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 총파업 "정부 발악적 여론 억압"
        2006년 07월 13일 06: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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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 7천여 명의 언론노동자들이 한미FTA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이하 언론노조)는 한미FTA 제 2차 협상 넷째날인 13일 그동안 태풍 에위니아 재난보도 등의 이유로 연기했던 총파업을 단행했다.

    언론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래 최초의 총파업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한미FTA가 한국 사회에 미칠 파장과 위험이 그만큼 치명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신학림, “한미FTA 계속 추진하면 제 2·제 3의 파업도 불사”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는 약 2000여 명에 달하는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이 모인 가운데, ‘한미FTA 저지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 ‘저지!! 한미FTA’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결의대회에서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방송과 미디어 통신 분야 때문에 파업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늘의 한판으로 끝날 수 없을 것이며, 노무현 퇴진 투쟁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노무현 정권이 지속적으로 한미FTA를 추진한다면 제 2·제 3의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MBC PD수첩’과 ‘KBS 일요스페셜’ 등 한미FTA의 이면을 파헤치는 보도를 통해 한미FTA 추진 세력에게 결정타를 날렸다”고 평가하고, “드디어 이제 온 몸으로 실천할 때가 왔고, 한미FTA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에 참여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언론노조 관계자들 외에도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정치인과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김형오 언론개혁추진연대 대표, 영화배우 최민식 씨, 홍세화 언론노조 고문 등이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문성현·권영길, “위대한 변화를 언론노동자들이 만들었다”

    연대사에서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MBC PD수첩’의 한미FTA 관련 방송을 예로 들면서 “(한미FTA 투쟁의) 위대한 변화를 언론노동자들이 만들었다”며, “언론노조의 파업은 승리를 확신시켜주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초대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의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던 언론을 이 정도나마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언론노조의 힘”이라며, “몇몇 보수신문들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지만 오늘 이후 국민들은 한미FTA가 독약인지 아닌지 헛갈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어 “한미FTA 보도는 양 보다 방향이 문제”라고 전제하고, “국정홍보처장이 KBS와 MBC 특집프로 하나하나에 대해 공개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에 이어 연설에 나선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 오기 전 민주노총을 방문한 미국정부 측 대표단과 1시간 30분 가량 설전을 벌였다”고 소개하고, “그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미국정부와 미국 노동자 대표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토론회를 오는 9월에 열자고 요청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허 부위원장은 이어 “한미FTA 투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지난 번 탄핵 당시 자신을 구해준 민중을 절망과 분노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게 바로 노무현 정권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오 언론개혁추진연대 대표 역시 연대사를 통해 언론노동자들을 격려했다. 김 대표는 “약소국과 강대국 사이에 자유무역이란 있을 수 없다”면서 “한미FTA는 자유무역을 빙자한 경제예속화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최민식, “정부의 자화자찬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날 참석자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은 영화배우 최민식 씨다. 최 씨는 “오늘 아침 현 정부의 상태에 대해 분노하고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재경부가 상반기 업무보고에서 부처 간 갈등해소의 성공적 사례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꼽았는데, 한미FTA에 저항하는 국민들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것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 함께 한미FTA 저지의 밀알이 되자”고 호소했다.

    반면 양기환 스크린쿼터저지영화인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그간 언론노동자들이 원망스러웠고, 미웠다”고 운을 떼고 혹독한 평가를 해 눈길을 끌었다. 양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스크린쿼터 투쟁은 언론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문화, 시청각서비스분야 등 문화전쟁의 교두보에서 싸워왔다”며 “코바코 민영화 등은 이미 94년 UR협상 당시 한국정부가 개방하겠다고 했으나 당시 언론들은 침묵했고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고 당시 언론의 역할이 없었음을 비판했다.

    양 집행위원장은 이어 “민주노총도 반성해야 한다”고 그간의 영화인들의 투쟁에 진보세력이 무관심했음을 지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언론노동자들이 KBS 본관 앞을 가득 메운 것은 너무나 감동적”이라며 “반드시 한미FTA를 막아내자”고 촉구했다.

    양 집행위원장은 또 “현재 국민배우 안성기 씨가 한미FTA 및 스크린쿼터 반대투쟁과 관련해 검찰에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 “안성기 씨가 검찰에 출두하는 날 한국의 모든 영화인들이 함께 검찰로 가 정권말기 현상을 보이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본질을 폭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한미FTA 반대여론 억압 위해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

    이날 언론노조는 ‘총파업선언문’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한미FTA 반대 여론을 억압하기 위해 영화인 등 관련인사 사법처리 위협, 정당한 집회 원천봉쇄, 허위 집회신고 사주, 관영 매체를 통한 여론조작 등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한미FTA의 진실을 알리려는 몇 안 되는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정당한 문제제기마저도 ‘외눈박이 보도’니, ‘제작자의 과도한 정치적 관점’이니 운운해 가며 간섭과 탄압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총파업 결의를 밝혔다.

    언론노조는 또 “우리 1만 7천여 언론노동자들은 오늘 저 광기에 사로잡힌 노무현정권이 추진하는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 노동자의 마지막 투쟁 무기인 총파업을 선택했다”며 “언론노동자들은 한미FTA 저지를 위해 떨쳐 일어난 서로에게 한없는 자긍과 자부심을 느끼며 우리의 총파업은 경제관료와 재벌 등이 미국과 초국적자본과 벌이는 거대한 야바위판을 깨부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총파업의 의미를 밝혔다.

    이후 참가자들은 국회 앞까지 행진을 하고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정치권이 한미FTA 저지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각자의 현장으로 돌아가 방송과 보도 등을 통해 한미FTA의 부당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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