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을 보궐선거는 정계개편의 신호등
        2006년 07월 25일 01: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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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6 보궐선거 D-1 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역시 서울 성북을이다. 조순형이라는 인물이 나오면서 ‘반노무현-비한나라’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노비한’은 지금껏 가능성으로만 존재했을 뿐 정치적 실체를 드러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반노비한’이 현실의 정치세력으로 묶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성북을 선거는 향후 정계개편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노무현-비한나라당’의 세력화 가능성이 확인되다

    당초 선거 판세는 한나라당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상황이 돌변했다.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한나라당 최수영 후보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25일 "주요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가 최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후보와 조후보, 누가 당선되건 박빙의 승부가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열린우리당 조재희 후보는 다소 처져있는 형세다.

    선거 판세가 이렇게 급변한 이유는 ‘수재골프’,  ‘광명시장의 전라도 비하 발언’ 등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한나라당의 추문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 표현대로 "백성들은 홍수로 울고 있는데 사또는 풍악을 즐기는 황당한 상황"을 한나라당은 수 차례 연출했다.

    당 지도부 경선에서도 구 민정계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도로민정당이 되고 말았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지방 선거 압승 이후 나타난 이런 일련의 흐름은 한나라당의 오만함이 도를 넘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50% 대로 치솟았던 당 지지율은 40%대로 가라앉았고, 보궐선거 여론도 급격히 악화됐다.

    ‘반노무현=친한나라’ 등식이 깨지고 있다

    특히 성북을 지역이 다급해졌다. 당 지지율에 기대 조용히 선거를 치르려던 최후보가 중앙당을 찾아 ‘수재골프’와 ‘전라도 비하발언’ 당사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이 지역을 찾는 유력 주자의 발길이 부쩍 잦아진 것도 다급해진 상황을 반영한다.

    최근 한나라당이 보인 잇단 ‘구태’는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안주해 있는 한나라당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로 인한 여론의 악화는 ‘반노=친한나라’가 자동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이른바 ‘반노비한’의 정치 영역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가능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성북을인 셈이다.

    민주당 조순형 후보는 판세를 뒤집은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조 후보의 선전으로 민주당은 잔뜩 고무돼 있다. 이인제 의원, 장기표 전 사민당 대표, 유석춘 교수 등 여러 인사들의 자발적 동참에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 하다.

    민주당은 ‘조순형=민주당=반노비한’의 등식을 가져가면서 이번 선거의 성과를 향후 정계개편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속셈이다.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반노비한’의 세력 결집을 이뤄내겠다는 얘기다. 세력 결집의 대상에는 고건 전 총리는 물론, 도로 민정당에 절망을 느끼고 있는 한나라당 내 잠재적 이탈세력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열린우리당이다. 열린우리당과의 정계개편에 대해 한화합 대표는 얼마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당대당 합당은 없다 ▲열린우리당 사람 아무나 받지는 않겠다 ▲분당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던 사람과는 하지 않겠다 등의 3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신당 창당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친노인사를 솎아내고 제3의 지대에서 세력을 묶겠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의 선택지는 "비노무현-반한나라당"

    이번 성북을 선거에서 입장이 가장 곤혹스러운 쪽은 열린우리당이다.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완승하면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탄핵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또 정계개편의 주도권도 민주당이 쥐려 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쪽이건 열린우리당 입장에선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당초 성북을은 서울에서도 열린우리당의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던 곳이다. 신계륜 전 의원이 조직관리를 탄탄히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지역에서 여당 후보의 고전은 현재 여당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북을 선거는 정계개편의 수요가 열린우리당에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셈이다.

    여당이 갖고 있는 한계라는 건 결국 노대통령과의 특수한 관계다. 여당이 추구하는 정계개편이란 곧 노대통령과의 거리두기이자 그렇게 해서 넓어진 행동반경을 토대로 제세력을 규합하는 것이다. ‘비노무현-반한나라’쯤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 모른다. 최근 열린우리당 정대철 고문이 한화갑 민주당 대표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으면 역으로 우리가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의미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비노반한’과 민주당의 ‘반노비한’ 사이의 거리는 그리 크지 않다. 차이보다는 ‘합쳐야 한다’는 요구가 훨씬 크다. 통합의 성격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 하는 것은 누가 통합을 주도할 것이냐는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건 결국 통합을 둘러싼 샅바 싸움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성북을 보궐선거는 그 전초전 성격이 짙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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