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가평가 방식 협상통해 정할 수 있어"
        2006년 07월 14일 11: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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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자유무역협정(FTA) 2차협상이 파행으로 끝난 데 대해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신약에 불리할 수 있다는 미국측의 오해 때문이라며 “오해가 풀리면 얼마든지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표는 14일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FTA 2차협상 결과 브리핑을 갖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면서도 시행시기가 조정될 수 있고, 미국산 신약도 불리하지 않게 시행할 것이라고 말해 3차 협상을 앞두고 포지티브리스트(의약품 선별등재 제도)가 조정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약가평가 방식이 협상을 통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어서 자칫 약제비 지출 부담을 낮추려는 포지티브리스트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김 수석대표는 이번 2차협상과 관련, “탐색전 성격의 1차협상과 달리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됐다”며 “향후 본격적인 양허·유보안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한미간 서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앞으로 이런 줄다리기가 계속 진행될 것 같다”며 “여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 국익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상품의 관세 양허단계를 △즉시철폐△3년△5년△10년△기타 등 5개로 구분하여 교환하는 기본원칙에 합의하고, 농산물·섬유는 양허안 작성에 대한 기본원칙에 대한 합의 없이 각각 작성해 8월 중순경 일괄 교환할 예정이다.

    서비스·투자분야의 경우 1차 유보안을 교환하고 양측간 주요 관심분야에 대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개성공단의 원산지 특례인정과 관련, 한국측은 역외가공방식에 관한 기존 FTA 사례를 소개하고 원산지 인정을 위한 기술적인 사항을 설명했으나 미국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입장을 견지해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김 수석대표는 향후 일정과 관련, 7월말 국회일정이 잡히는 대로 협상결과를 국회에 설명하고 8월 상반기 이전에 관세 양허안 교환, 3차 협상 전에 서비스·투자 유보안 관심사항 교환 이후 오는 9월 첫주에 미국에서 3차 협상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이런 상황에서 협상 진행은 의미없다”고 했는데.
    =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협상을 중단할 때 입장차가 컸기 때문에 계속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고 그것 때문에 전체협상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이외에 협상이 무산된 다른 이유가 있나.
    = 협상이 무산된 것이 아니다. 16개 분과와 2개 작업반이 각각 다른 일정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협상이 어려워짐에 따라 미국이 다른 분과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해서 중단한 2개 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중단한 2개 분과를 빼고는 다 진행됐다. 의약품·의료기기 때문에 다 중단되고 협상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협상 무산 아니다"

    – 의약품 관련해서 커틀러 수석대표는 의회에서 위임받은 사항이라고 했는데 협상을 통해 의견을 줄일 수 있나.
    = 협상단은 서로간의 차이를 줄여나가고 좁혀나가는 게 임무이다. 위임에 약가 적정화를 거부하라는 것은 없다. 커틀러 대표가 의회에 보고했던 협상목표에 미국 산업이 번창할 수 있게 한다는 일반적 내용이 있을 뿐이다. 양국간 입장차는 상당부분 오해에 기반한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갖지 못한, 좋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갖고 있다. 이 제도의 건강성, 지속성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 약제비 지출을 조정하겠다는 것이 적정화 방안의 골자이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제약업계에도 공평무사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확신을 갖고 있다. 미국측이 신약에 불리하다는 것은 오해에 근거한 것이다. 오해가 풀리면 얼마든지 접점을 찾을 수 있다.

    – 커틀러 수석대표는 “놀랍게도 우리는 서울에 도착하고 나서 포지티브 리스트 전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협상시작 전에 뭔가 이면 약속을 했는데 한국이 협상 시작 전에 깼다는 배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약속이 있었나.
    = 미국측이 한번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사전에 약속 한 일은 없다. 굳이 설명한다면 협상이 출범하면서 작업반을 설치했는데 미국은 작업반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우리 일정대로 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 보건복지부는 포지티브리스트를 9월에 시행할 예정인데 이것이 협상대상이 될 수 있나. 협상 재개가 안 될 경우 전체협상이 결렬될 수 있나.
    = ‘전체 결렬’이라는 것은 많은 비약이다. 3차 협상 일정을 잡았고 다른 분과는 예정대로 일정을 마쳤다. 미국은 포지티브 시스템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반대한다는 시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신약에 불리하다는 오해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불리하지 않게 시행할 것이다. 그보다 앞서 약효가 좋고 가격이 적정한, 접근성이 보장되는 리스트를 만들고 보험에서 환불받는 제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약효가 없으면서 비싼 약들이 처방되어 보험재정에 부담되는 것은 개혁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강한 입장이다. 적정화 방안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얼마든지 설명을 통해 입장차를 좁힐 수 있다.

    – 최근 한미관계나 FTA반대 때문에 협상이 중단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향을 미쳤나. 미국측이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힘겨루기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 FTA 찬반논란 때문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에서 찬반논란이 계속되는 것이 양국이 호혜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측도 이해했다.

    협상에서 강한 논리로 주장하는 방법에는 해당 협상을 정회하는 방법도 있고, 다시 언제 열자는 조건 없이 중단하는 방법도 있고, 더 강하게는 전체협상을 중단하는 강수도 있다, 어느 정도냐는 강도의 문제이다. 화요일(11일)에 (의약품 분과에서) 그런 문제가 있었고 미국이 무역구제, 서비스 분과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미국측 수석대표도 많은 노력을 벌였지만 우리 입장에 도달하지 못해 다음에 논의하자고 한 것이다. 두개 분과에 참석 안하고 공전시키면서 불만을 표현하는 것이 다음을 위해 좋다고 판단한 것이고 다른 두 개 분과는 제가 취소시킨 것이다.

    "약가 평가 방식 협상 통해 정할 수 있다"

    -커틀러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것 보면 미국측은 신속협상권한(TPA)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계획대로 마무리 될 수 있나. 3차 협상 전에 일대일 만남이나 별도의 협의가 가능한가.
    = 세션 중간 중간에 별도의 합의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따로 대면해서 회의를 가질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양국간 협의채널이 있고 대사관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 협상을 취소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불만표시인가. 우리측이나 미국측의 사례가 있나.
    = 그런 일은 전에도 있었다. 협상 중지시키고 본국과 협의하는 것은 깜짝 놀랄 일은 아니다.

    – 포지티브리스트 추진에 변경 가능성이 있나. 네거티브를 개선한다든지, 포지티브 이외에 다른 옵션이 없는지.
    = 포지티브 시스템 구현하는 데에는 많은 과정이 있을 수 있다. 개혁의 방향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 약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협상을 통해 정할 수 있다. 협상을 통해 정해지면 되는데 결과적으로 신약에 불리할 것이라는 것은 편견이고 논의과정에서 풀 수 있다.

    – 포지티브리스트 문제가 특허권 문제와 관련이 있나.
    = 특허문제도 나올 수 있지만 포지티브리스트의 골자는 가격, 약효라는 기준을 통해 검증을 거쳐서 건강보험에 등재하는 것이다. 특허문제는 멀게는 관계가 있지만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 미국측에 대응해서 협상을 중단시킨 것은 수석대표 개인의 결정인가. 청와대나 다른 의사결정기관으로부터 위임받은 결정인가.
    =제가 결정했고, 통상교섭본부장의 내락을 받았다. 더 이상의 의사결정기관은 없었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농산물·섬유에 의견접근이 이뤄졌다고 했는데.
    = 상당부분 수렴됐지만 완전한 합의는 아니다. 양허안을 교환하면 된다.

    – 어제 분과회의에서 미국측이 무역구제, 서비스 분과에 협상단을 안 보낸 이유는 뭔가. 의약품 관련해서 김 대표가 노력하기로 했다는데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 입장차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뭐라고 아직은 밝히기 이른 단계다. 어제(13일)는 10개 분과 협상이 있었고 12일에는 14개 분과 협상이 있었다. 미국은 불만의 강도를 나타낸 것이다. 14개, 10개 중에 한국이 각별히 관심 있는 무역구제를 취소하면 아쉬워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 미국측이 개성공단 특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협상을 거부하거나 박차고 나갈 수 있나.
    = 협상 깨는 것은 누구나 깰 수 있다. 하지만 만난 사람들은 깨자고 만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부도 치명적인 이해가 걸린 부분에 대해 그렇게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실무적인 얘기를 나눌 단계이지 불만의 요소가 돼서 협상을 중단시킬 단계가 아니다.

    "개성공단 이견, 협상 중단시킬 정도 아니다"

    – 커틀러 수석대표가 1차협상 때는 언론 인터뷰를 안 했는데 이번에는 두 번이나 했다.
    = 오기 일주일 전에 일정을 보내오면서 회견을 두번 하겠다고 밝혔다. 본인도 한국 기자를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고 얘기는 하더라. 피하지 말라고 권유했고 커틀러 수석대표도 수용했다.

    – 3차 협상이 당초 일정보다 1주 정도 당겨졌다. 원래 하기로 했던 기간에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그것 때문에 당겨진 것인가.
    = 1차, 2차는 날짜를 지정했고 3~5차는 9월, 10월, 12월에 하자고만 정했었다.

    -외교통상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에 포지티브리스트 추진과 관련해 이견이 있나.
    = 우리 정부는 약가적정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 포지티브리스트의 경우 방법론상 협의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9월에 시행하기로 한 포지티브 리스트의 시행시기 달라질 수도 있나.
    =큰 방향은 유지돼야 한다. 시행시기는 관계부처가 있어서 정부차원에서 협의돼야 한다.

    – 한미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같은 의제가 논의되나.
    = 그 부분은 모른다.

    – 진동수 재경부 차관이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해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무선에서 합의가 어렵다면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 것 같은데 일정이나 계획이 있나.
    = 개성공단 문제는 다른 요소가 고려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설명초기부터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 포지티브리스트에 대해 커틀러 대표는 개방에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했다.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들 중에 포지티브리스트를 시행하는 국가가 있나.
    = 포지티브 시스템은 많은 선진국들이 갖고 있는 제도다. 시행방식은 약간씩 다르지만 약가를 검증하고 약제비가 보험 환불의 대상이 되는 제도는 여러나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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