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 이후 "성공적 집회는 좋은 출발일 뿐"
    By tathata
        2006년 07월 13일 03: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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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6만여명이 참여한 한미FTA를 저지하는 범국민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악천후의 폭우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비를 맞으며 한미FTA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이튿날인 13일 비는 그쳤고, 함성이 잦아든 서울 시청 앞 광장은 교통통제가 풀리는 등 ‘일상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모두 고무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13일 파업 참가 조합원 수가 16만5천여명이었고, 대회 참석자는 2만3천여명이라고 밝혔다. 이 규모는 지난 5월 1일 개최된 노동절 대회 참가인원을 웃도는 것으로 한미FTA 강행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과 우려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총파업과 집회의 성공은 끝이 아니라 ‘좋은 출발’일 뿐이라는 게 민주노총이나 전농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현정권과 한미 FTA 추진세력은 대중적으로 확산돼가고 있는 반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하는 태도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번 범국민대회에서 ▲한미FTA 협상 즉각 중단을 강력하게 촉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노무현 정권 퇴진운동으로 나갈 것임을 밝히는 투쟁의지를 천명하고 ▲2차 협상 및 향후 한미FTA 협상 추진에 있어 강력한 투쟁의지를 표출하는 것 등을 목표로 삼았다.

    “이어지는 투쟁 힘 받는 성공적인 대회”

    민주노총의 이같은 목표의 달성여부가 구체적인 수치로 산술하여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대체적으로 ‘근사치’에 도달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 지난 12일 악천후 속에서 개최된 ‘한미FTA저지 범국민대회’가 6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윤영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범국민대회는 9월과 11월에 예정돼 있는 한미FTA 협상 저지투쟁을 이어가는 10만 대회였다”며 “성공적인 대회 개최로 이후 투쟁이 큰 힘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부위원장은 또 “노동자 농민이 최대한의 조직의 역량을 끌어내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은 한미FTA 저지 투쟁의 중요한 의미”라며 “민중들의 분노를 분명히 천명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 또한 오랜만의 대규모 집회에 직접 참여하면서 한미FTA 저지 운동의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폭우 속에서도 한미FTA를 반대하는 노동자 농민의 분노와 의지를 대중적으로 천명했다”, “한미FTA를 민중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을 확인한 지리였다”며 자신감을 얻은 것이 소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정영주 금속연맹 정책부장은 “수적으로 대중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범국민대회가 기폭제가 되어 한미FTA 투쟁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 ‘퇴진’ 분명한 경고 알렸다"

    이번 대회에서 한미FTA를 강행할 경우 노무현 정부에 대한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이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도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회에서 만난 농민들은 “당장 청와대를 치러 가자”며 흥분된 어조로 말했지만, 이는 사실 그냥 나온 빈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대규모 군중이 모였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무금융연맹의 한 조합원은 “6만이 모여서 함성을 질렀지만 정부는 끄덕도 하지 않고 협상을 밀고 나가고 있다”며 “단지 많이 모였다고 기뻐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합비, 농민회비 등 노동자와 농민들의 피땀이 묻어있는 돈으로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쓰고도 의미있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자칫하면 대회가 하루 ‘이벤트’ 이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말이다.

    “의미해석하고 일상에서 진행해야”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대규모 군중집회는 잠재되고 응어리진 민중들의 ‘한’을 밖으로 분출하는 것의 성격을 지니지만, 이후 참가자들이 대회가 담긴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이웃과 공유하여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범국민대회는 지난 12일로 ‘완결된’ 집회라기보다는 일상적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만들어나가는 ‘진행되고’ 있는 집회라는 의미다.

    김금숙 사무금융연맹 교선실장은 “이제 조합원들은 한미FTA가 미칠 파장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며 “이를 징검다리로 삼아 폭발적인 대중의 힘으로 결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미FTA를 막기 위해서는 조직된 6만여명 규모가 아니라 그 10배가 되는 규모의 힘이 필요하다”며 여론을 바꾸는 더 큰 운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국민은 여전히 한미FTA 잘 몰라‥ 진보진영 논리 개발 절실

    이를 위해서는 한미FTA가 끼칠 영향력을 진보진영의 체계적인 논리와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알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아직도 국민의 72%가 ‘한미FTA가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모른다’고 응답한 것은 진보진영이 한미FTA 저지투쟁에 ‘분발’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민들은 여전히 외환위기 당시의 정부의 논리인 ‘선진금융기법 도입’이나 ‘정부 효율성 강화, 작은 정부 지향’ 등의 논리에 상당수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금숙 실장은 “진보진영이 보다 쉽고도 친근하게 한미FTA의 반대논리를 생산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상장 바깥의 함성을 협상장까지”‥전술 고민도 필요

    이와 더불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협상과정을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전술적 고민도 필요하다. 정영주 부장은 “이제 협상 자체를 중단시키고, 협상내용을 공개하도록 하는 전술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협상장 바깥에서의 목소리가 통합협정문 공개, 협상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직접적인 ‘개입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국회조차 모르고 있는 협상내용을 공개토록 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지만, 한미FTA 반대 집회가 협상장 바깥에서 외치는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내재돼 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하반기 대규모의 대중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범국본 선전홍보팀 김진일 씨는 “3차 시애틀 원정 투쟁을 비롯하여 하반기 수십만이 참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금숙 실장은 “6.10 항쟁과 같은 거센 민중의 폭발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운동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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