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존중 자처 정부 총리의 노동관
    파업과 투쟁에 불법 딱지 붙이기 앞장
    민주노총 “노조와 노동권에 대한 천박한 인식”
        2019년 07월 10일 12: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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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국무총리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에 ‘불법’ 딱지를 붙이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노동계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과 노동권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낙연 총리는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의 고공·점거농성에 대해 “불법적인 방법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도로공사와 계약한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이 아닌,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하는 방식의 정규직화를 요구했다가 1500명이 집단 해고됐다. 해고노동자들은 서울요금소 톨게이트 캐노피 고공농성과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1, 2심에서 불법파견이라며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자회사 전환을 강요하며 이를 거부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다.

    이 총리의 이날 발언은 1, 2심에서 직접고용 판결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해고에 대한 언급 없이, 투쟁 방식을 부각하며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등을 ‘불법’으로 매도한 것이라 비판받을 만하다.

    이 총리는 또한 “전체 요금수납원의 78%가 이미 자회사에서 근무한다”며 “자회사는 종전보다 임금을 평균 30% 인상하고 정년을 1년 연장하는 등 직원 처우를 개선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도로공사와 노조가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뤄주시길 바란다”면서도 “앞으로 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해 자회사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사 타협을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자회사 전환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임금인상, 정년 1년 연장안에 대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을 위한 회유, 협박 정책이라고 반박해왔다. 이들에 따르면, 도로공사 측은 직접고용을 하게 되면 요금수납 외에 다른 업무로 배치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조합에 불법 딱지 붙이기를 그만해야 한다”며 “이낙연 총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해고자의 깊은 상처에 소금 뿌리는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시간과 권력으로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는 대재벌과 정부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고민해 상식적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이 총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노총 소속 우정노동조합의 총파업 철회 결정을 언급하며 “한 번도 파업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전통을 지키셨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조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파업권을 단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것을 놓고 ‘전통’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자랑스럽다고 치켜세운 것이다.

    정의당은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며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정부의 국무총리가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9일 국회 브리핑에서 “집배원의 사고와 죽음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파업 철회를 미담처럼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며 “이러한 현실을 개선해야 할 정부에서 노조를 경시하는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무겁게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짚었다.

    민주노총도 전날 낸 논평에서 “이 총리의 노동조합과 노동권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다”며 “명백히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부정한 범죄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하고 마땅히 전체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나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데, 어느 사용자가 노동권을 존중하려 하겠는가. 파업 철회를 자랑스럽다 찬양한 총리의 노동의식이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과연 이 총리가 차기 대통령 물망에 오를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도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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