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출하는 날
아침밥은 후다닥 볶음밥
[밥하는 노동의 기록] 아침의 풍경
    2019년 07월 04일 10:1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다시 보육교사로 살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조마조마한 날들이 계속되고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잊어버려 당황하는 일이 잦다. 모든 업무가 여전히 몸에 붙지 않아 불안하지만 그 중 제일은 아이들의 안전이고 그 다음은 아침당직이다.

보호자가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야 하니 어린이집은 보호자의 사정에 맞춰 문을 연다. 보통 7시 30분이다. 아침에 문을 여는 일을 ‘조출’이라고 부르는데 조출 전날엔 혹시 늦을까 조마조마하여 우습게도 잠이 안 온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나는데 일찍 일어나지 못할까 불안하여 잠들 수 없는 밤이라니. 자는 아이를 들쳐 업고 와 나에게 맡겨야 출근을 할 수 있는 보호자의 사정을 생각하면 그렇다.

모두의 아침이 바쁘듯 어린이집의 아침도 바쁘다. 조출교사는 바로 보육을 시작할 수 있도록 곳곳의 매무새를 다듬는데 모든 일을 아이가 등원하기 전에 끝내야 해서 뛰면서 움직인다. 우리 어린이집의 경우 8시 전에 두 돌도 안 된 아이들이 집중적으로 등원해 아침밥을 먹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15분 남짓이다. 그 15분 동안 모든 창문을 열고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모든 보육실의 놀잇감, 교구가 제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걷고 주방 건조대의 식기를 살균기에 넣고 아이들 아침밥 먹일 준비를 하고 아이들이 쓸 새 컵을 꺼내 놓는다. 아이들이 오면 밥을 먹이면서 간간히 빨래를 갠다.

아침식사 시간이 너무 길면 아침간식이나 점심식사까지 영향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도 한 자리에 앉아 30분 안에 다 먹도록 어르고 달랜다. 이 때 누구 하나 똥이라도 누면 모태신앙 천주교 신자이지만 천수관음보살이 나였으면 좋겠다.

이러는 사이 내 새끼들이 일어는 났는지 차려 놓은 밥은 먹었는지 제 시간에 나갔는지 언뜻 궁금하기도 하지만 전화 한 통 할 짬을 낼 겨를이 없다. 의심에는 품이 드니 그냥 잘 하고 있겠지 믿고 치운다. 안 믿으면 어쩌겠는가, 이젠 쫓아다닐 수도 없는데. 아마 어린이집 아이들의 보호자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침에 일찍 온 아이들이 저녁엔 빨리 갈 것 같지만, 저녁에도 늦게 간다. 살뜰하게 돌보려 애쓰지만, 10시간 가까이 시계와 교사의 지시에 맞춰 움직이고 친구와 놀잇감을 나눠 쓰고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다. 규율을 일찍 배우는 것도 또래와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주5일, 하루에 10시간을 지키며 사는 건 힘든 일이다.

아이들이 보호자와 아침에 조금 늦게 헤어지고 저녁에 조금 일찍 만나도록,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나라 망한다는 소리는 접어두고 노동시간을 더 줄일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실현시켜야 한다. 그 덕에 나도 내 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은 보고 집을 나설 수 있게.

필자소개
독자. 밥하면서 십대 아이 둘을 키운다 .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