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번 교섭, 합의사항 하나 없어
    쿠팡 노동자들, 운전대 놓고 단체행동
        2019년 06월 25일 05: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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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켓 배송’으로 잘 알려진 쿠팡의 배송 담당 노동자인 쿠팡맨들이 25일 운전대를 놓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이하 쿠팡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20차에 달하는 교섭에서 단 하나의 합의를 만들지 못한 책임이 회사에만 있다 할 수 없다”면서도 “교섭 자리에 함께 앉았다는 것 말고는 우리는 회사로부터 어떠한 존중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쿠팡 노동자들의 모습(사진=공공운수노조)

    쿠팡은 최근 로켓 배송 등 빠른 배송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정작 로켓 배송으로 담당하는 노동자인 쿠팡맨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고 임금은 4년째 동결 상태다.

    쿠팡노조에 따르면, 2014년 쿠팡맨 개인이 배송하는 물량은 80~90가구였으나 2019년 들어선 두 배에 가까운 140~150 가구에 물량을 배송하고 있다. 시간 내에 배송을 하기 위해 쿠팡맨들은 휴게시간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 처지다. 노조는 건강권 보장을 위한 휴게시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성장했지만 쿠팡맨의 임금은 2014년도와 동일하다. 쿠팡노조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쿠팡맨의 임금인상은 없었다. 쿠팡은 잡 레벨(Job level)에 따라서 임금수준을 책정하는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해당 분기에 실적이나 평가가 부진해 레벨 업(Level up)을 못 하면 임금이 오르지 않는 구조다. 노조는 “쿠팡맨으로서 레벨 업에 한계가 있다”며 “노조는 회사에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을 임금인상에 반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맨들은 지난해 8월 20일 처음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그해 10월 16일부터 8개월간 스무 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노사는 임금, 고용, 노동조건 등에 관해 단 한 가지도 하지 못했다. 쿠팡맨 70%가 비정규직인 고용상황 개선, 임금인상 등 노조의 요구를, 회사가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는 교섭의 교착상태와 별개로, 회사가 노조를 교섭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섭 중에 노조와 어떤 논의도 없이 임금체계와 인사제도 개편안을 시행한다고 통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3월 7일부터 쿠팡노조가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포스트잇 캠페인을 벌인 것과 관련해, 회사는 불법이라 규정하며 조합원 개인에게 불이익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엔 쿠팡맨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새벽배송이나 쿠팡플랙스(일반인이 자차를 이용해 배송하는 서비스) 등 쿠팡맨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흔드는 주요 사안들도 쿠팡노조와 논의 없이 이뤄졌다고 한다.

    노조는 이날 김범석 쿠팡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쿠팡지부와 쿠팡맨들은 ‘고용과 노동조건에 관련한 여러 사안’을 교섭자리 밖에서 들어야 했다”며 “쿠팡플렉스와 이츠의 도입과 확대나 2-Wave 새벽배송 시행처럼 쿠팡맨이 할 일을 정작 쿠팡맨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맞닥뜨리기도 했다”고 짚었다.

    노조는 “20차례의 교섭에서 합의된 사항이 단 한 조항도 없다는 것이 쿠팡지부를 대하는 회사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노조를 무시하는 이런 행위들을 중단하게 하고 실질적인 교섭 파트너로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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