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봉 논란 보며,
    '악비 논쟁'을 떠올리다
    [투고]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2019년 06월 10일 0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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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로 정치권의 이념논쟁(?)이 뜨겁다. 독립운동에서 약산 김원봉의 공적을 인정해야 된다는 것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고 연일 극우 인사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언론은 색깔 논쟁이 불붙었다고 난리다.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으며 진영논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군의 뿌리는 조선 광복군이며 조선 광복군은 영국과 함께 버마 전선 등에서 일제와 싸웠고 또한 미국 전략정보국과 함께했다고 했다. 그리고 약산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합류했기에 그가 국군 창설에 기여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알다시피 초창기 국군의 주요 지휘부는 이청천 장군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정일권, 백선엽, 채병덕 등 거의 대부분이 만주군관학교나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일본군 출신이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부터 박정희 시대까지 우리 사회의 지도자급 인사들의 상당수가 친일 경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군이야말로 이 중에서도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의 전위대 역할을 한 인물들이 포진했다.

    그에 비해서 초기 북한 사회 지도부는 남한과 대비됐다. 즉 사회주의 성향의 독립운동 세력들이 사회와 군의 지도부를 구성했다. 남북한 간의 민족 정통성을 둘러싼 대결에서 남한이 늘 열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가짜 김일성이다. 김일성은 독립운동과는 아무 관계없는 소련 군인 출신이며 소련이 북한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하수인인 그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적어도 1960,70년대에 남한에서 청소년기를 거친 사람은 그것을 당연한 역사적 사실로 알고 있었다. 오히려 북한 주민들은 세뇌 교육으로 그러한 역사적 진실을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북미간의 관계가 교착 국면이지만 관계 진척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물론 평화 협정체결과 북미 수교, 나아가 통일국면까지는 수많은 변수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될 것이지만 말이다. 미국이 제국주의 정책을 포기할 것 같지 않고 또한 북한도 체제 포기를 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초기의 지지율 고공 행진을 그치고 50%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지율 반등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어쩌면 그나마 그 정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행패에 가까운 사고 치기 행태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과 정체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실업 문제 등 경제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등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같은 소득 주도 성장론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권의 친노동 정책(?) 때문은 결코 아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표면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것처럼 보이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도 다시 침체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자본주의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맞물려 있다. 뾰족한 해결전망이 없다는 것을 문재인 정권도 알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자 자본은 수익을 만회하고 올리기 위해 더욱 노동자들을 옥죄라고 깝쳐대고 민중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체제에 근본적으로 매스를 들이대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다. 대륙을 관통하여 만주 시베리아를 넘어 유럽으로 비상하는 KOREA다. 자본시장의 개척과 확장이다. 수탈과 착취 대상의 끊임없는 확대를 통해 경제의 위기를, 자본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국면 조성은 문재인의 공적으로 남고 자본 시장의 획기적 확장은 자본, 보수세력 전체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된다. 민족적 영광으로 포장하면서 말이다. 부자들일수록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 지지율이 높다는 여론 조사가 단순히 아이러니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대북 정책이 빨갱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통일 국면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주도세력이 친일세력이어서는 전민족적 명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지금 민주당의 뿌리는 해방 이후 친일세력이 모여 만든 한민당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승만의 자유당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수구세력과 이해관계 때문에 늘 대립하다가도 틈만 나면, 또는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항상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돌변했다.

    통일 국면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친일세력이라는 간판으로는 곤란하다. 그래서 김대중 정권 이후로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도세력의 범주를 억지를 써서라도 확대하려고 했다. 김구를 중심으로 한 임시정부로, 그리고 지금 김원봉으로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반공 공작정치의 중심인 국가정보원(중앙정보부)의 뿌리를 김원봉의 의열단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김원봉

    참고로 어느 언론에서 문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김원봉을 언급했다고 하지만 이는 터무니 없는 말이다. 왜냐하면 김원봉은 북한에서 추앙받는 인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북한 주류세력으로부터 밀려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악비는 중국 남송의 장군이다. 만주족의 금이 중국 북방을 점령하고 한족이 중심이 된 송은 남쪽으로 밀려났다. 악비는 금을 공격해서 공을 세웠고 그는 나아가서 금을 멸망시켜서 고토를 회복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과의 화해를 주장한 쪽의 미움을 사 결국 암살 당한다.

    그는 중국 한족의 영웅이 되었다. 그래서 이후 중국(한족)이 외세(이민족)와 대결 국면이 되면 늘 등장하는 인물이 악비였다. 만주족 청과의 대결 국면에서 특히 그러하다. 청이 처음 발흥할 때와 신해혁명 등 만주족을 몰아내고 청을 멸망시킬 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중국 정부는 악비를 영웅으로 받드는 것을 금기시 하고 있다. 알다시피 지금의 중국은 한족뿐만 아니라 만주족 등 여러 소수 민족을 포괄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때로 중국 중앙정부와 대립하기도 한다. 미국은 중국 내 이런 소수 민족의 이탈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은 한족의 영웅이지만 만주족 등 다른 소수 민족에게는 그 반대일 수 있는 인물을 국가적 영웅으로 만드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광복군과 김원봉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도 은근슬쩍 끼워 넣었다. 6.25 전쟁 시 북한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준 그들은 남북한 화해국면, 통일 국면에서 우방으로서의 명분이 약해진다. 일제 침략으로부터 우리 민족을 도와 해방을 가져다 주고 대한민국을 건국케 한 게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자유한국당 등 수구세력은 여전히 지배세력 전체의 이익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에 그들 분파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딴지를 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적당히 수구세력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렇지만 미국의 비위는 절대로 거슬리지 않으면서 대북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사드의 실질적 배치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대북 교류, 경협 문제, 한미일 동맹관계 등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와 조금도 차별이 없거나 트럼프의 요구에 맞춰 오히려 더 나아가는 것에서 드러나듯이 말이다. 미국의 용인이라는 울타리를 과감히 떨쳐 넘어서려는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는데서도 나타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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