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생존 철거민,
도봉산에서 목숨 끊어···
“편파적 법, 진압 책임자의 뻔뻔함, 사과 없는 경찰이 그를 죽였다”
    2019년 06월 24일 05: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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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로 3년 9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던 생존 철거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용산 철거민은 살인개발과 과잉진압과 관련해 10년째 책임자 처벌은커녕 사과 한마디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용산참사 생존 철거민인 김 모 씨가 전날 오후 사망했다고 24일 밝혔다. 김 씨는 사망 전날 가족에게 전화로 “내가 잘못돼도 자책하지 마라”고 한 후 도봉산에서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진상규명위는 “그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다”라며 “10년이 지나도 규명되지 않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종결된 결과가, 국가폭력이 그를 죽였다”고 밝혔다.

용산4구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김 씨는 2009년 강제철거에 내몰려 망루농성에 참여했다가, 망루 4층에서 뛰어내려 가까스로 생존했다. 이후 3년 9개월간의 수감 생활 후 가석방으로 지난 2012년 10월 출소했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김 씨는 출소 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거나 높은 건물로 배달 일을 갈 때는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우울 등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특히 그는 최근 몇 개월 전부터 증세가 나빠져 병원 치료를 받으며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 가족들은 김 씨가 출소 이후 사람들에게 속내를 잘 이야기하지 않는 등 “사람이 달라졌다”고 했다고 한다.

진상규명위는 “10년이 지나도록 과잉진압도 잘못된 개발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의 편파적인 법과, 살인진압 책임자의 뻔뻔한 태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경찰이 그를 죽였다”고 질타했다.

앞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용산참사과 관련해, 검찰의 부실수사나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용산 참사에 대해 경찰의 과잉진압 사실을 인정했으나, 당시 경찰청장으로서 과잉진압의 총책임자였던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이라도 (그때와)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진상규명위는 “그의 죽음에 국가는 응답해야 한다”며 “경·검 조사위 권고를 이행해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국가차원의 독립된 진상조사 기구를 통해 검·경의 부족한 진상규명을 추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며 “권한 있는 조사기구를 통해 이명박, 박근혜정권에서의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유가족 및 생존철거민들은 그의 죽음이 원통함으로 남겨지지 않도록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정호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국가란 무엇인지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한 채 10년 동안 고통 속에 지낸 피해자가 결국 세상을 떠나는 안타가운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변인은 “뒤틀린 국가폭력을 바로잡는 것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전환의 시발점”이라며 “책임자 처벌 없는 진상규명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만 남길 뿐이다. 고인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조속히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의 빈소는 정병원 장례식장 별실2호 (서울 도봉구 도봉로 639), 발인은 25일 오전 5시에서 한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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