저한의 방어선”이라며 “과연 한 시간에 9천원, 한 달 18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주거비와 생활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저축까지 모든 것이 해결이 가능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모든 경제 문제가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된다는 보수 진영의 지독한 마타도어에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한 적이 없다”면서 “청년과 노동자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늘만을 살아가는데, 그 청년들에게 주는 임금이 너무 많아서 경제가 무너진다고 하는 이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 반박을 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고통은 오로지 노동자의 몫이 됐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위정자들이 스스로 고통 받는 것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이 받는 고통을 외면한 결과”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공약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합당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국민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실질적 삭감안이나 다름없다”며 “무능력, 무기력, 무책임이 불러온 국민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재벌과 재벌의 하수인들이 펼치는 공세에 힘없이 고꾸라져 자신의 공약도 내팽개친 무능력, 인건비가 올라서 너무 힘들다는 자영업자의 호소에 ‘프렌차이즈 대기업의 갑질과 임대료가 문제’라고 대책 하나 못 내어놓는 무기력, 최저임금으로 온 식구 생계를 꾸려나가는 노동자 가족의 삶을 외면하는 무책임으로 인해 고통은 대다수 일하는 국민이 짊어지게 생겼다”고 질타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에 대해 “노사 합의 성과”라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노사 대표간의 성숙한 합의 정신이 돋보인 결과”라며 “노사 서로 한 발씩 양보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작금의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경제 위기 등의 상황에 노사가 합심해 대처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히는 결과”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에 합의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단을 환영하며, 혁신적 포용성장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더욱 큰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면서 “적정한 수준의 결정이라고 보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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