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대 받아야 할 사람은
    트럼프 아니라 이주민들"
    이주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트럼프는 전세계 인종차별의 아이콘" 비판
        2019년 06월 28일 05: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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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28일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주의·반이민 정책의 원흉”이라고 규탄했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 난민과함께공동행동 등은 이날 오전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전 세계적인 인종차별의 아이콘”이라며 “환대 받아야 할 사람은 트럼프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들”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25일 멕시코 언론들은 미국 국경을 넘으려다가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인 리오그란데강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엘살바도르 국적의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6세)와 그의 딸 발레리아(2세)의 사진을 보도했다. 부녀는 강기슭에 나란히 머리를 묻은 채로 사망해 있었다. 딸은 아빠의 상의 안에 몸을 집어넣고 팔로 아빠의 목을 감고 있었다. 마르티네스는 가족을 데리고 미국에 생계형 망명 신청을 위해 멕시코 국경도시 마타모로스로 갔다. 그러나 미국의 강경한 반이민자 정책으로 길이 막히자 강을 건너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주공동행동, 난민공동행동 등은 미국 국경을 넘다가 익사한 부녀의 사진을 언급하며 “이 비극은 트럼프의 이주민 정책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보여줬다”며 “트럼프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반이민 정책들로 수많은 이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과 국경장벽 강화가 단지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종주의적 극우파를 고무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시행했다. 입국금지 대상국은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등 모두 주요 난민 발생국이다.

    이들은 “모두 미국이나 그 동맹국들이 개입해 쑥대밭으로 만들거나 난민 발생에 책임있는 나라들”이라며 “미국 대외정책의 희생자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낙인찍고 무슬림혐오를 조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트럼프는 ‘저임금 이주노동자 때문에 임금이 낮아지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밀어붙였다”며 “경제위기, 미국 기업주들과 지배층의 탐욕이 낳은 실업과 복지부족의 책임을 이주민 탓으로 떠넘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사진=유하라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은 종교 핍박받는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여 다양한 문화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에 지금의 강대국도 가능했던 것”이라며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미국의 역사를 잊은 반역사적 태도”라고 말했다.

    봉 위원장은 또한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이 인종주의적 편견 강화해 전 세계에도 혼란을 주고 있다”며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 이주민에게 감정을 표출하는 그릇된 방식을 양산하는 트럼프의 방문 환영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혐오를 확산하는 트럼프를 규탄하고 이민자와 함께 하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자본의 활동만 보장, 빈곤 불평등 해고와 실업을 일상화했고, 지금도 서구는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상대로) 군사적 개입 지속하고 있다”며 “이주와 난민의 책임은 대부분의 서구와 거대자본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중심부는 자본주의 실패를 외부로 돌리며 이민자를 적으로 설정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며 “자본주의 체제의 실패를 가리기 위해 죄 없는 이민자와의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우리 사화와 공동체를 파괴하는 트럼프식의 반이민 인종주의는 없어져야 한다”며 “트럼프의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사회적 약자들과 더 강한 연대로 실패한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과 같은 유사 사례는 한국에도 있다.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화 발언이나 국회에 이주노동자 임금차별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여러 개 발의돼있는 것이 그렇다.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반대론자들이 난민 때문에 유럽이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이 득세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당시 제주 예멘 난민혐오는 이주민 전체를 비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반이주민 여론에 따라 단속추방 강화, 고용허가제 지속, 난민법 개악 등 인종차별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다문화가족 지원 축소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이주공동행동, 난민공동행동 등은 “‘난민 때문에 유럽이 위기에 빠졌다’고 한 제주 예멘 난민 반대 세력의 주장은 유럽 극우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며 “이주민을 배척하고 인종차별을 부추기며 성장한 책임에서 한국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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