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19조2항 폐기와 내각제 도입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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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18일 0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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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은 제헌절이었다. 제헌절을 이틀 앞두고 병원에 누워있는 중학교 1학년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 제헌절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 "몰라요!" "제헌절은 영어로 ‘Constitution Day’라고 한다." ‘헌법의 날’이라고 부르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쉽게 다가올 것 같다.

헌법을 기초로, 헌법에 근거하여, 인류가 현재까지 고안한 정치제도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공화국’을 건설했고, 헌법과 헌법 정신에 기초하여 많은 법률들이 제정되었으므로, 제헌절은 말하자면, 헌법을 포함한 법의 정신과 법에 의한 통치, 법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 생각하고 기념하는 날일 것이다.

법률 용어나 법에서 사용하는 우리 말 중에서 보통사람들이, 아니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가령 헌법에 규정된 ‘노동 3권’ 중에서 ‘단결권’이라는 것이 있다. 필자가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단결권을 손에 잡히게 쉽고 간단하게 표현하려면 뭐라고 해야 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김근태 의장님, 당청 갈등해소책으로 개헌을 논하다니요

그 질문에 쉽고 간결하게 대답하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 원인은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우리가 쉬운 법률 용어를 쓰지 않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알아듣기 쉽게 가르치거나 배우지 못한 우리 교육 방식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단결권은 쉽게 표현하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the right to form a labor union)’다.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연합뉴스
 

서론이 길어졌다. 요즈음 ‘국민이 보이지 않는 참여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한미FTA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미FTA 사태’에 묻혀서 많은 보통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못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들 중의 하나가 바로 개헌(필요성)에 대한 논의다.

최근에는 여당이자 제 1당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까지 개헌을 논의하자고 가세했다. 김 의장은 14일 KBS 라디오(‘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단임제는 헌법적 결함이고, ’87년 체제’의 한계"라며 4년 중임제로의 ‘원 포인트 개헌’을 주장했다.

김 의장은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대통령이 한번 당선되면 (각종) 선거가 본인의 운명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민심과 멀어진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다. 김 의장은 "4년 중임제로 해서 대통령이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것이 (당청 갈등의) 해결책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개헌 즉 헌법을 고치는, 다르게 표현하면 ‘헌법에 손을 대는,’ ‘ 엄청난 사건’을 집권당과 청와대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혹은 당청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거론하는 것에 놀랄 따름이다. 당청 갈등 해소를 위해 개헌을 주장하다니! 그러나 김 의장의 현 시국을 바라보는 인식이나 접근방식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는 않겠다.

원 포인트 개헌, 그거 쉽게 되는 거 아니다

지금 헌법을 고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대략 3-4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가 김근태 열리우리당 의장같이 대통령의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제로 고치자는 부류가 있다.

둘째가 의원내각제 혹은 내각책임제(parliamentary Cabinet system)로 바꾸자는 것이다.

셋째가 대통령과 총리(수상)의 헌법상 권한을 대폭 바꾸는 이원집정제를 채택하자는 것이다.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프랑스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외교와 국방 등에만 전념하고 총리가 사실상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방식도 이런 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개헌 논의 자체를 반대한다. 어떤 형태의 개헌 논의에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사실 오래 전부터 개헌 논의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해 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헌법 119조 2항을 사수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헌법 119조 2항이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자.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말하자면 경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헌법 9장의 첫째 조항으로 이 조항 때문에 정부와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 정책을 입안,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조항은 국가의 시장 개입과 공적 기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헌법적 근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조항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헌법이 부여하는 권한을 놓고 보면 여전히 무소불위의 위치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조차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할 정도로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필자는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언을 "권력은 삼성에 넘어갔다"고 고백한 것으로 해석한다.

검은 머리 미국인들에 둘러싸인 노무현 대통령

지금 온 나라가 ‘한미FTA 사태’로 난리가 난 것도 따지고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검은 머리 미국인’으로 표현되는 친미 경제외교관료들에 둘러싸여 중요한 경제, 외교정책에서 균형을 잡아 줄 경제참모들을 모조리 청와대에서 쫓아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나 분석도 가능하다.

   
 ⓒ연합뉴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식과 내용의 한미FTA를 공개적으로 반대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신문으로 위장한 범죄 집단’이나 다름없는 족벌신문에 의해 최근에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른, 노무현 정부의 초기 경제정책 기조의 입안자이자 경제가정교사라 할 수 있는 이정우 전 정책실장이 청와대를 떠난 것도 ‘금산법((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을 밀어붙인 것에 대한 삼성의 반격 내지 보복 때문이라는 뒷얘기도 들린다.

헌법 119조 2항이 있기 때문에 금산법이 가능한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가령 그린벨트와 같은,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정부 조치도 마찬가지다.

이 조항을 도입하게 된 배경을 듣고 나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이 조항은 1987년 헌법 개정을 논의할 당시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구성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장이던 김종인 의원(현 민주당 의원, 비례대표)이 주도해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조항 도입에 대해 거의 모든 국회, 정부 관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재벌 등 재계도 격렬하게 반대했으나 김 의원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재가를 받는 바람에 반대 바람을 잠재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혹자는 이 조항을 ‘김종인 조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단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만 하면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은 이 조항을 없애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87년 당시의 삼성과 재벌들의 영향력과 지금의 그들의 총체적 지배력은 땅과 하늘 차이 정도다. 삼성은 내각제 도입을 위해 막후에서 총력을 다할 것이다. 다른 재벌들도 내각제 도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삼성 교섭단체, ’현대 교섭단체‘가 생겨난다면

만의 하나 내각제가 도입되면, 국회에는 공식 원내 교섭단체 외에 ‘사실상의 원내교섭단체’가 최소한 5개, 아니 10개 이상은 생겨날 것이다. 이름하여 ‘삼성교섭단체’, ‘현대교섭단체’, ‘LG교섭단체’, ‘SK교섭단체’ …

개헌논의가 시작됐는데 어떻게 권력구조만 논의하겠는가? 권력구조를 논의하면서 어떻게 대통령중심제를 전제로 한 임기문제만 논의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대단히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김근태 의장은 순진하다.

김 의장 스스로 ‘대통령 단임제는 헌법적 결함이고 87년 체제의 한계’라고 한 표현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김 의장이 생각하는 헌법 조항 하나만 고치는 ‘원 포인트 개헌’은 거의 블가능할 뿐만 아니라, 87년 헌법 전반을 손대는 빌미만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헌법을 풀어쓰면 ‘기본법(the basic law)’이다. 헌법은 ‘최고의 법(the supreme law)’이기도 하다. 그 국가의 이상과 이념 및 정체성과 이루려고 하는 목표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헌법을 창출(제헌 혹은 개헌)하는 과정이란 측면에서 접근하면, "개헌 혹은 제헌 당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요소를 망라한) 모든 세력 사이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역사상 사례가 많지 않은 ‘민중항쟁’을 통해 민주세력이 표면적인 비교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어렵게, 개헌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만장일치 합의로 만들어낸 ‘1987년 헌법’을 모든 세력과 이들 사이의 역학관계가 완전히 바뀐 지금 고치자고 주장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위험하다는 것이 필자의 우려다. 기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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