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군단장과 특급전사 열풍
    [국방칼럼] 군인의 길과 전사의 길
        2019년 06월 15일 10: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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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인터넷에선 7기동군단장 윤의철 중장(육사43)을 두고 청년들간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6월 4일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윤 중장의 보직해임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게재되었기 때문이다. 군단장의 비합리적인 부대운용과 지휘, 명령으로 병사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6월 7일에는 좀더 구체적인 청원글이 올라왔는데 7군단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급전사’열풍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특급전사선발제도’는 엠비정부의 유산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후 진행된 2008년 3월 업무보고에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국방비전으로 ‘정예화된 선진강군 육성’을 제시하고 ‘강한 전사’, ‘강한 군대’ 기풍을 조성해 적과 싸워 이기는 군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후 ‘강인한 전사 기질의 전투원’ 육성 목적으로 시행한 것이 ‘특급전사선발제도’로 육군내의 유사한 훈련방식들을 통일된 체계로 재정립한 것이다. 평가항목은 ‘사격’, ‘체력검정’, ‘정신교육’ 그리고 ‘전투기량’이고 나중에 ‘경계’가 추가되었다.

    2011년 3월부터는 특급전사(특급), 전투프로(1급), 일반전투원(2급)으로 개인별 수준을 평가하고 자격증을 수여하는 개념으로 변경되었으며 전투대대 인원의 30%이상을 전투프로로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가 제시되었다. 2015년 3월부터는 체력검정이 강화되어 기초체력 이외에 전투체력 기준이 신설되어 완전군장 급속행군과 단독군장 뜀걸음이 추가되었다.

    미육군 전문보병휘장 EIB- Expert Infantry Badge ‘최정예 전투원’제도로 한국군에 도입

    병사들이 선발항목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체력검정기준인데 한국군의 특급기준은 (표 1)과 같이 미국군의 100점과 엇비슷하고 자위대 기준으로는 대략 2급에 해당한다. 이 특급기준은 미국과 일본의 특수부대 지원기준(1)에 그렇게 뒤지지 않는데 간부도 특전사도 아닌 일반병사들에게까지 모두 특급수준의 체력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군의 체력검정 합격기준은 최저 3급 이상이다.

    (표 1) 한국군, 미국군, 자위대의 체력검정기준중 공통항목 비교(남성) – 달리기는 미국군 2마일, 네이비씰 1.5마일을 3Km로 단순 환산함

    다음으로 (표 2)와 (표 3)에서 보듯이 한국군은 현재 현역입영자원 확보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해 연도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판정을 받는 인원과 그해 필요한 현역병 규모를 비교해보면 수요 대비 공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급의 감소는 병사 전체의 질과 병사들간의 차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전투원의 기본 역량은 갖춰야하나 개인마다 체력조건의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맞춤형 방식의 훈련으로 병사들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병역자원 감소시대에 적합한 훈련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표 2) 1990년대 현역판정자원 대비 초과자원 추이(병역자원 부족과 21세기 병역정책방향 재편집. 단위: 명)

    (표 3) 최근 5년간 현역판정자원 대비 초과자원 추이(병무통계연보 재편집. 단위: 명)

    문재인정부 출범후 취임한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이 주도한 워리어플랫폼(개인전투무기체계)’는 병역자원 감소와 숙련병사 부족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업의 목표는 개별전투원이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병사 개개인을 첨단장비를 갗춘 ‘전투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국방부는 ‘워리어플랫폼’을 가리켜 ‘오늘 입대한 신병을 특급전사로 만든다’고 자랑해왔다. 또한 육군은 한국군의 과학화전투훈련장(KCTC)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훈련장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여단급 부대가 실제와 같은 전장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KCTC는 북한군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춘 훈련장이다.

    그러나 군은 과학화, 미래화를 지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통방식의 강도 높은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훈련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병사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비전투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지휘관들이 일과 후 시간만큼은 철저하게 보장해 주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실제 병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훈련 자체보다도 이 부분의 침해와 불합격자에 대한 불이익 같은 것이다. 한국군의 주축이 유급모집병이 아닌 단순징집병이라는 점에서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미육군 복무신조 –전사기질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한국군에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군은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전사적 기질을 요구받았고 그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 ‘특급전사’, ‘최정예 전투원’ 그리고 ‘최정예 300전투원(300워리어)’ 같은 것이다. 그러나 전사군인의 공격적, 파괴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말로 이러한 기풍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이라크전쟁의 미국군처럼 병사들은 잔혹행위와 전쟁범죄에 둔감해질 수 있다. 군인이 다 때려 부수는 게 아니라 잘 지어놓은 것을 보존하기 위해서 군인이 있지, 왜 때려 부순다고 생각만 하느냐.”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예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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