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대선 정국, 무승부를 향한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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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18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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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멕시코에 체류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전문프리랜서 박정훈씨의 대선정국해설기사 전문이다. 필자는 2001년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원주민 사령관을 특종 인터뷰하면서 한국 언론에 기고를 시작해 중남미 8개국에 관한 르뽀 기사를 기고해왔다. 그는 또한 스페인어 번역가로서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게릴라의 전설을 넘어>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필자는 아래 글에서 한국에 알려진 멕시코 대선에 대한 진실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멕시코 대선을 라틴아메리카에서 추진되어온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그리고 빈곤이라는 현실을 고려해서 분석한다. 그러면서 멕시코에서 벌어진 좌우파의 선거투쟁이 실은 "무승부를 향한 싸움"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 <편집자 주>

    멕시코의 차베스, 로뻬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집권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더욱 심각해진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빈민층에게 정부 보조금을 확대하는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나프타를 “확 뜯어고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이 보여주듯 국경 장벽을 설치하고 군을 파견해 국경 치안을 강화하려는 워싱턴의 정책에 강력한 반기를 들 것이며 좌파로 기운 남미의 여러 나라들과 관계를 긴밀하게 강화할 것.

    친미 시장경제주의자, 펠리뻬 깔데론 후보가 집권하면 에너지 분야(전기, 석유)의 민영화를 과감히 추진하는 데 필요한 외자를 유치할 것이고 미국 내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양국간의 이민협정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가져갈 것이며 최근 주춤해진 중남미 반미좌파 바람에 맞서 중남미 친미국가들과의 연대를 도모하려고 할 것

    한국언론이 멕시코 대선을 앞두고 써 내려간 두 가지 시나리오의 내용이었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 근거해 이미 멕시코 대선 결과에 대한 분석도 끝난 상태였다.

    깔데론 후보가 당선되면 "중산층이 경제안정과 세금인하 정책을 추진하려는 우파 후보에게 손을 들어주었다"고 진단하고 오브라도르 후보가 당선되면 "중산층이 6년간의 폭스 정부의 실정에 실망해 성장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우파 정부보다는 분배라도 제대로 성취할 좌파 정부를 선택했다"고 분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같은 시나리오와 분석은 외신보도에 기반한 모래성에 불과하다.

    좌파와 세계화

    먼저 로뻬스 오브라도르 진영의 얘기를 들어보자.

       
     ▲ 로뻬스 오브라도르.(사진=라 호르나다)

    작년 3월 선거 운동을 앞둔 로뻬스 오브라도르 후보는 측근 참모를 뉴욕과 워싱턴에 3일간 파견한 적이 있었다. 오브라도르 진영의 정치전략가 마누엘 까마초 솔리스는 “국가 경제의 안정과 국제경제관계에 리스크를 줄 만한 어떤 변화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미국을 방문했다”고 <뉴스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자율이 상승하고 자본이 유출되고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고 그로 인해 외채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자신이 집권하게 되면 결국 그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1982년 이전 멕시코는 이른바 “수입대체산업화”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 시절 산유국 멕시코는 “오일쇼크”로 알려진 유가 급등의 톡톡한 덕을 보았고 새로운 유전의 발견에 상당히 고무되었다. 그로 인해 낡은 국가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은 줄어들게 되었고 막대한 국가보조금을 쏟아 붓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결국 1982년 외채위기가 도래했고 구제금융 지원의 조건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되었다. 이 같은 흐름은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더욱 가속화했다.

    현재 멕시코 수출의 90%는 미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미국자본의 대 멕시코 투자도 50억 달러에서 210억 달러로 급증했다. 미국계 대규모 유통체인망 월마트는 민간부문에서 가장 큰 고용을 창출했고 14만 명의 멕시코 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화한 경제현실은 오브라도르 후보의 경제 정책의 한계를 설정한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자신의 집권청사진이 담긴 책 <국가의 대안 프로젝트>에서 “멕시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정책을 지지할 것이고 개정된 토지관련 법률(토지 분배조항 철폐한 토지 상품화 조항)을 존중할 것이며 마낄라도라 산업(미국과의 국경 지대에 들어선 가공조립공장들로 멕시코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서 제품을 조립해 미국으로 수출한다)에 대해서도 어떤 제약을 가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멕시코 시티의 대규모 유세에서 오브라도르 후보는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고 관광업을 활성화시키고 세 개의 정유공장을 신설하겠다”는 등 일련의 성장정책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외채를 늘리지 않고 국가재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사회 복지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50%에 이르는 탈세를 막을 강력한 조세정책을 추진하고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고위 공무원들의 연금을 삭감해 사회복지재정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오브라도르 후보의 정책의 요체는 기존의 경제정책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국가가 성장과 복지를 이끄는 기관차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집권한다 해도 세제 개혁으로 사회복지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정책이 성공할 리는 만무하다. 외국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상류층, 기본적인 사회안정망 조차 갖추지 못하고 비공식부문에서 일하는 절반의 국민 사이에서 결국 세금을 내는 것은 고스란히 중간층의 몫이란 것을 깨달은 공식부문의 노동자들이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력한 조세정책으로 상류층을 압박할 경우 자본유출이 더욱 광범위하게 벌어질 것이다.

    사실 멕시코 시티 시장 재임시절 오브라도르 후보의 사회복지 정책은 실제보다 과장되게 알려진 감이 없지 않다. 그는 시장 재임시절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약 8만원의 연금을 매달 지급했고 약 1만 4천의 모자가정의 학자금을 지원했으며 공공주택을 건설하고 서민대출금의 규모를 늘렸고 멕시코 시티 자치대학을 비롯한 여러 공립학교를 세웠다. 그 결과 정책의 수혜자인 멕시코 시티의 서민층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폭스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정부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일이었다. 제도혁명당 정부의 정책을 이어 받았지만 “기회”라고 새롭게 명명한 연방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주로 농촌지역의 빈민들에게 생활보조금 혹은 학자금 지원의 형태로 제공해왔다. 또한 공공주택을 건설하고 공립학교를 세우는 일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최근 연방정부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시지역으로까지 확대했다.

       
    ▲ 로뻬스 오브라도르(오른쪽)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시티 시장 당선자.(사진=박정훈)

    오브라도르 후보의 인기는 사실 그가 멕시코 시티 시장 재임 시절에 추진한 고가도로건설, 멕시코 시티 중심가 정비, 도시 교통체계 정비 등 도시 기반 시설의 확충에서 비롯된 것이 더 크다. 이 같은 정책은 시 재정의 투입과 민간자본의 참여를 통해 이뤄졌는데 그 과정에서 멕시코 시티 정부 재정 사정이 악화했다는 비판이 대두되었다.

    깔데론 후보는 이를 선거운동에 적절히 활용해 오브라도르가 집권하면 멕시코가 과거 제도혁명당 정부들처럼 빚더미에 올라 앉을 것이며 “서민의 소득을 올려주겠다던 한 대통령은 임금을 20% 인상한 뒤에 물가를 100% 올려놓았다”면서 소득 재분배 정책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1982년 이전 정부들의 포풀리즘을 환기시키는 데 성공했고 결국 적지 않은 중간층이 세제 개혁에 대한 반대와 포풀리즘에 대한 공포로 깔데론에게 표를 던졌다.

    또한 나프타 재협상과 관련해서도 오브라도르 후보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의 반경은 그리 넓지 않다.

    사빠띠스따 민족해방군의 기관지 <레벨디아>의 편집장인 세르히오 로드리게스는 “오브라도르 후보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할 때는 자신을 중도라 하고 농민들 앞에선 좌파라고 한다. 그가 집권해도 나프타 재협상을 추진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2008년에 예정되어 있는 옥수수를 비롯한 멕시코의 주 곡물에 대한 전면개방 일정을 다소 늦추는 것일 뿐”이라고 적절히 지적한다.

    깔데론 선본의 국제담당 아르뚜로 사루깐도 “나프타를 재협상하겠다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면서 “멕시코가 조항을 바꾸겠다고 나서는 순간 미국과 캐나다도 자신들의 요구를 들고 나설 것”이며 “결국 나프타 협상이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오브라도르 후보는 최우선 국정과제인 미국 내 멕시코 인들의 체류지위 합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매년 45만 명의 멕시코 사람들이 국경을 건너 미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으며 어느새 그들의 수가 천 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이 보낸 송금액은 석유수출소득 다음으로 멕시코 외화 획득의 두 번째 원천이며 2005년 통계 200억 달러에 이른다.

    폭스 현 대통령과 각료들조차 미국이 국경장벽을 설치하고 군을 보내 국경치안을 강화하려는 정책에 강력히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이 같은 뉴스가 처음 멕시코에 알려졌을 때 오브라도르 진영은 신중하게도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한 텔레비전 방송국의 기자의 질문에 “폭스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며 우리도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에 선관위에 의해 당선자로 선언된 깔데론 후보는 미국의 이 같은 정책에도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오브라도르 후보가 속한 민주혁명당(PRD)의 싱크탱크 민주혁명연구소 소장 호르헤 깔데론은 “북미자유무역협정(미국, 캐나다)을 유지하면서 남미공동시장소속 국가들(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과의 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오브라도르 후보가 대미정책과 대중남미정책의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관측과 달리 오브라도르 후보가 집권하게 될 경우 가장 먼저 미국을 방문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급격한 변화가 없을 것을 알리고 긴급현안인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기도 하다.

    우파와 빈곤

    그렇다면 펠리뻬 깔데론이 집권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 선거운동 기간 국민행동당의 깔데론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깔데론 후보는 사탕수수 재배지역인 모렐로스 유세에서 “모두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교육 시설을 확충하고 병원과 보건소의 수를 늘릴 것이며 진료 차가 마을을 순회하도록 할 것이고 의료보험을 통해 어린아이들의 건강을 확실하게 책임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자신이 산업자원부 장관 시절에 “농민들을 위해 트랙터와 비료 가격을 낮추고 신용대출의 벽을 낮추었다” 사실을 환기시켰다.

    또한 깔데론 후보의 측근 아르뚜로 사루깐 국제담당은 “우리는 신자유주의자라는 딱지를 거부한다. 교육과 의료 부문은 국가가 책임감 있게 개입해야 한다. 그리고 2개로 갈라진 멕시코(즉 북부의 부유한 멕시코와 남부의 가난한 멕시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부를 개발시키기 위한 다양한 국가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대미현안인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서 “이민자 문제를 안보 문제로 보는 미국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양국의 노동시장에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문제로 바라본다”면서 미국내의 멕시코 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대중남미정책과 관련해서도 그는 “깔데론 후보가 멕시코가 그간 중남미에서 잃어버린 지도력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면서 “민주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그 어떤 나라와도 협력을 강화해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자신들이 중남미 나라들을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데올로기적 잣대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세계 속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데 동의하는 여러 나라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멕시코의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깔데론 후보도 당선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라틴아메리카의 한 나라와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방문할 나라가 친미우파로 알려진 우파 후보가 당선된 콜롬비아가 아닐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나라가 남미의 최강자인 브라질일 것인지 아니면 가장 개방적인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칠레일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깔데론 후보의 측근은 “깔데론 대통령과 바첼렛 대통령이 만나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면서 라틴아메리카의 경쟁력을 강화해 아시아 태평양 시장으로 나아갈 방법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칠레 방문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다.

    정치의 한계, 세계화와 빈곤

    어떻게 좌파 후보는 우파의 단골메뉴인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우파 후보는 좌파의 핵심 주장으로 간주되어 온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역설하게 된 것일까?

    가장 착실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고 볼 수 있는 비센떼 폭스 정부는 지난 6년간 경제안정에 성공을 거두었다. 폭스 정부 6년 동안 멕시코는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인플레이션(3.5%)을 유지했으며 페소화의 가치도 안정시켰고 멕시코 역사상 가장 낮은 국가위험도를 기록했다. 외환보유고의 사정도 현저히 나아져 집권 당시 3천355만5천 달러였던 것이 현재 7천282만2천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정에도 7%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재임 6년간 평균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고유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저금리, 미국체류이민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의 증가(멕시코 외화 획득의 세가지 원천은 석유판매수익, 관광소득, 그리고 미국체류멕시코인의 송금이다)라는 호조건에도 성장률은 형편없었다.

    결국 멕시코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인도와 중국에 뒤쳐지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고용과 빈곤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폭스 재임기간 동안만 200만 명이 넘는 멕시코 인들이 국경을 건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좌파 후보가 곧 물러나게 될 정부가 이뤄 놓은 경제안정을 해치는 정책을 추진하긴 쉽지 않는 것이다. 이미 멕시코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기 때문이다. 우파 후보도 성장과 고용 문제는 물론이고 멕시코의 고질적인 사회문제인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를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고 결국 국가가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 "로뻬스 오브라도르 넌 외롭지 않아"라는 깃발을 들고 자동차로 거리를 질주하는 청년들.(사진=박정훈)
     

    게다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의회의 동의 없이 불가능한데 의회의 제1당은 국민행동당이지만 과반수를 이루기 위해선 야당과 연합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멕시코 의회사상 처음으로 좌파가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우파 정부가 등장하더라도 결코 자신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무승부를 향한 싸움

    이번 멕시코 대선결과를 보면 미국과 가깝고 대규모 마낄라도르 공단이 들어선 멕시코 북부 제 주들은 깔데론 후보에게 1위를 안겨주었고 남부의 가난한 주들은 제도혁명당을 버리고 오브라도르 후보를 택했다. 투표자들의 계층을 분석해보면 고소득자들은 깔데론 후보에게 저소득자들은 오브라도르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고 그리하여 외부의 드라마틱한 관찰과는 달리 별 쟁점이 형성되지 못했다. 광범위한 무당파 층을 상대로 벌어지는 뜨거운 열전이 아니라 지지자가 대체로 결정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집안 다지기 싸움에 불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었다.

    깔데론 진영이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오브라도르를 차베스에 빗대고(타국의 현직 국가원수를 선거전에 끌어들이는 것도 이례적이고 단지 빗대는 것만으로도 공격이 되는 일은 드문 일이지만) “멕시코에 위험한 존재”라는 카피로 집안에서 물건이 없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며 멕시코가 빚더미에 올라 앉을 것이라고 네거티브 공격을 감행해 중산층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해 일정 정도 성공한 측면은 있다.

    그 결과 오브라도르 후보가 2위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것이 성공을 거둔 것은 차베스의 정책보다도 제도혁명당 정부 시절 포풀리즘 정책의 악몽을 갖고 있는 중산층 유권자들의 기억을 환기시켰기 때문이었다.

    한편 오브라도르 진영에서는 깔데론 후보의 친인척 비리를 폭로해 깔데론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에 흠집내기를 시도했고 이것이 먹혀 들어 오브라도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다시 1위를 탈환한 적도 있었다. 이 같은 미미한 시소게임이 벌어지긴 했지만 대선 관련 여론조사가 실시된 이래 대부분의 기간 동안 두 후보는 평균 5% 정도의 차이를 보이면서 엎치락뒤치락 했다.

    투표는 끝났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7월 16일 오브라도르 진영은 멕시코 시티 대 광장에 100만 명을 결집시키면서 막강한 대중동원력을 자랑했다. 이들은 그 동안 재개표를 요구해왔는데도 며칠 전부터 “선거무효”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깔데론 후보 진영은 그 동안 재개표를 반대하다가 일부 재개표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을 보면 멕시코에서 정치적 쟁투가 결코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실 이번 멕시코 대선은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우파와 세계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좌파의 싸움이었다. 좌회전한 중남미와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우파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좌파의 싸움이었다.

    현재의 경제운용의 틀을 유지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우파와 그 틀을 유지하면서 고용과 분배가 가능하다고 믿는 좌파와의 싸움이었다.

    박빙의 승부라는 드라마틱한 선거과정, 그 이후에도 뜨거운 공방이 장외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지만 누가 집권하더라도 자신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긴 어려운 게 현실인 것이다.

    선거는 축구와 달리 무승부가 없지만 이번 멕시코 대선은 전대미문의 정치적 무승부라고 진단하는 것은 필자의 섣부른 판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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