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폭탄'이었나 '물폭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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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7월 13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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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퇴근길 교통대란을 겪은 직장인들은 아직도 짜증이 날 것이다. 예상대로 13일자 조간신문들은 1면에서 교통대란의 원인으로 기록적인 폭우와 FTA반대 시위를 꼽았다.

    FTA반대 시위에 눈 흘긴 조선·중앙

    특히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서울 ‘시위폭탄’> 으로 달아 짜증스러웠던 교통대란의 원인을 폭우보다는 FTA반대 시위에 한정시켜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3면 <서울 집회 난장판…도심교통 마비> 머리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 하나가 거의 한 면을 채울 정도로 긴 기사였지만 FTA반대 시위대의 주장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 중앙일보 13일자 1면
     

    기사는 "국제도시 서울의 도심은 마비됐다. 시위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과 충돌했고, 곳곳에서 반미 구호가 쏟아졌다. 폭우와 시위대에 막힌 출·퇴근길에서 시민들은 큰 고통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예 비난의 화살을 경찰에게 돌리기도 했다. 3면 하단 <경찰, FTA반대집회 허용 논란> 기사에서 "현행 집시법 제12조에 따르면 관할경찰서장은 주요 도시 주요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며 어제 시위를 허가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강조했다. 이런 논리라면 지금까지 광화문이나 시청앞 등지에서의 모든 시위나 응원전도 교통대란을 막기 위해 제한해야 했다는 말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겨레는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이 신문은 <한-미 FTA반대를 ‘원천봉쇄’ 하려는 정부> 제하의 사설을 통해 "시위 단체들은 ‘과격시위 자제’를 첫 번째 행동수칙으로 삼으며 여러 차례 평화 집회를 약속했지만 경찰은 ‘공공질서 위협’과 ‘교통혼잡 유발’이라는 이유로 모든 도심 집회 신고를 불허했다"며 "2차 협상 첫날에는 1천여 경찰 병력을 동원해 협정 반대 기자회견을 막고 1인 시위를 훼방하는 등 집회신고가 필요 없는 의사 표현까지 방해하면서 ‘시위대와 구별되지 않아 혼선이 생겼다’며 어물쩍 해명했다. 어제 오후 서울 시청 앞 집회도 물경 2만 여명의 경찰력이 광화문 행진을 원천 봉쇄해 적잖은 충돌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이미 경찰이 집회 신고를 수 차례 불허한 점을 주목하면서 과잉 진압을 펼쳤다는 골자다.

    이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다른 조간신문들은 399mm까지 기록한 고양 신도시의 물난리를 더 크게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1면 머리기사 <수도권 곳곳 ‘교통대란’>를 보도하면서 "백석·정발산역 등은 한때 완전 침수됐었다"며 "일산선은 오늘 첫차가 정상운행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3면을 아예 <‘물바다’ 고양시 르포>로 면털이 보도했다. 또한 이 신문은 3면 하단 박스기사 <배수펌프장 용량 턱없이 부족> 기사를 통해 일산의 물난리 피해가 커진 이유를 분석했다. 기사는 "문화예술복합시설인 일산 아람누리와 정발산역을 연결하는 공사장이 원인이었다"며 "시공사인 S건설사가 연결 통로를 만들기 위해 가로 6.8m, 세로 4m 크기로 굴착 공사를 벌여 역쪽으로 비스듬이 30m 길이를 파내려 간 것이 화근이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발전기금 논박 ‘2라운드’

    한편 한겨레는 신문발전기금과 관련한 조중동의 공격에 13면을 털어 정면대응했다. 신문발전위원회가 한겨레에 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이들 신문들이 한겨레를 ‘여당지’, ‘정권의 신문’이라고 비난한데 대한 반박이다.

    한겨레는 13면 머리기사 <조중동의 ‘흙탕물’ 위험수위 넘었다>를 통해 "조선일보는 6일치 사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으로 찾아간 정권의 신문에 신문지원자금이 제일 먼저 들어간 것이다’라고 주장하는데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13일자 13면
     

    또 기사는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이나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한겨레가 정권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여당지고 조중동은 비판지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사례를 바꿔서 보면 이라크파병 문제나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서는 상황이 반대라는 골자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한겨레는 13면 하단에도 <프랑스 정부 지원받는 ‘르몽드’도 여당지?> 기사를 통해 유럽의 신문법 적용 현장을 소개했다. 기사는 "프랑스의 진보지인 <르몽드>는 세계적인 정론지이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그렇다고 르몽드를 여당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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