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인종차별 발언에 현실도 몰라
    혐오발언 비난 민주당, 먼저 차별 조장
    이주공동행동 회견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2019년 06월 20일 04: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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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류 정치권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내국인보다 최저임금을 적게 줘야 한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특정 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노동인권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반성 없는 황교안 “차별, 혐오 발언? 터무니없는 주장”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관한 정치권의 인식 논란은 황교완 대표의 입에서 불거졌다.

    황 대표는 전날인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지역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법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일제히 황 대표를 향해 “경제 무지에서 비롯된 발언”, “차별과 혐오 조장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터무니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황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급등시킨 이 정권이 책임을 질 문제인데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사람을 오히려 공격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며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숙식비 등 다른 비용까지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한 부분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서 형평에 맞도록 해나가자는 것”이라고 진화했다.

    황 대표는 이어 “집권여당이나 그에 동조하는 분들께서는 저에 대해 사리에 맞지 않는 공격을 할 그 시간에 최저임금 문제의 해법부터 고민해주시기를 바란다”며 “현장의 기업인들은 모두 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야당 대표 공격에만 힘을 쏟아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 “똑같이 임금수준을 주는 것은 공정치 않다” 등의 발언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아니라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숙식비 등 최저임금에 산입?
    외국인 노동자 노동현실 모르는 ‘인권 무지’

    외국인 노동자들은 실제로 내국인과 같은 임금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올해 3월 ‘이주와 인권연구소’에서 발표한 ‘최저보다 낮은- 2018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임금을 단순 계산해본 결과 외국인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었다. 황 대표의 주장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미 내국인과의 차별적인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숙식비 등 다른 비용까지 들어가고 있다”는 황 대표의 사실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7년부터 ‘숙식비 징수지침’을 시행해 이주노동자의 월급에서 숙식비 명목으로 8~20%를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는 그간 최저임금이 올라도 숙식비를 올려 최저임금 상승효과를 차단해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을 외국인 노동자들은 내국인보다 일찍이 경험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회사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빗물이 새는 기숙사 등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는 대가로 달마다 수십만원씩 숙식비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갈취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황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의 숙식비 때문에 기업이 힘들다고 하지만, 기업은 숙식비를 외국인 노동자 갈취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자유한국당 앞에서의 규탄 회견(사진=유하라)

    이주·노동·인권·법조·종교계 등 각계 단체들은 황 대표의 발언에 “인종차별 망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동일임금 보장하라”, “우리는 평등을 원한다. 이주 인권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노동자들과 똑같은 노동자이고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라며 “우리는 황교안 대표의 차별적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할 때까지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순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제조업, 축산업, 어업 등 수많은 일터에서 이주여성노동자들은 임금체불, 폭행, 폭언, 성추행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라며 “경제 상식도, 인권 의식도 빵점”이라고 비판했다.

    정혜실 차별근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이주민들은 우리 삶 속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가 입고, 먹고, 쓰는 모든 물건들이 이주노동자의 손에서 나온다. 그들에 의해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며 “한국에 기여하는 것이 없다면 왜 지금까지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였느냐”고 반문했다.

    정 공동대표는 “유엔이 지속적으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혐오발언에 대한 강력한 조처를 위할 것을 권고하고 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정치인의 입을 통해 인종차별 조장하는 발언을 들어도 어떤 처별도 가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는 “황 대표가 진정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당장 인종차별적 발언부터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차별혐오 발언이라며 맹비난 민주당, 집안 단속은?

    황 대표의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발언에 가장 많은 입장을 내며 수위 높은 공세를 펴는 정당은 단연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차별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끼칠 무책임한 주장이다”며 “법률가 출신인 황교안 대표의 ‘법알못’ 주장에 대해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다문화위원회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가 직접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이 현실에 우리당 다문화위원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세계 인권과 노동국제협약을 위배하는 막말로 나라를 부끄럽게 한 황교안 대표는 즉각 사과하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두 차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황 대표가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력 규탄한 바 있다.

    그러나 황 대표의 발언이 있기 전에 민주당 내부에서 외국인 노동자 임금차별 관련 논란이 먼저 제기됐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9일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에 동조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부산시는 반인권·반노동 행보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공대위에 따르면, 민주당 부산시당은 18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와 녹색공단에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전재수·최인호·김해영 등 부산 지역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중기중앙회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조항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민주당은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최저임금 인상폭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최인호 의원)하고 “현장 방문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정부 정책 수립과 당의 관련 법안에 적극적으로 반영(전재수 의원)”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동석한 부산시 김윤일 일자리경제실장도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문제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여러 채널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중기중앙회의 차별 선동에 제동을 걸고 노동인권에 입각해 정책을 추진해야 할 민주당 부산시당과 부산시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요구를 묵인·동조하고 심지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두고 아무리 표가 급하기로서니 이주노동자, 이주민과 같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 삼는 분열과 배제의 정치는 결국 우리 사회를 파국으로 이끌 것”이라며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에 동조하는 민주당과 부산시는 반인권·반노동 행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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