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이주여성 폭행 논란 커져
    “이주민 대한 편견·혐오가 인권유린 토양”
        2019년 07월 08일 11: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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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남성이 베트남 출신의 결혼 이주 여성을 폭행한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이주여성 폭행 사건은 결혼 이주여성의 불안정한 체류 지위를 악용한 것인 동시에, 그간 난민 등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이 만든 사건이다. 정치권에선 가정폭력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은 물론, 이주민에 차별적인 현 제도를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5일 SNS 등엔 한 남성이 “베트남 음식을 하지 말라”며 여성의 배와 얼굴 등을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에 여성은 폭력을 행사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으로 2살 된 아들이 울부짖는 가운데 남성에게 무방비 상태로 당하기만 했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를 보면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을 했다.

    한국인 배우자가 이주여성의 귀화나 체류 연장에 대한 절대권한을 가지면서 이러한 폭행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여성의 불안정한 체류 지위를 악용해 통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 비자로 입국한 이주 여성이 귀화라는 안정적인 체류권을 얻기 위해선 한국인 배우자의 조력이 필요하다.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 시급”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가해 남성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가정폭력과 이주민 차별 정책과 관련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서면브리핑을 내고 “결혼이주 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알려져 왔으나 국민적 관심이 사라지면 반복적으로 유사사건이 재발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참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귀화나 체류 연장을 무기로 해서 여성을 통제하는 경우가 이런 가정폭력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남 최고위원은 “폭력과 학대, 인종차별, 성차별, 성폭력으로부터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 한국인과 결혼한 배우자에게는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상담과 법률지원 등을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근본적인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가족을 향한 폭력은 가장 비겁하고 악질적인 폭력이다. 가정 내 일로, 개인사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는 국가사회와 공동체를 향한 폭력”이라며 “관련 입법들을 다듬어 나가는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현관문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의 폭력을 더 이상 가정사로 덮어서는 안 된다”며 “임시국회에서 가정폭력 관련법을 대폭 개정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현행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접근금지명령 위반 시 과태료 처분을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강화해보겠다”며 “주변의 가정폭력 사례에 대해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장려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서 더 이상 폭력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국제적 망신뿐 아니라 반문명적 범죄를 저지른 남편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함이 마땅하다”며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 여성들을 위한 철저하게 강화된 정부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주여성 폭행 사건,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토양”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민과 난민 등 이주외국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민낯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예가 이번 동영상”이라며 “이번 폭력 사건처럼 끔찍한 인권유린의 토양은 바로 이주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혐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정 대변인은 “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 예방과 교육은 물론 구조대책과 안전망을 촘촘히 마련하는 동시에, 이주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 인권의식을 전반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며 “다문화 가정은 엄연한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언어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등적으로 적용되어도 되는 인권은 없다”고 지적했다.

    윤소하 같은 당 원내대표는 상무위회의에서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국적 취득 문제로 인해 이를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는 원인 중 하나인 현재의 신원보증제도에 대한 개선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이주여성인권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의 지원 기관의 활동 폭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당도 논평에서 “남편의 ‘신원보증’에 의해서만 국적취득을 가능하게끔 만들어놓은 이 법부터 당장 폐지가 필요하다”며 “삶의 새로운 터전으로 한국을 선택한 그들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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