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 귀순과
놓쳐 버린 '골든타임'
[국방칼럼] 상황 대응능력의 취약
    2019년 07월 09일 1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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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월 15일 새벽 삼척항으로 귀순했던 ‘북한 목선 ’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하여 정부가 부처별로 합동 조사한 결과를 3일 발표하였다. 대통령이 북유럽 3개국 국빈 방문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발생한 이 사건은 정권교체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의 위기대응태세에 허점이 많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번 사건은 야당의 주장처럼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해가 될 만한 성격의 것은 아니었다. 최초 목격을 한 민간인이 112종합상황실에 신고하여 출동한 해경이 해당선박(소형목선)을 예인하고 승선자 4명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상황은 조기에 끝이 났다.

해경과 육해군이 해당 선박이 삼척항에 입항할 때까지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이유와 경계작전과정에서의 미비점을 파악해서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한다면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사안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 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안을 복잡하게 키워버렸다.

이 사진 하나로 군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출처-KBS)

먼저 유관기관간의 공조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사건을 접수한 해경이 삼척해안경계부대인 8군단과 23사단에는 상황을 전파하지 않아 군병력의 출동이 늦어졌다. 해경과 군은 상황이 종료되고 난 이후에도 목선이 발견된 지점을 놓고 해경은 ‘삼척항’과 ‘삼척항(방파제)’,로 군은 ‘삼척항 인근’ 등으로 통일된 용어 사용 없이 각자 발표하여 국민들의 혼란만 부추겼다. 한술 더 떠 통일부는 ‘합동정보조사팀’에 정확한 확인 없이 배를 이미 폐기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발표를 하여 의혹에 불을 지폈다.

발견 당일 해경 보고서 (출처- 김정재 의원실, 연합뉴스)

정권교체 이후의 국방개혁이 무색할 정도로 국방부와 군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매우 취약했다. 이번 귀순사건은 군사분계선이나 공해상이 아닌 민간인의 접근이 자유로운 항구에서 일어나 애초에 군사보안이 유지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군은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이 군사보안상 적절하다는 주장만 고집하다가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스스로 빠져버렸고 합동 조사 발표 이후 기자단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도 여전히 이 주장을 고수하는 답답함을 보여줬다.

군은 타성적 판단을 답습했다. 합참은 초기에 군의 해상과 해안경계의 주임무가 ‘대침투 대비 경계작전’이라는 점에만 주목하다가 북한 소형 어선이 우리 군의 경계를 뚫고 삼척항에 입항한 의미를 과소평가했으며 결국 경계작전의 실패가 아니라는 오판을 내렸다. 상황전파가 늦어지고 초동조치가 미흡했으며 이후에도 군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은 ‘민간선박은 해경이 관할한다’는 지침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하여 이번 사건은 군의 소관이 아니라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었던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였다. 해경은 귀순자의 신병을 확보해서 국가정보원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중앙합동심문센터)에 인계했다. 여기서 국정원, 경찰청 보안국 그리고 군사안보지원사 인력으로 구성된 ‘합동정보조사팀’이 귀순자를 조사한 후 통일부는 후속조치로 북한 접촉을 진행했다.

군이 초동조치에 실패한 상황에서 국방부와 합참이 참여할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 국면을 국가안보실이 주도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방부에 대한 대통령보좌의 직무를 가진 제1차장실(산하 국방개혁비서관)과 상황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제 역할에 실패했다. 더구나 국가안보실 현역 대령을 기존 관행대로 기자단 통지 없이 국방부 브리핑에 참관시킴으로써 ‘청와대 개입 의혹’으로 전선을 확대시킨 것은 대단한 실책이었다. 김유근 국가안보제1차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엄중경고’ 조치에는 이런 배경들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청와대)

이번 귀순사건을 국방개혁과 연관지어 보면 문재인 정부의 실책 국방부의 문민화에만 신경을 썼지 국가안보실의 문민화는 소홀했다는 점이다. 군과의 연결고리인 제1차장은 ‘무늬만 민간인’인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이고 위기관리센터장과 국방개혁비서관은 현역 육군 소장이다. 현역들은 보직기간을 마치고 군으로 복귀해야만 하는데 이런 구도에서 청와대의 군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효과적일 수 없다.

또한 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흐름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이 중장으로 진급하는데 유리한 핵심보직이 되었다는 점이다. 직급도 소장으로 격상되었고 전임자 중 2명이 현재 문재인정부에서 중장으로 진급하여 임무를 수행중이다. 국가위기관리를 총괄해야할 전문직위가 군간부들에게는 단지 진급을 위해 거쳐 가는 관문으로만 인식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현재는 제2연평해전으로 불리우는 2차 서해교전이 발생한 2002년 6월 29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2002월드컵 폐막식 참석을 포함한 일본 방문을 앞두고 있었다. 정부는 사고 수습과 상황 관리에 최선을 다했지만 7월 1일의 전사자 장례식에는 ‘의전(해군장)’ 을 이유로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7월 2일 일본 방문에서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은 그제야 부상장병들을 위문했지만 국민과 유가족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간 후였다. 이후 제2연평해전은 햇볕정책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단초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민주당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

(출처 –KBS)

북한목선사건 역시 경계작전태세의 미흡을 넘어 정부 당국의 국민에 대한 심리전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발생한 의혹들을 국민 눈높이에서 신속하고 명료하고 투명하게 해소하고 상황관리에 주력했다면 자유한국당이 이 사건에 대해 대공 혐의점을 씌워가며 ‘안보무능’으로 몰아가는 수준의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교훈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언젠가 닥칠지 모를 국가안보위기에 대한 대응능력 개선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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