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보다 더한 일 당해도
    직접고용 포기하지 않아”
    1500명 톨게이트 노동자 집단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 제1전선
        2019년 07월 10일 08:1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총이 열흘 넘게 고공·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직접고용으로 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10일 오후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고속도로 수납원 집단해고 철회·직접고용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비정규직을 지지율 관리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전체 노동자의 임금저하를 목적으로 한 시범대상으로 전락시켰다”며 “민주노총은 도로공사 1500명 집단해고 사태를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의 제1전선으로 상정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톨게이트 수납원 집단해고 사태 해결 과정과 결과로 과거 정부와 다름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톨게이트 투쟁을 민주노총 투쟁으로 격상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500명 집단해고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정부라고 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직접고용이라는 법적 판결과 정부 방침이 있음에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투쟁으로 그것을 실행하게 만들고 쟁취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유하라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와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소속이었으나, 근로자지위확인소를 제기해 1, 2심에서 모두 불법파견 판단을 받아내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태였다. 그러던 중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공사는 법원 판단에 따른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를 강제하고 있다.

    정규직화 방식을 정한 노사전협의체에서 공사 측은 애초부터 자회사 고용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회유, 협박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공사 측이 임금 30% 인상, 정년 1년 연장 등을 제시하는 한편, 직접고용이 이뤄질 경우 수납업무 외에 다른 업무로 배치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임금인상이나 정년연장 등이 아닌 직접고용을 통한 고용안정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유일한 요구사항이다.

    민주노총은 “도로공사 자회사는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의 산물”이라며 “도로공사 관리직들이 자신들의 또 다른 일자리로 활용하려는 사적 욕망이며, 도로공사 정규직노조의 자기이익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참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7월 1일부로 해고된 노동자들은 고공농성과 노숙농성 등을 통해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42명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고, 이달 1일부터는 청와대 앞 노숙농성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직접고용 절대 불가’ 취지의 입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의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해고보다 더한 것을 해도, 직접고용 포기하지 않고 투쟁”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법원 판단에 따라 공사가 직접고용을 하기 전까지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11일째 고공농성 중인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부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해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정부와 공사에 대한 원망은 이제 분노가 됐다”며 “직접고용 해주지 않는다고 포기하고 내어줄 일은 없다. 더 투쟁할 것이고 해고보다 더 한 것을 한다 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영업소지회장은 “우리는 직접고용을 요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법적으로도 공사 직원”이라며 “이번 해고사태는 이강래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묵인한 결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신이 말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약속에 책임져야 하며, 우리는 직접고용이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서정 민주노총 일반노조 칠서톨게이트지회장은 “우리 노조엔 다 해고되고 26명밖에 없다. 나는 민주노총이 뭔지도 모르고 이강래가 이번에 우리를 해고해서 문재인 대통령한테 물어보려고 여기에 와있다”며 “우리를 이렇게 길거리에 내몰고 문재인 대통령은 편하게 주무시느냐”고 개탄했다.

    전 지회장은 “용역회사 사장은 5만원 충전한 고객한텐 인사만 하고 30만원 충전한 고객에겐 커피 타서 대령하라고 한다. 그 교육을 6년간 받았다. 자회사로 돌아가 다시는 그 짓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는 절대 자회사에 가지 않는다. 직접고용 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회사 고용된 잡월드 노동자
    “자회사 전환, 우리는 속았다…직접고용위해 끝까지 싸워야”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투쟁을 하기에 앞서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잡월드에서 일하는 청소년 직업체험 강사 노동자들도 같은 싸움을 했다. 청와대 앞에서 열흘간 노숙하며 단식농성을 했지만 끝내 잡월드파트너즈라는 자회사로 전환 채용됐다. 당시 노사는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2020년까지 고용 및 처우개선 등에 관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3월 인적구성을 마치기로 한 협의회 구성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회사로 전환 채용된 이주용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부분회장은 “잡월드는 전국에서 제일 좋은 자회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용역이랑 다를 게 없는 게 아니라 용역보다 못한 곳이 잡월드의 자회사”라며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해고됐어도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감히 말한다. 계속해서 직접고용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회장은 “자회사인 잡월드파트너스에 고용된 후에도 최저임금, 강사들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취급했던 상황 모두 그대로”라며 “용역업체에서 가져가던 이윤관리비를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사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은 다 무시되고 고액 연봉의 중간관리자만 계속 늘고 있다. 자회사로 전환채용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단 하나도 이뤄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소수의 고액연봉자를 위해 비정규직을 팔아치웠다. 도대체 어디에 노동존중이 있나. 자회사는 비정규직을 속이는 것”이라며 “직접고용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법원 판단 짓밟는 정부에 시민사회계도 반발
    “문재인 정부 더 이상 노동자 기만 말아야”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면서 각계 단체들도 일제히 이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며 연대를 약속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결의대회엔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가 참석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국가는 막강한 권력과 정보가 있어 국민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1심에서 국가가 국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항소하는 것은 비용낭비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라며 “법원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한 것엔 이유가 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가 한 말처럼 비용 낭비하지 말고 법원 판단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자회사가 사실상 용역업체라는 사실도 지적했다. 김 상임활동가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회사가 문제라면 그 자회사를 공공기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면서 “(일례로)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테크는 공공기관이다. 청소노동자,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이 회사로 전환 채용됐는데 그들의 삶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한심한 것은 공공기관인 코레일테크가 회사 목적조항에 ‘용역업’을 넣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자회사가 ‘사람 장사’ 하는 곳이라고 자인한 것”이라며 “정부는 공공기관 해주겠다는 등의 기만하는 일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