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 해고 철회하랬더니 노동자 법정구속 시킨 '자본 사법부'
        2006년 07월 14일 08: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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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 결성을 이유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수년 동안 장기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노동자에 대해 재판부가 법정 구속을 선고해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횡령 주범인 재벌들은 불구속 기소되고,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에게 ‘험한’ 판결을 내리는 법원의 모습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재판부의 이번 법정구속 선고 소식에 동료 노동자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7월 13일 오전 10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형사2단독 임기환 판사)은 ‘업무방해 및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해고된 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권수정(전 지회장), 오지환(전 사무장), 김준규(전 회계감사) 등 3인에 대해 각각 징역 8월과 6월을 선고해 법정구속시켰다. 나머지 김기식과 심수진 조합원에 대해서는 각 벌금 300만원과 200만원을 선고했다.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출입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현대 아산공장 비정규노동자들은 지난 2003년 노조를 결성했다. 회사는 노조 결성을 이유로 이들 5명의 노동자를 해고시켰다. 회사 쪽은 5명의 해고자에 대해 2004년 여름 ‘출입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고, 법원은 같은 해 9월 10일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이 결정에 따라 해고자들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법원 결정뿐 아니라, 정문에 있는 경비대도 이들에게는 장벽이었다. 이에 따라 해고자들은 현대자동차노조 아산본부 간부들이 회사와 맺은 단협에 의해 회사와 연락해 출입허가증을 받은 뒤에야 출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회사는 해고자들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어기고 공장에 출입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고소했고, 검찰은 2006년 1월 31일 권수정 전 지회장은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4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그 후 권수정 전 지회장은 보석으로 석방됐다.

    검찰은 6월 21일 권수정 전 지회장에게 징역 2년, 나머지 4인에게 징역 1년형을 구형했다. 그리고 법원이 7월 13일 선고심에서 권수정 전 지회장을 포함한 3명에게 법정구속이라는 유례없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에 참석했던 심수진 조합원은 “법원은 우리 측 증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고 회사측 증인은 신빙성과 객관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비슷한 사건으로 집행유예가 있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번 실형선고로 집행유예가 끝나지 않은 오지환, 김준규 조합원은 오랜 기간 감옥생활을 해야 할 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법원이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증거”

    이날 구속된 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2003년 해고됐고,  불구속 상태에서 법원의 재판에 성실하게 임했다. 그러나 법원은 출입금지 가처분신청을 어기고 회사에 출입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법정에서 구속해 교도소에 수감시킨 것이다.

    이날 아침까지 같이 출근선전전을 했던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원문숙 조합원은 “조합원들이 다들 폭탄맞은 상태”라며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는데 갑자기 구속돼 충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오종진 법규부장은 “출입금지가처분 위반은 큰 범죄가 아닌데 실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법원이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10여명은 이날 밤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14일 아산공장 앞에서 출근투쟁을 벌였다.

    현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11명 중에서 2005년에 해고된 5명의 조합원이 지난 3월 28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지회 해고자들은 지난 4월부터 복직판결 이행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회사 앞에서 출근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회사는 중앙노동위 판정조차 인정하지 않고 경비들을 동원해 해고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참여연대 조사, 재벌 80% 집행유예로 석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구속하는 법원이 수십억원을 횡령하면서 파렴치한 범죄행각을 벌인 재벌들에게는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참여연대가 2000년 이후 배임과 횡령죄로 기소된 기업인 69명의 판결사례를 조사한 결과 법정형이 징역5년 또는 3년 이상의 중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비리재벌 80%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도 일반인에 비해 8% 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셈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뇌물받은 사건까지

    거기다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법조 브로커한테서 사건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았다는 검찰 수사 내용이 13일 언론에 공개되면서 법원에 대한 노동자들과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높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과 법원이 희대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정몽구 회장을 보석으로 석방하면서 유독 노동자들에게는 가혹한 판결을 내려 노동자들에게 큰 불신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비리사건을 보는 노동자들은 “이제 더 이상 비리판사의 판결을 믿을 수 없다”는 심정이다. 현대차아산 사내하청지회 오종진 법규부장은 “판사가 현대차 재벌의 ‘장학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금속연맹 법률원의 장석대 변호사는 “구속적부심에서 나왔거나 불구속 기속된 사람들을 법정구속시키는 일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며 “법이 평등하다고 하는데 실제 적용됨에 있어서는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차이가 많이 나고 특히 노동자에게 더 심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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