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출항, '아슬아슬'
    2006년 07월 18일 11:21 오전

Print Friendly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체제가 18일 주요 당직 인선으로 본격적인 항해에 들어간다. 칩거를 마친 이재오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처음 참석했다. 하지만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은 동거 첫날부터 당 안팎에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닻은 올렸지만 난항이 예고되는 이유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주요 당직 인사를 단행했다. 당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미래모임’ 권영세 의원과 5.31 선거에서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한영 전 최고위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다. 또한 사무총장에 허우영 의원, 여의도연구소장에 임태희 의원을 임명했다. 공동대변인에는 유기준·나경원 의원이 임명됐다.

강 대표는 인사과 관련 “적재적소를 원칙으로 선수와 출신지역을 고려했으며 특히 2007년 대선에 대비해 당의 화합을 도모하고 활력을 제고하는 데에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후 의원총회 이후 인선할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단 인사를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재오 최고위원 역시 이번 인사를 수용하고 동의했다. 하지만 당초 이 최고위원의 합류 이후 강 대표가 당직 인선을 논의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이미 전날인 17일 이같은 인사 안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예고됐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와 전화인터뷰에서 “자칫 인선을 잘못해서 당이 더욱 왜소해지거나 당이 더욱 수구 보수로 거꾸로 돌아가서 정말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점점 잃어가게 만드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와 관련 “색깔론을 가장 강하게 제기한 사람이 강재섭 대표”라면서 “선거 끝났다고 내가 했다, 안 했다 하는 것도 우스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심은 색깔론이 먹히지 않고 정말 한나라당이 재선 승리를 위해 어떤 사람들이 뽑혀야 하는가를 걱정하는데 우리 당 안에는 아직도 색깔론과 대리전이 먹힌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재섭 대표는 “사과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 등 소장파에서 제기된 강재섭 대표의 사과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강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최광기의 SBS 전망대>에 출연, “내가 색깔론을 제기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내가 책임지고 사과해야 할 일도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박근혜 대표 친정체제라는 대리전 논란과 관련해서도 “그런 평가를 들으면 모욕감을 느낀다”며 “나름대로 5선의원의 품성, 경력 등을 평가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라디오방송 인터뷰에 이어 당내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의 신경전이 주목을 받았다. 강 대표가 먼저 “색깔론, 대리전 이야기가 나오고 전당대회 후유증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 “제 개인의 책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대표로서 유감스럽다”면서 “이 부분을 잘 정리해서 당이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총력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를 바로 응수하지는 않았지만 당대표 선거결과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수해복구에 당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조하면서 “나라가 어려울 때 당이 민심을 따라가야 하고, 당과 민심이 따로 놀면 국민의 기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대표 선거에서 이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상 강 대표를 앞섰으나 대의원 투표에서 역전패했다.

당무 복귀에 앞서 이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와 관련한 강 대표 측의 사과와 대리전에 대한 진상조사 등이 “재발방지 차원에서 약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또한 대선 후보 경선의 공정성 담보도 강조했다. 전당대회의 대리전 논란 때문이라지만 현 지도부에 대해 친 박근혜 성향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동거 첫날,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의 신경전이 향후 더 큰 갈등을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들리는 이유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