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당대표 선거
    심상정 vs 양경규, 2파전
    '어대심', “진보에서 심각한 발언”
        2019년 06월 13일 07: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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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선거에 심상정 의원과 양경규 전 노동정치연대 대표가 13일 출마를 선언했다. 진보정당 스타정치인인 심상정 후보의 대항마로 나선 양경규 후보의 등장이 ‘어대심’(어차피 대표는 심상정)으로 굳어진 정의당 대표 선거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같은 날 연달아 출마 선언을 한 두 후보의 기자회견 모습은 판이했다. 진보정당 스타정치인인 심 후보는 회견 배석자 없이 홀로 출마 선언에 나섰다. 당내 대중성과 파급력에 대한 정치인 심상정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반면 양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엔 김세균 전 서울대 교수, 나경채 전 정의당 공동대표 등 4자 통합 주체들을 비롯해 권수정 서울시의원, 이현정 생태에너지본부장, 김동윤 고려대 학생위원장,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의 정치위원장 등이 총출동해 양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심상정 후보는 ‘총선 승리’를 이번 당대표 선거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며 “수구세력의 부활, 기득권에 안주해온 더불어민주당으로 못 막는다. 정의당이 승리해야 강한 개혁을 견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양경규 후보는 “감동이 없었다. 5년 동안 얘기해 온 같은 말의 되풀이”이며 “실천으로 이어지지도, 실천한 의지도 없었던 것이 정의당의 과거”라고 날을 세웠다.

    다시 심상정? 이번엔 양경규?
    정의당 리더십 재편 가능할까

    심 후보는 분열된 진보정당들을 통틀어 가장 인지도가 높은 대표 정치인이다. 진보정당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고 노회찬 의원과 맞붙어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경험도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해 거대양당 후보 사이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기에 심 후보 측에서 던지는 가장 강한 메시지는 “심상정으로 총선에서 승리한다”다.

    심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한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치르는 수구 정치세력 대 진보 정치세력의 한판 대결”이라며 “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되어 내년 총선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올해 정의당 창당 7년차인 정의당은 이제 기성정당”이라며 “더 이상 ‘작지만 강한 정당’으로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이제 ‘크고 강한 정의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도 했다.

    심 후보 선대본부장을 맡은 박원석 전 의원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심상정이 정의당의 총선 승부수”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에 대적할 인물이 정의당 내에 부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다수 언론들도 정의당 대표 선거를 놓고 ‘어대심’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심상정·노회찬으로 고정된 당내 리더십 부족 문제는 당대표 선거 때마다 나온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리더십은 누굴 특정해서 키우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진보정치 황금세대를 만들어 집권 가능성을 열겠다. 거기서 경쟁 협력, 실력을 키우면서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리더십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위)와 양경규 후보(아래의 중간 안경 쓴 이)

    양 후보의 경우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내에선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정치위원장을 지냈고, 현 공공운수노조의 전신인 공공연맹의 초대위원장을 역임했고, 대한상공회의소의 해고노동자로 14년째 복직투쟁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적 지지도에 있어선 심 후보에게 한참 밀린다. 후보 본인도 자신을 “작은 후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책과 정치적 메시지의 선명성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자신했다.

    양 후보 또한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리더십 부재를 문제 삼았다. 스타정치인 한 명에 의존하는 정의당의 현 상태를 보여주는 ‘어대심’이라는 말 또한 ‘진보정당의 위기’이자 ‘리더십의 부재’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유력정치인이 통제하는 당이 아니라, 당이 정치인을 통제하는 민주적인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견 후 ‘정의당의 리더의 부재’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진보정당이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의당은 2~3년 동안 지지율 6~7%의 성장에 멈춰있고, 지금의 7%를 지키기 위해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정당이 됐다”며 “이는 리더가 분명한 성장전략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여의도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당 지도부에 대한 준열한 경고와 함께 지역정치와 사회운동이 함께 하는 진보정당 운동의 모습을 보이겠다”며 “지금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보일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양 후보는 정의당 대표선거를 놓고 ‘어대심’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진보정당인 정의당에게는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며 “어차피 대표는 심상정이라고 밖에 얘기되지 않는 것이 오늘의 정의당이라면 누가 정의당의 주인이며, 정의당에 대한 국민의 판단은 무엇이며, 만약 심상정이 없다면 정의당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양 후보는 “진보정당은 그렇게 움직여선 안 된다”며 “훌륭한 정치인,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표 정치인은 반드시 필요하고 심상정 후보가 그런 역할을 했던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그것만으로 진보정당은 성장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양적인 성장이냐, 질적인 성장이냐

    두 후보의 차별점은 당의 성장 방향에서도 드러난다. 심 후보는 ‘크고 강한 정당’ 등의 표현을 통해 양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양 후보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앞세워 진보정당으로서의 선명한 대안 제시 등을 강조하며 당의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심 후보는 “정의당의 가치와 비전이 시대정신이 된 만큼 집권대안세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국민에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소정당 시대를 마감하고, 유력정당의 새 시대를 열겠다. 유능한 진보정치 황금세대를 일궈서 집권대안정당으로서의 전망을 열어가겠다”며 “5만 당원과 300만 지지자와 함께 열린 정당·혁신정당으로 총선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양 후보는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정의당의 새로운 노선을 제시했다.

    양 후보는 “심상정 후보의 기자회견은 지난 5년 동안 해온 얘기들”이라며 “이제는 보다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가지고 얘기해야 할 때다.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의당의 기본노선과 정책을 분명하게 제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가 오래된 가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누가 사회주의라는 말을 두려워하나. 그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이 너무나 심각한 한국사회에서 지금과 같은 세상 말고, 다른 세상을 얘기하는 것을 왜 두려워하나. 왜 그것이 낡은 가치인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론의 한계를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소득격차 해소, 생태 위기를 극복할 녹색전환. 주거 문제를 중심에 놓는 자산 재분배를 3대 정책과제를 분명하게 실천하고 제시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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