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없는 길, 쇄신안의 앞날은?
    2008년 01월 28일 06: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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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창당 이후 가장 주목을 받는 당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이는 민주노동당 ‘2.3 임시 당 대회’ 개최가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심상정 비대위의 ‘쇄신안’은 공개됐다. 과거 당권파였던 자주파 핵심 인사들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당파는 혁신 내용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지만 여전히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다.

   
  ▲29일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 회의 모습.(사진=뉴시스)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부여받은 심상정 비대위에 퇴로는 없는 것 같다.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선 셈이다. ‘일반 당원과 국민 여론’이 그들이 등지고 있는 강물이다. 비대위의 ‘쇄신안’이 섣부르게 협상의 도마 위에 오르는 순간 ‘안’만 살아남고 ‘쇄신’이 실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퇴로’ 확보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남은 건 ‘전진’뿐이다. 

누구에게도 퇴로는 없다

쇄신파의 직진은 당장 자주파의 장벽에 가로 막힌다. 자주파가 비대위 쇄신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특정인의 제명이 사회적 관심사로까지 급부상됐다. 하지만 비대위가 ‘당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훼손시키려 한 북한 당국에 엄중 항의’한 것이 더 큰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 게다가 재정실태 파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자주파의 또다른 아킬레스 건이 될 것이다. 자주파 역시 퇴로가 별로 없다는 말이다.

신당파는 ‘쇄신안’이 당 대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랄 정도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통과되더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들의 ‘상황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 당분간 그렇게 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들 역시 퇴로가 없으며, 그것을 준비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세 진영의 공통점은 퇴로가 없다는 것 말고 또 있다. 내부가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강온파들이 그 안에 있다. 내부 갈등과 이견이 있다. 이것이 내부적으로 폭발 임계점까지 도달했을 때 ‘외부’와 협상이 가능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쇄신안을 통과될 것인가. 시간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분명한 것은 모두가 승자로 남을 가능성은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모두가 패자가 될 가능성은 있다. 시간은 흐르고 ‘플레이어’들의 계산과 움직임은 바빠지고 있다.

자주파의 핵심 인물인 김창현 전 사무총장은 28일 <오마이뉴스> 기고문을 통해서 "분당 이유는 당의 정강정책이나 당 활동 방향에서 심각한 차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자주파와 당을 함께 할 수 없고, 당권을 쥐고 있지 못한 억울함과 앞으로도 쥘 수 없다는 절망감의 표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분당은 악질적인 분열 행위"라고 고강도의 공격을 했다.

김 전 총장은 이어 "나는 생각이 다르고 설령 부족하여도 누구든 환하게 웃으며 함께 손을 잡고 가겠지만 당을 깨려는 자들에게는 엄한 철퇴만이 답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대화 의지와 퇴로 차단의 이중적 의미가 포함된 표현이다. 비대위와 신당파의 ‘친화력’에 의심과 불만을 가지고 있는 쪽의 강력한 견제구 성격도 가진 말로 보인다. 

김창현 "분당은 악질적 분열 행위"

자주파 쪽에서는 비대위 쇄신안은 자신들이 받을 수 없는 내용으로 보고 있다. 자주파 일각에서는 "뻔히 받지 못할 안이라는 걸 알면서도 승부수를 던진 심상정 비대위에게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숨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의구심은 신당파가 당을 깨는 행위를 눈앞에서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대위가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불공정한 행위라고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자주파 쪽 주요 관계자는 "도대체 받지도 못하는 주사위를 어디에다가 던졌는가"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건 대화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주파 진영의 또다른 인사는 "비대위가 결국 분당파들과 손을 잡고 자주파가 쇄신안을 부결시키면 그 책임을 전부 전가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라며 "당 혁신은 일방적으로 공을 넘기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인데, 오히려 비대위가 앞장서 한 정파의 의견을 당에 강제하며 파국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라며 비대위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까놓고 얘기하자, 일심회 당원들을 제명해 심 대표의 지분인 신당파의 흐름을 막아내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신당파랑 똑같이 하겠다는 비대위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용대 전 정책위 의장은 "일심회 항목뿐 아니라 그 외 혁신안의 여러 내용들을 살펴보니, 과연 토론을 통해 접점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 전체를 보고 접근해야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한 정파의 주장에 근거해 당을 분파적으로 갈라 자꾸 분란으로 몰고가는 느낌이 들어 걱정"이라며 쇄신안의 당 대회 통과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심상정 비대위를 출범시키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자주파 진영의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천연합 쪽도 이번 쇄신안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강한 문제 의식을 나타냈다. 

이정미 전 중앙연수원 부원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렵게 구성한 비대위인만큼 합심해서 새롭게 도약하는 것으로써 당 대회를 파행으로 몰고가지 않기 위해 남은 기간 함께 여러가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비대위가 책임을 위임한 세력들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진정어린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미 "최기영 제명 당대회 동의 어려울 것"

이 전 부위원장은 "최기영 당원의 제명 안건은 당대회에서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가보안법 피해자로써 여러 논란이 있는 가운데, 확실한 논거나 사건에 대한 실체가 없는 조건에서 비대위 판단에 전적으로 위임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패권주의에 대한 비대위의 문제 의식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과도하게 한쪽 정파의 주장만을 담았다"면서 "전략명부 작성의 경우에도, 특정 인사를 배제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1~8번에 이어 19번과 20번을 추천한다고 했는데, 누가 하위 순번에 들어갈 것인지 등에 대한 합리적 대안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주파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일심회 사건을 중앙당기위원회에 회부하는 타협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미 이는 비대위 내부 논의 결과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이 타협안을 비대위가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현재 민주노동당 게시판에는 심상정 비대위 탄핵안, 해임안, 최기영 제명 반대 서명운동 등이 진행되고 있는 등 쇄신안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당파 쪽은 28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혁신안이 내용은 근본적 혁신을 바라는 당원들의 요구를 상당 수준 반영한 것으로써, 구체적 진전이 있음을 보여주고 심상정 비대위가 당 혁신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며 "우리는 입장과 방법론의 차이를 떠나 심정정 비대위의 혁신안이 임시 당대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당파 "당원 요구 상당 수준 반영, 수정은 비대위 부인"

그러나 이들은 "종북주의자들과 자주파 진영은 비대위 혁신안에 대해 공격의 강도를 계속 높여 나갈 것으로 혁신안이 그대로 당 대회를 통과할지는 쉽게 낙관할 수 없고 혁신안이 거부되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수정이 이루어진다면 그것 자체로 비대위는 존재 의미를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당파는 또 "비대위 혁신안이 당대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민주노동당은 끊임없는 내홍에 시달릴 것"이라며 "설령 어찌어찌 총선 시기를 넘기더라도 자주파가 칼을 들고 나서면서 정파적 갈등의 모습만 국민들 앞에 재연될 뿐"이라고 전망했다. 

신당파는 이어 "우리는 심상정 비대위의 마지막 노력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심상정 비대위가 제시한 제2창당의 과제 역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가치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과연 현재의 민주노동당으로 그 꿈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당파는 또 "우리는 진보의 재구성이 절실히 요청되는 비상한 시기에 잘못된 기대로 인해 진보세력의 역사적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돼 나섰다. 우리의 계획서 안에는 수습하고 봉합하는 길은 전혀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좌우의 공격에 샌드위치가 된 비대위는 양쪽의 반응은 예상된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을 새롭게 다시 세우겠다는 단 하나의 원칙"을 강조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거듭 밝혔다. 

심 대표는 28일 8차 비대위에서 신당파를 향해 "자기 몫의 반성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비판하는 한편, 자주파를 향해서도 "이번 혁신안이 오직 국민과 당원만을 바라보며 만들어졌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있으며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타협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종권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혁신안의 통과 전망에 대해 "대의원들이 정파적 입장에 근거해 판단하느냐 당원들과 국민들의 입장에서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결과를 놓고 봉합인지 혁신인지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권 "정파냐, 당원이냐 대의원 판단이 중요"

쇄신파의 한 관계자는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일심회 등 관련 내용이 포함된 1번 안건이 수정되는 순간 사실상 비대위의 역할은 무의미해지며,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이것을 못해내면 결국 똑같은 악순환이 계속 반복될 것"이고 이렇게 될 경우 "그 동안 비대위의 혁신 결과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는 많은 당원들이 사실상 탈당 행렬에 합류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 지역위 한 위원장은 쇄신안의 당 대회 통과 전망과 관련 "비대위도 자주파 진영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어 정치적 합의를 찾기가 사실상 쉽지 않아 솔직히 가늠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심상정 비대위 ‘쇄신안’은 당 대회를 통과할 것인가. 이 문제는 여전히 예측하기 쉽지 않다. 쇄신파 자주파 신당파 핵심 관계자들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당 대회 전에 전국모임을 열 예정인 자주파쪽은 ‘일전불사’를 다짐하고 있고, 비대위는 ‘원칙불변’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정파 입장’이 대의원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지가 통과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보인다.

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자주파가 당을 깨는 모험과 일단 후퇴하면서 훗날을 도모하는 선택 사이에 고민 중이겠지만 모험을 선택하긴 쉽지 않을 것"이고 "쇄신파는 일반 당원과 국민들의 여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근소한 표차로 당 대회 통과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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