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의선 공유지 투기적 개발 중단,
    국유지 대안적 활용 시민과 논의해야"
    7월 12일까지 쫓겨난 사람들 위한 시민대축제 진행
        2019년 06월 12일 09: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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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의선 공유지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올 여름이 지나면 이 곳에서도 대기업의 고밀도 투기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다. 다른 지역에서 쫓겨나 이곳에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던 상인과 시민들, 연대단체들은 서울시와 마포구, 철도시설공단에 경의선 공유지의 공공적 활용방안을 시민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경의선시민행동), 시민과 함께하는 연구자의 집 등은 12일 오후 서울 경의선 공유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의선 공유지의 투기적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경의선공유지의 대안적 활용 방안을 시민과 같이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유하라

    공덕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는 경의선 공유지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소유의 땅이다. 공단은 지난 2012년 (주)이랜드월드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 부지를 상업적으로 개발하기로 했으나, 이후 7년째 개발이 미뤄지면서 빈 땅으로 남아있다.

    현재 이곳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쫓겨난 아현동 포차거리 상인들과 철거민들이 터를 잡고 있다. 시민장터나 강연장, 놀이터 등으로도 사용됐다. 그러던 중 공단이 개발을 위한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마포구는 이들에게 퇴거를 지시한 상태다.

    이랜드월드는 경의선 공유지에 호텔, 쇼핑몰 등 고층 빌딩을 세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의선 구간이 지하화된 후 지상구간에 공원과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는 등 상업적 개발이 이뤄지면서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지가지수는 폭등했다. 일례로 경의선 부지에 대규모의 상업적 개발이 진행된 홍대입구 지역의 지가지수 상승률은 134%에 이른다.

    경의선 공원화의 영향으로 2010년과 2018년 사이 공덕역 인근 지역의 지가도 서울시나 마포구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비율로 증가했다. 만약 철도시설공단에 의해 경의선 공유지에서도 개발이 진행될 경우 엄청난 속도의 지가 상승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장사해온 상인들과 원주민들을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곳 공덕역 인근 경의선에서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철도부지는 국유지로서 원칙상 공익적 목적으로만 활용돼야 한다. 그러나 철도시설공단은 철도시설 건설 재원 마련 등을 위해 철도부지인 경의선 공유지를 상업적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배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대표는 “경의선은 이미 투기적 개발이 이뤄져 수많은 사람들이 쫓겨나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적 공간이 됐다”며 “대기업을 앞세워 국유지를 상업적 개발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도시에서 쫓겨가는 것이 과연 공익적인 국유지 사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쫓겨난 사람들의 삶의 존엄성 지키기 위한 중요한 싸움”

    시민들의 경의선 공유지를 지키기 행동은 단순히 경의선의 개발을 막아서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업적 개발로 인해 이리저리 내몰리고 집을 잃는 이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저항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승원 시민과 함께하는 연구자의집 운영위원은 “이 싸움은 단순히 경의선 공유지를 지키는 것 뿐 아니라 쫓겨난 사람들의 삶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싸움”이라며 “가진 자들을 위한 현행법의 한계를 드러내고 다시 한 번 성찰하고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아현동 포차거리 등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상인들과 도시난민들이 이날 회견에 참석해 경의선 부지의 투기적 개발을 반대한다고 외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이날 회견에 참석해 경의선 공유지 개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가수 리쌍 사태로 불리는 우장창창의 사장 서윤수 맘상모 공동운영위원장도 한때 경의선 공유지에 머물렀었다.

    쌔미 맘상모 조직국장은 “법이 바뀌었다지만 그 바뀐 법이 모두를 지켜주진 못한다”며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건물주와 그들을 부추기는 기획 부동산 때문에 세입자들은 임대료 폭탄으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경기에 장사하면서 임대료도 겨우 내는데 그 와중에 임대료가 폭등하는 것은 세입자한테는 사형선고”라고 우려했다.

    경의선시민행동 등은 경의선 공유지 활용방안에 대한 공론장을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배균 교수는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열자”며 “민주적 절차에 의해 모든 이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통해 경의선 공유지의 대안적 활용방안에 대해 토론회 열어 논의하는 것을 철도시설공단과 마포구, 서울시에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의선시민행동은 이날부터 7월 12일까지, 한 달간 경의선 공유지에서 ‘도시의 투기적 개발반대와 쫓겨난 사람들을 위한 시민대축제’를 연다. 교수와 연구진들은 연대의 의미로 ‘쫓겨난 자들과 함께하는 거리의 연구자들’이란 이름의 컨테이너도 들였다. 시민대축제는 ‘쫓겨난 사람과 사라진 것들’ 사진전, 학술 행사 및 대중 강연을 비롯해 경의선 공유지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시민대토론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경의선시민행동은 “철도시설공단은 가난한 이들의 쫓겨남을 야기할 경의선 공유지에 대한 대규모 상업적 개발을 즉각 철회하고, 여러 시민들과 함께 열려있는 대화를 통해 경의선 공유지의 대안적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또한 경의선 공유지 문제에 대해 방관적 태도로 일관해 온 서울시와 마포구는 지금이라도 공익의 편에서 경의선 공유지에 대한 대안적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시민들의 공론을 모으는 노력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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