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은노동자들 8시간 노동 좀 하자는데
        2006년 07월 18일 10: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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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00명의 건설노동자들이 포항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에 들어간 지 6일째다. 정부는 18일 합동담화문을 발표해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불법·폭력행위에 대하여도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새벽마다 공권력 투입을 시도하고 있고, 언론에서는 17일 하루에만 200명이 시위현장을 빠져나가는 등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백기투항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포항건설노동조합 이지경 위원장(40)은 18일 오전 <레디앙>과의 긴급 인터뷰에서 "노동조합에서 몸이 아픈 조합원들 150여명을 설득해서 내보냈지, 가족들을 동원한 회유와 협박에 나간 조합원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2천5백명의 조합원들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 포스코 본사 옥상 위의 건설노동자들. (사진=민주노총)
     

    정부는 또 "포항지역 건설노조가 사용자인 전문건설협의회를 상대로 파업을 벌이다가 여의치 않자 노사관계에 있어서 직접 당사자가 아닌 포스코의 본사 건물을 점거하는 등 자신들의 주장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하루 8시간 노동제와 주5일근무제를 요구하며 석 달 넘게 교섭을 해왔지만 업체는 포스코에서 받아오는 공사비가 적기 때문에 건설노동조합의 요구가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나 도저히 줄 여력이 안 된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산업의 구조가 발주처, 원청, 하청, 재하청으로 이뤄지는 중간착취 구조인데 건설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의 열쇠는 포스코가 갖고 있다"며 "이 싸움을 통해 중간착취의 고리를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설노동자들은 폭도도 아니고 폭력배도 아니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라며 "남들 다 하고 있는 주5일근무제와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고 있는데 포스코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내용

    – 많이 힘드시죠.
    = 괜찮습니다.

    – 어떤 게 제일 힘드세요?
    = 아직은 힘든 것 없으세요.

    – 조합원들은 어떤가요?
    = 담배를 못 피우니까 담배 때문에 제일 고달프네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버티겠는데 담배 구해달라고 하는 조합원들이 많네요.

    – 많이 준비하지 못했나요?
    = 들어오려고 한 게 아니고 갑자기 들어오게 되어서요.

    – 현재 몇 층에 몇 명이 계시나요
    = 5∼12층까지 분산되어 있고, 약 2,800명 가량이 있습니다.

    –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 아침은 빵이나 라면 같은 비상식량, 점심과 저녁은 김밥과 도시락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 경찰에서 반입을 해주고 있나요?
    = 네, 근데 곧 끊길지 모르겠습니다.

    – 아프신 분들은 없나요?
    = 갑자기 들어오게 되어서 고혈압 환자나 지병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얘기해서 몸이 안 좋은 조합원들은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 몇 분 정도인가요?
    = 지금까지 모두 150여명 정도 됩니다.

    – 언론에는 어제 하루만 200명이 빠져나갔다고 썼던데요?
    = 전혀 아닙니다. 경찰과 사측이 가족들 동원해서 동원해서 협박하고 회유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렇게 해서 나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 연세가 많으시죠?
    = 평균연령이 50세 정도 됩니다. 나이도 많고 많이 아픈데 버티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 아프면 그 때 내려가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 단전이나 단수된 적은 없나요?
    = 17일 새벽 진압작전 하면서 부분적으로 단전을 했어요. 건물 전체를 단전하는 건 아니고 중앙통로만 놔두고 나머지는 단전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 새벽에 단수를 4∼5시간 정도 단수했다가 풀었습니다. 지금도 단전단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예요.

    – 새벽마다 진압작전을 하고 있나요?
    = 오늘(18일)도 새벽 1시쯤 되어서 진압을 시도하다가 중단했어요. 통로가 계단밖에 없고 계단이 너무 좁아서 진압이 쉽지 않습니다. 대대적으로 진압작전을 폈다고 하는데 우리가 계단을 의자로 막고 있는데 계단 몇 개 빼가고 진압작전 폈다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언론에서는 화염방사기와 뜨거운 물은 사용했다고 하던데요?
    = 불나면 우리들만 고립되는데 화염방사기를 쓰겠습니까? 그리고 여기서 그걸 만들 수도 없습니다. 경찰이 진입해들어오니까 어떤 조합원이 커피포트에 있는 물을 뿌린 적은 있습니다.

       
    ▲ 음식물 반입을 요구하며 울부짖는 가족. (사진=민주노총)
     

    – 6일째인데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어떴습니까?
    = 가족들을 통해서 회유나 협박을 해서 좀 어려움도 있었지만 어제 저녁 전체적으로 결의를 다지면서 지금은 괜찮습니다.

    –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 경찰의 새벽 폭력 진압에 대비해서 계단을 항상 지키고 있고, 아침에 7시쯤 일어나서 투쟁본부 회의를 하고 층별로 인원점검을 하고 구호 외치고 공지사항 전달하고, 근무자 외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 좀 무료하기도 하겠네요?
    = 무료함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습니다.

    – 교섭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 들어와서 16일 비공식적으로 실무교섭이 한 차례 이뤄졌지만 조합의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버티고 있어서 교섭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 요구사항이 뭐죠?
    = 조합원이 토목분야하고 플랜트분야로 되어 있는데 토목은 8시간 노동제 실시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플랜트쪽은 주5일근무제, 즉 토요일 유급 근무와 기본적인 근로조건의 문제, 단계하도급 폐지, 무분별한 외국인 근로자 도입 반대, 실질임금 쟁취 등이 주요 쟁점입니다.

    핵심이 임금삭감없는 주5일근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5일 근무제는 법적으로 하면 토요일날이 무급으로 돼서 임금이 20% 이상 삭감됩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습니다.

    – 여기에 들어온 이유는
    = 우리가 파업을 하자 포스코는 통근버스를 이용해서 건설현장에 불법적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수차례 요구를 했습니다. 그것이 계속 이뤄지면 통근버스를 막겠다고 했죠. 그래서 통근버스 저지를 하게 됐는데 공권력을 이용해 우리 조합원들을 방패로 찍으면서 통근버스를 안으로 들였습니다. 그래서 본사에 항의를 하러 오게 됐고 점거농성을 벌이게 됐습니다.

    건설산업의 구조는 발주처, 원청, 하청, 재하청으로 이뤄지는 구조인데 건설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은 포스코가 갖고 있습니다. 석달 넘게 교섭 해왔지만 업체는 "포스코에서 받아오는 공사비가 적기 때문에 건설노동조합의 요구가 당연하다는 것 인정하나 도저히 줄 여력이 안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 지난 15일 포스코 공권력 투입 규탄대회. (사진=민주노총)
     

    우리는 포스코 봐서 요구도 하고 포스코 건설도 가고 노동부 포항지청 가서 얘기도 했고, 다 해봤습니다. 포스코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고 외면했습니다. 포스코 건물을 신축하고 신공법 공장도 건설노동자가 없으면 지을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돈을 쥐고 있는 포스코가 무관심해서야 되겠느냐? 이 문제의 해결의 열쇠는 포스코가 쥐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하청업체도 우리에게 원청에 가서 싸우라고 합니다. 우리가 싸워야 공사금액이 올라가고 공사금액이 올라가야 우리도 먹고 살수 있고, 노동자에게 돌아갈 여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하청업체가 노리는 걸 알면서도 극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전국적인 투쟁을 통해 중간착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개선하려고 합니다.

    포스코가 건설노동자에게도 직접적인 관심을 가지고 근로조건, 임금의 문제를 앞으로 나서서 해결할 수 있을 때만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파업의 악순환의 고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올해 8시간도 중요하지만 올해 요구만 들어준다고 해서 내년에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희생을 통해 우리 고용이 아무 것도 없는 전문건설업체에 맞겨지는 것이 아니라 포스코 하청업체처럼 임금도 비슷하게 맞춰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겁니다. 자녀에게 학자금이라도 대줄 수 있으면 이런 극한 투쟁에 나서겠습니까?

    – 한달 월급은 어느 정도 됩니까?
    = 한달 300만원 정도 됩니다. 그러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1년에 8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연봉으로 해봐야 2천4백만원 정도 됩니다. 보너스도 퇴직금도 없고 장학금도 없고 나이 50∼60 된 노동자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 평균 50세가 넘으셨으면 자녀 교육비도 많이 들텐데요?
    = 고등학생 대학생 아니면 취업준비기에 있습니다. 노가다의 자식이 또다시 노가다의 자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이라도 잘 되어서 부모의 짐을 덜어주면 좋은데, 부모가 노가다 하다보니까 자식 공부 못 시켜서 자식이 또 취업이 잘 안되고…

    – 토목쪽 노동자들은 현재 어떻게 일하고 있습니까?
    = 현재 1일 9시간∼9시간 30분 정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내용만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으니까 단체협약을 만들자는 겁니다.

    – 국민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건설노동자들이 왜 여기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지 내용은 없고 결과만 놓고 비난하는 게 굉장히 마음 아픕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상황입니다. 여기 이 싸움을 통해서 중간착취의 고리를 끊으려고 합니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포항시민이고 누구보다 포스코를 사랑합니다.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노가다라는 이유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을 가진 기술자예요. 기술자의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나 포항시민들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 강제진압이 들어온다면?
    = 조합원을 모아놓고 얘기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올해는 힘들겠지만 가자고. 단전단수 경찰진압이 되도 우리 스스로 포기하지 말자고. 우리 요구가 정확히 전달되고 받아들여질 때 내려가자고 했습니다. 끝까지 여기를 사수하자고 결정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포스코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은 폭도도 아니고 폭력배도 아니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남들 다 하고 있는 주5일근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균 60세가 다 되어가는 토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있는 일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지 마시고 과정들을 봐주십시오. 지금까지 건설노동자들의 상황을 함께 보면서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꼭 관철시켜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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