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공회의소 14년째 해고자
    양경규, 정년 20일 앞두고 천막농성 돌입
    여영국 “양경규, 김대중 때 구속, 노무현 때 해고, 문재인 때 정년 앞둬”
        2019년 06월 18일 09: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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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것이 지금도 투쟁하는 동지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투쟁을 통해 끝없이 노동에 압박을 가했던 이 더러운 자본가 단체인 상공회의소에 반드시 들어가, 단 하루라도 자본가의 무릎을 꿇리고 복직해, 그 복직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의미가 되고 싶었습니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싸움을, 지금도 여전히 한국사회 변화를 위해 고생하고 모든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저 빌딩으로 들어가는, 그리고 어느 책상에 앉는 복직이 아니라 노동이 해방된 세상으로 복직하길 원합니다.”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 결의대회 중 발언)

    정년을 20여일 앞둔 양경규 공공연맹(현 공공운수노조) 전 위원장의 대한상공회의소로의 복직투쟁을 본격화한다. 양경규 전 위원장은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2005년 해고된 후 14년째 해고노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상공회의소가 올해도 복직을 거부하면 양 전 위원장은 해고자 신분으로 정년을 맞게 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양경규 전 위원장의 부당해고를 14년간 외면했던 행위를 멈추고 그를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며, 양 전 위원장 복직을 위한 노사 대화와 결단을 촉구했다.

    14년째 복직 투쟁 중인 양 전 위원장은 지난 2001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대법원은 “조정 절차를 완료한 정당한 파업이지만 부당하게 경영권에 개입한 파업”이라는 이유로 2005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상공회의소는 그해 4월 인사위원회 인사 규정을 들어 해고를 통보했다.

    양 전 위원장을 해고한 당시 상공회의소 회장은 악랄한 노동탄압으로 잘 알려진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다. 현 상공회의소 회장은 그의 동생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맡고 있다. 최근 상공회의소는 양 전 위원장 측의 복직 관련 면담 요청에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사안이라며 면담조차 거부했다.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이하 사진=유하라)

    양 전 위원장은 머리엔 붉은 띠를 두르고 노동조합의 조끼를 입고 단상에 올랐다.

    양 전 위원장은 “14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이 빌딩 안으로 다시 들어가겠다는 바람을 위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하지만 저는 복직하기에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고 지금도 여전히 거리에서 투쟁을 더해야만 하는 사람이지도 모른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수십년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봐야했고, 그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32년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노동자들이 노동해방의 세상에 살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 것에 저는 부끄럽기만 하다”며 “그런 생각하면 제가 정말 복직투쟁을 하는 것이 맞는지 자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싶었다. 내가 살아왔던 세월처럼, 여러분들이 보냈던 시간처럼 거리에서 투쟁하면서 정년을 맞는 것이 나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해고생활 14년 얼마나 어려운 세월이었냐고 물어보지만 저는 그 14년의 세월이 너무나 행복했고 자랑스러웠다”며 “상공회의소에 아직도 노조가 남아있다는 사실만으로 고맙고, 민주노총이 1995년에 창립되고 한국사회 노동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자리 잡게 됐다는 사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에 늘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투쟁을 시작한다. 동지들, 반드시 복직해서 해방 세상으로 함께 복직할 수 있는 투쟁을 굴하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해나가자”고 외쳤다.

    이날 결의대회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외에 여영국 국회의원 등 정의당에서도 다수 참석했다.

    여 의원은 우선 “양경규 전 위원장은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한 달 넘게 창원에 상주하며 노회찬 전 의원의 빈자리 채우는 데에 일등공신이었다. 함께 해준 마음을 나누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양 전 위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영국 정의당 국회의원

    그는 “양경규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 구속됐고, 노무현 정부 때 해고됐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있다”며 “14년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한항공 투쟁에 상급노조로서 함께 한 것이 해고의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적어도 노동존중 사회를 앞세우고 있다면 양 전 위원장이 복직해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용만 회장이 국회에 와서 기업과 국민이 힘들다며 관련 법안 입법을 요구했는데, 박용만 회장은 국회에 오기 전에 현장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해고노동자인 양 전 위원장에게 사과하고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22만 공공운수노조가 대한민국 최대 노조로 거듭나고 연대와 평등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투쟁을 할 수 있도록 한 현재엔 몸을 던지고 투쟁한 양경규 전 위원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대법원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정당하다고 봤음에도 실형을 선고했고 양 전 위원장은 사업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반면 280억원을 횡령하고 3000억 원을 분식회계한 박용성·박용만 회장은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현직에 복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공회의소가 모든 노동자들의 염원과 달리 양 전 위원장을 복직시키지 않는다면 공공운수노동자들의 이름으로 ‘노동자 양경규’의 뜻이 쓰러지지 않도록 싸워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동환 서울지역본부장은 “양경규 전 위원장이 해고됐던 당시는 정부가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 등 주요한 노동개악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였다. 대표적인 사용자 단체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정부 주요 정책을 저지하는 투쟁의 선두에 있으니 ‘저 사람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양경규 전 위원장에 대한 해고는 정치적 판결이라고 생각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잘못한 일을 이제 문재인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인 봉혜영 전국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 의장은 “세상을 바꿔내기 위해 투쟁한 해고자에 대한 원직복직과 명예회복의 요구에 문재인 정부가 응답하지 않는다면 노동존중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봉 의장은 “부당함에 맞서서 온몸으로 저항하다가 해고된 노동자들은 하루를 살아도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싸우고 있다”며 “그러기에 우리는 이들의 투쟁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양경규 전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노총의 모든 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하고 전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결의대회를 마친 후 상공회의소 앞에 천막농성을 설치하고 복직투쟁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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