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죽을 순 없다"… 철망 끊고, 고속도로 막고
    2006년 07월 19일 10: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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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3시 하이닉스 청주공장 정문. 두꺼운 쇠철문 뒤로 육중한 콘테이너가 정문을 견고하게 틀어막고 있었고, 그 뒤로 날카로운 철망이 여러 겹 둘러쳐 있었다. 공장 담벼락 위에는 만지기만 해도 손이 찢어질 것 같은 예리한 철망이 겹겹이 쳐져 있었다. 공장 안으로 강아지 한 마리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집회 시작시간이 다가오자 하늘은 기다렸다는 듯이 빗줄기를 쏟아냈다. 2005년 6월 대전노동청 앞 집회가 그랬고, 그 해 가을 청와대 앞 집회가 그랬다. 공장에서 쫓겨난 지 1년 7개월, 600일의 한이 서린 빗줄기를 맞으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 19일 오후 3시 금속산업연맹 1,500여명의 노동자들이 하이닉스 청주공장 앞에서 ‘하이닉스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 금속노조)
 

하이닉스 공장 앞 도로는 1,500명의 노동자로 가득 찼다. 금속노조는 대전충북지부가 이날 4시간 파업을 벌이고 조합원 700여명이 공장 앞으로 달려왔다. 수도권과 호남, 충청권지역 금속노조 간부들 400여명도 함께 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다시 한번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날 집회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검은 조끼를 입은 기아자동차 조합원들이었다. 기아자동차노조 대전과 충청지역 정비와 판매지부 400여명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 청주까지 달려왔다. 지난 6월 30일 산별노조 전환 이후 처음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연대집회가 열린 것이다.

산별전환 이후 대공장-중소공장 첫 연대집회

   
 
 

2004년 12월 25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나 570일째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들에 대해 정부도, 시민단체도 하아닉스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악랄한 하이닉스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금속노조는 하이닉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다시 간부들을 청주로 집결시켰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투쟁승리를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 참가한 1,500명의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가자”는 한 맺힌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위원장은 “하이닉스매그나칩 해수로 3년 그 절절함이 공장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며 “우리가 연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3년이 걸리든 4년이 걸리든 이 땅의 비정규직의 절절함을 가슴에 안고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박순호 지회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1년 7개월 동안 많은 것을 잃었고 지금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늘 이 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힘을 보여주고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노조 연대투쟁 못한 것 반성”

기아자동차 남택규 위원장은 “비가 오면 폭우에 파업한다고 비난하고 비정규직과 연대해 파업하면 불법파업이라고 고소하고 가만있으면 귀족노동자라고 비난하고 이것이 대기업노동조합이 처한 현실”이라며 “대기업노조가 비정규직과 연대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아차노조가 이 연대투쟁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가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16만 금속노조의 중심에 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확실하게 연대투쟁하겠다”고 역설했다.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은 “저 악랄한 자본에게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고야 말겠다는 우리의 심장을 꺼내보이도록 하자”고 역설했고, KM&I 비정규직 김영대 분회장은 “사람다운 권리를 찾기 위해서 끝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집회 도중에 포항에서 경찰의 방패에 머리가 찍혀 뇌출혈로 쓰러진 건설노동자가 생명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합원들은 분노했다. 금속노조 최용규 사무처장은 “농민들을 방패로 때려죽이고 경찰청장이 파면당한지 얼마나 됐냐?”며 “밑바닥에서 온갖 천대와 멸시를 받고 살아왔던 60이 넘는 늙은 노동자들을 또 방패로 찍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위험에 처했는데 온 나라에서 노동자만 때려죽이는 정권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똑똑히 보여주자”고 분노했다.

북문 옆 50m 철조망 걷어내다

4시 30분 조합원들은 곧바로 공장 정문 앞에서 하이닉스와 매그나칩 상징물에 대한 화형식을 갖고 행진을 시작했다. 공장 북문 앞에 도착한 조합원들은 쇠로 만든 담벼락에 밧줄을 걸어 담을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이어 철망을 끊어내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공장 안에는 수백명의 경찰들이 철통같이 공장을 지키고 있었다.

   
 
 

경찰들은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소화기를 뿌렸다. 도로 양쪽에서 길을 막아선 경찰은 방패를 휘두르며 노동자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한 여성노동자는 “경찰이 악질자본의 방패막이가 될 이유가 없다”며 당장 물러나라고 말했고 옆에 있던 다른 노동자는 “너희들은 제대하면 정규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냐?”며 우리가 왜 싸우는지를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50m에 이르는 철조망을 뜯어냈다.

노동자들의 분노는 하이닉스의 용역깡패로 변한 경찰을 향해 옮겨갔다. 성난 노동자들은 경찰에 맞서 거칠게 싸웠고 경찰은 방패와 곤봉으로 맞섰다. 40분가량 거친 몸싸움이 계속됐으나 경찰을 뚫지 못하자 조합원들은 시내로 행진을 시작했다.

   
 
 

50여 노동자들 한 때 중부고속도로 점거

6시 서청주교 4거리에 도착한 1천명의 노동자들은 6개 차선을 막고 집회를 시작했다. 금속노조 최용우 충남지부장이 “만약에 우리가 돌아가지 못할 공장이라면 그 공장 없애는 투쟁을 전개하자”고 말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6시 20분 일부 분노한 노동자들이 중부고속도로를 향해 뛰었다. 마무리집회를 하던 노동자들은 이들과 함께 하기 고속도로로 향했고, 경찰이 노동자들의 길을 막았다. 경찰은 중부고속도로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들을 쫓았고, 2명의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되고 나머지는 산 속으로 피했다.

노동자들은 연행자를 석방하면 집회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고 경찰이 석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행된 2명의 조합원은 8시30분쯤 풀려났다. 전국에서 모인 금속노동자들은 “다음에는 반드시 공장을 뚫고 들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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