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분당설을 차단하라…갈등 봉합 부심
        2006년 07월 14일 06: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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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전당대회 후유증을 봉합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강 대표는 14일 전남 선암사에 칩거 중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전격 방문했다. 전날 개혁파를 대표비서실장으로 인선한 데 이어 두번째로 취한 개혁파 끌어안기다.

    ‘도로 민정당’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과 흉흉하게 나도는 분당설을 일찌감치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개혁파는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태세다. 한 인사는 “색깔론 등에 대해서는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 개혁파 인선하고 이재오 달래고….

    이날 이 최고위원을 찾은 강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 있었던 여러 가지 오해와 시비를 깨끗이 잊고 미래를 위해서 함께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재보궐 선거와 수해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하자”고 이 최고위원을 설득했다. 이 최고위원은 “여러가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잘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전했다.

    이날 강 대표의 이 최고위원 방문에 앞서 개혁파인 남경필 의원은 이 최고위원에 대한 강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강 대표의 선암사행이 개혁파 달래기의 연장선으로 읽히는 이유다. 강 대표의 이런 속내는 인사 정책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강 대표는 13일 ‘미래모임’의 간사인 박재완 의원을 대표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당내 한 개혁파 인사는 “강 대표가 남경필 의원에게 당 대표 지명 최고위원직을, 정병국 의원에게 사무총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단에 초재선 의원들을 대거 기용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미래모임 의원들은 당직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 미래모임 관계자는 “개혁파가 당직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비판만 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어 참여키로 했다”면서 “당직에 참여해 한나라당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적극적인 주장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조만간 당무에 복귀할 전망이다. 이 최고위원의 측근은 “다음주 초에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혁파 "좀 더 지켜보겠다", "색깔론은 정리해야"

    강 대표의 개혁파 끌어안기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강 대표의 이 최고위원 방문 소식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지켜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강 대표가 ‘동네 이장 선거에도 후유증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이번 (전당대회) 후유증에 대한 인식과 상황 판단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경선 이틀 전 만천하에 대리전임을 선언한 순간 강 대표는 지도자임을 포기한 것”이라며 강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경우 “절반의 대표, 존경받지 못하는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개혁파의 코디네이터격인 박형준 의원은 “강재섭 대표가 전당대회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등) 아직 완료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해 역시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전당대회 후유증 치료와 관련 “인사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면서 “특히 색깔론 등의 문제는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삐라’가 뿌려지는 등 색깔론 공세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반성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파들의 의심대로 강 대표가 개혁파를 실제 지도부에 앉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수파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규택 의원은 “영남 일색인 지도부에 이젠 소장파만 임명하겠다는 거냐”며 “수도권과 중진의원 등 탕평책을 써야지 맨날 소장파 타령”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80년대 우리가 고생할 때 소장파는 미국 유학 갔다 왔다”며 “소장파만 있으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나라당이 전당대회 후유증을 완전히 치료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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