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O 100주년, 핵심조약 비준 대신
    노동자 대표 구속영장 신청이 노동 현실
    "노동존중 사회 포기, 노동탄압 선택한 상징적 사건"
        2019년 06월 19일 03: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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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노동계는 물론 법조계와 일부 정치권까지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하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일방적인 노동개악 추진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을 차단하기 위한 공권력 행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찰은 김명환 위원장이 지난 3~4월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며 전날인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4월에 열린 국회 앞 집회는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는 탄력근로제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 노동계가 ‘노동개악’이라고 지목한 법안들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문재인 정부가 경사노위에서 처리할 제1의 과제로 지목하기도 했는데,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된 법안이기도 하다.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한다는 내용에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여당이 법안 처리 시기를 못 박아놓고 경사노위 참여를 강제한 것이 더 큰 문제가 됐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민주노총은 합의서에 도장이나 찍으라는 셈이었다. 이는 더 나아가 사회적 대화에 대한 노동계의 신뢰가 깨지는 계기가 됐다.

    결국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불참했다. 정부가 이미 답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경사노위에 들어갈 수도 없다는 다수 대의원의 뜻이었다. 이에 민주노총은 물론, 법조계와 시민사회계까지 경사노위 밖에서 탄력근로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끊임없이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는 경사노위 안에서의 대화만 요구하며 이들의 의견을 완전 배제해버렸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역시 최저임금 이해당사자인 노사를 배제한 채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라 노동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는 노사 합의 안건에 부치지 않았다.

    이러한 법안을 막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소위 참관을 요구했으나 국회 담장 앞에서 막혔고, 경찰과 충돌했다. 환노위 법안소위는 본회의 통과 전 법안을 막아낼 수 있는 중요한 단계다. 소위 문턱만 넘으면 전체회의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는 수월하게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조계나 정치권에서까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집회에서의 행위 자체를 먼저 문제 삼기보단, 사회적 대화를 말하면서도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일방처리하려 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4월 국회 앞 민주노총의 노동개악 반대 집회 모습(사진=곽노충)

    열악한 노동환경 감수하고 문제제기 하지 마라는 시그널? 

    민변 노동위원회는 19일 낸 성명서에서 “‘불법 폭력 집회’라고 일컫는 국회 앞 집회가 있었을 당시, 왜 노동자들이 국회 앞으로 가야만 했나”라며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던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정부와 그 공을 넘겨받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는 국회에 노동자들의 뜻을 전달하고자 함이었다”고 짚었다.

    민변은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이를 반영한 개정 법률안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면서 노동자들, 시민사회단체, 노동법률단체 등 많은 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국회의 담장은 높기만 했다”고 정부와 국회를 비판했다.

    이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악화일로의 노동조건을 합리화시키는 국회의 논의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노동자들의 절박함은, ‘불법’과 ‘폭력’이라는 굴레에 묻히고 말았다”며 “김명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수하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하지 말라는 시그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김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에 ‘유감’ 입장을 밝혔다.

    정호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이나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반대 등 노동자의 노동권과 장시간 노동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에 대한 이해당사자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 절치를 거치기는커녕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인 정책 추진과정의 문제점은 덮은 채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반대자의 목소리를 구속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막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노동후진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에 더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이라는 오명이 새겨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노조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던 약속은 ‘말 잘 듣는 노조’에만 해당되는 말이었다”며 “경사노위 불참에 대한 정치 보복이며, 적폐세력의 반격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양 만들기”라고 규정했다.

    이 대변인은 “온갖 불법으로 경영권 승계하고 증거까지 인멸하는 재벌과는 희희낙락 맥주 마시며 기념사진이나 찍는 주제에 노동자에게 ‘불법 시위’를 죄로 묻다니,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지금 즉시 김명환 위원장에 대한 영장 신청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맹들도 일제히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극우언론은 밑도 끝도 없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잡아들이라며 경찰에 저주를 퍼붓고 있다”며 “경찰이 이런 무리수는 극우언론의 공세 앞에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려는 몸부림”이라고 질타했다.

    금속노조는 “지금의 상황이 결코 앞뒤 못 가리는 경찰이 저지른 돌출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책임은 경찰을 포함한 국가기구의 정점에 있는 문재인 정부에 있다”며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거울을 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다. 협박으로 시민사회를 통제할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노동관과 노동정책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도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ILO 창립 100주년 총회 기간에 핵심협약 비준은커녕 정부 공약인 노동존중사회를 포기하는 대신 노동탄압을 선택한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불법이고, 모든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민주노총의 투쟁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 바로 폭력”이라며 “지금 정부가 지체없이 해야 할 일은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ILO 핵심협약 비준”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진행 중인 지금 100만 노동자의 대표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작금의 이 상황을 노동 존중 사회라 부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도 “ILO 총회가 진행되는 현재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한 민주노총 간부를 감옥 안에 둔다면, 국제사회의 지탄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노동존중의 약속을 폐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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