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학교에서 만난 평등과 존중
- 캐나다 CUPE 교육활동 연수기
[기고] 같은 높이에서 소통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다
    2019년 06월 10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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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는 노조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5일까지 캐나다 CUPE / UNIFOR의 교육 철학, 체계, 프로그램 운영과 교육 현장을 다녀왔다. 이 글은 공공운수노조 연수보고서에 들어갈 필자의 연수 참관기를 일부 수정한 것이다.

연수단은 청년부터 경험이 오래된 활동가까지, 현장 간부와 노조 중앙 간부,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구성으로 14명이 함께했다.

연수 일정은 4월 29일 CUPE 본부 교육사업, 30일 CUPE 소개, 캐나다 노총(CLC)의 교육사업에 대한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5월 1일은 오전 토론토공항노동자협의회(TAWC)의 세미나와 오후에 메이데이 집회에 참가했다. 5월 1일 이후 연수단은 좀 더 구체적인 교육 현장을 만나기 위해 두 팀으로 나뉘었다. CUPE팀은 가장 큰 교육과정인 봄(春) 학교를 참관하기 위해 나이아가라 근처 학교로, UNIFOR팀은 포트엘긴에 있는 가족 연수원으로 갔다.

조합원 진행자(CUPE의 교육 대부분은 강사가 아닌 ‘촉진자’라고 번역되는, ‘조합원 진행자’가 진행하는 방식이다.)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참관도 하고 교육생의 입장에서 교육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함께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CUPE팀에 참가한 필자는 CUPE 봄 학교를 중심으로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필자>

교육활동 연수단의 모습

봄봄! 봄에 보러가다

‘평등과 존중’이라는 가치에 대해 새롭게 돌아보는 시간

다양성, 개별성, 존중, 평등, 인권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한국의 노조에서 흔히 듣는 단결, 투쟁, 분쇄라는 말들과는 결이 다르다. 옴부즈 퍼슨, 리터러시라는 낯설지만 새겨들어야 할 얘기들도 있었다.

이른 봄기운이 느껴지는 4월 말 5월초, 캐나다 공공부문의 대표 노조인 CUPE(CUPE_Canadian Union of Public Employees)에서의 연수는 ‘평등과 존중’이라는 가치에 대해 새롭게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한 10여 년 전 금속노조의 캐나다 CAW(지금은 UNIFOR) 교육에 대한 연수 보고를 듣는 자리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끄는 것은 PEL(유급교육휴가제도)이었다. 교육 시간이 아닌 교육기금을 단협에서 확보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교육기금으로 노조 연수원에서 길게는 일주일씩 가족까지도 동반해서 받을 수 있는 교육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는 말이 있듯이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엔 투쟁 과정이 노조 지도부를 성장시켰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단체협약에 확보된 조합원 교육시간 대부분을 정세나 투쟁 방향, 임금이나 단체협약 교섭 설명회에 쓰고 만다. 교육의 형식도 강의식, 주입식이 대다수다. 지난 30여 년 동안 변함없는 형식과 주제에서 교육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식상함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확보된 교육시간도 절반 이상 쓰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공공운수노조 교육센터 움에서 캐나다 교육 연수를 간다고 했을 때 열일 제쳐 놓고 가야겠다고 맘먹었다. 노조 교육에 어떤 철학을 담고 있을지, 강의식이 아닌 방법론은 어떻게 운영될지 조금 더 알고 싶었다. 교육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은 또 어떤 마음으로 올까? 교육 활동가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노조 지도자로 거듭나는지 궁금했다. 한국에서 민주노조 운동 1세대가 퇴직을 하기 시작한 이즈음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할지도…

봄에 만나다

“자본주의가 우리를 모이게 했습니다.”

CUPE 본부의 캐서린 교육국장은 “자본주의가 우리를 모이게 했습니다.”로 얘기를 시작했다. 캐나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 민영화, 외주화, 복지 축소, 비정규직의 증가, 현장 조합원의 보수화, 인권문제까지 공통의 문제에 처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연수를 통해 교육 사업뿐 아니라 공동의 전략을 세울 수 있었으면 좋겠고, 공동행동을 계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캐서린의 희망이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되길 바랐다.

교육 간담회 모습

닮은꼴이지만 우리에겐 없는 움부즈퍼슨과 다양성 부위원장

CUPE는 68만 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고 60~65퍼센트가 여성 조합원이다. 산하에 10개 지역본부와 다양한 공공부문의 업종을 포괄하고 있다. 2천여 개의 로컬(지부)이 있는데 40퍼센트가 50명 이하의 작은 로컬로 매우 독립적이라고 한다. 조직규모가 큰 로컬은 경우는 자체 상근자를 조직, 홍보, 연구 등 부서별로 따로 두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닮은꼴이다.

여성뿐 아니라 다양성(유색인종, 원주민 등)을 대표하는 할당제를 실시하는 것도 눈에 띈다. 부위원장 중에 다양성 부위원장이 2명이 있다고 한다. 주말이면 수원역 앞 먹자골목 거리를 가득 메우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줘야하냐는 반론이 있는 한국의 현실에 비해 적극적인 조치다. CUPE 사무처장은 “사무처든 선출 임원이든 다 조합원의 다양성을 대변하고 대표해야 한다.”고 다양성을 강조했다. CUPE는 규약에 따라서 모든 임원 사무처들이 40시간의 인권 교육 받는다고 한다. 우리도 평등, 인권, 이주노동자 등과 같은 간부 의무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전벽보, 영어 불어로 된 이정표, 본부 대형 사진, 본부 대회의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CUPE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발언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한다는 행동강령이 있다. 노조는 회의나 행사에서 옴부즈퍼슨(남성중심의 표현인 옴부즈맨이 아니다!)의 전화번호를 안내한다. 참석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옴부즈퍼슨’이라는 단어 하나에 엄청난 가치관이 들어 있다.

본부 대회의실 평등 선언문

옴부즈퍼슨

CUPE는 850여명의 상근자가 68개 지역사무실로 배치되어 활동한다. 상근자의 90퍼센트 정도가 현장 출신이고 10퍼센트 정도는 외부 채용이다. 현장 출신의 상근자보다는 채용 상근자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부럽기도 하다. 중앙집행위원 중 50%가 조합원 진행자로 시작했고, 현 CUPE 위원장도 조합원 진행자 출신이다. 현장에서부터 중앙지도부로 성장해오는 과정에 CUPE의 교육, 특히 조합원 진행자 제도가 밑바탕임을 연수과정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캐나다 역시 민간부문 노조가 공공부문까지 공세적으로 조직하고 있어서 계급적 단결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좋지 않다고 한다. 한국 민주노총 내에서 공공사회서비스 영역에 대한 여러 산별노조들의 공세적 조직화가 벌어지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봄에 배우다

조합원 진행자가 이끄는 CUPE의 교육
‘평등한 관계 속에서 함께 앉아있는 것’에서 시작하다

CUPE는 자신들의 교육이 파울로 프레이리의 민중교육에 기반 한다고 했다. 그래서 교육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문적인 강사나 강의식 교육을 하지 않는다. 나선형 모델로 구조화 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2명의 진행자가 앞에서 이끌어 나간다.

다섯 단계로 구성된 나선형 교육은 각 단계마다 또 다시 다섯 단계의 과정이 구조화 되어있다. 교육은 서로 평등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면서 시작하고 각자의 경험을 말하게 한다. 강사의 전문적 지식 전달보다는 참가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개인의 경험을 공동의 경험으로 끌어내고 공동체의 분위기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성장만이 아니라, 공동 전략과 행동 계획을 세우게 된다고 한다. 나선형 교육 방식은 온타리오본부 봄 학교를 참관하면서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물론 CUPE가 강의식 교육에서 나선형 교육 방법론을 도입할 때 저항이 많았다고 한다. 한 조합원 진행자는 “사람들이 같이 토론하고 공감하는 교육체계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싫어했습니다. 새로운 방법을! 변화시키려는 우리들을 보면서 ‘쟤들 뭐야’ 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경험이 중요시 된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서로서로에게 배우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며 CUPE의 나선형 교육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했다.

늘 오늘 교육에서 반드시 강조할 것,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 하나라도 더 알려줘야 할 것에 몰두했던 나 자신을 돌아본다. ‘평등한 관계 속에서 함께 앉아있는 것’에서 교육을 시작하는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가온다. 보잘 것 없는 지식 전달에 급급했던 내 모습에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캐서린의 말처럼 연수를 통해 공공운수노조도 교육에 대한 공동의 과제와 행동 계획을 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닌 협업이고 믿음이다

CUPE는 봄, 가을 학교 같은 일주일간(주말 포함)의 교육 외에도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교육을 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평등에 기초해 설계되고 3시간을 기준으로 프로그램이 모듈화 되어 있다. 대부분의 교육은 저녁이나 주말에 개인시간을 이용한다. CUPE는 안타깝게도 UNIFOR의 유급교육휴가제도와 같은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유급 교육휴가가 없었다.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부분인데 CUPE에 유급교육휴가가 없다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도 더 열악한 조건에서 361명의 조합원 진행자들이 퇴근 후나 휴일을 반납해가며 교육을 한다니 놀랍고 존경스럽다.

조합원 진행자 프로그램은 CUPE 교육사업의 핵심이다. CUPE는 1979년부터 임시 강사라는 이름으로 조합원 진행자들이 활동을 했다고 한다. 2004년에서야 노조의 가치와 노동 계급적 관점에서 조합원 진행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중앙집행위원회를 통과했다. 조합원 진행자가 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교육 진행이 가능하고 활동과정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한다.

조합원 진행자 교육 프로그램은 1주일간 진행되고 ‘평등과 다양성, 인권’을 중심에 놓고 있다. 조합원은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를 내고 지역 간부의 추천서를 받아 조합원 진행자에 도전한다. 중앙 교육국에서 서류 심사와 인터뷰를 한 다음 선발한다. 선발의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앞으로 활동할 시간이 있는지를 본다. 과거에는 노조에서 연대임금에 근거해 모든 조합원 진행자들에게 26달러를 지급했지만 지금은 차등 지급한다.

조합원 진행자 교육 프로그램은 이론도 배우지만 진행 실습을 하고 서로에게 피드백을 준다. 대개 경험 있는 선배 진행자와 신규 진행자 2명이 짝을 지어 진행한다. 진행 주제에 대해서 직접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 노동안전 등 현장에서 취득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면 그 교육에 배치될 수 있다. 교섭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교섭관련 교육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경험을 중시한다.

“일주일간의 교육으로 조합원 진행자가 될 수 있나?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진행할 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대답이다. 조합원 진행자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었다. 봄 학교 참관 과정에서 조합원 진행자들의 두툼한 매뉴얼을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됐다. 충분하게 준비된 매뉴얼, 촘촘하고 구조화된 질문, 2명의 협업 과정이 안정적 운영을 가능케 해 보였다. 한 사람의 능력이 아닌 협업이다.

“신발 만드는 사람은 신발이 없다.”

CUPE는 대의원 학습시리즈, 노동안전시리즈, 정신(마음)건강 시리즈, 지역집행부, 임원 훈련 시리즈, 교섭시리즈 등 93개의 교육과정이 있다. 그 외에도 현장의 요구가 있을 경우 3시간 기준인 프로그램(부문별, 업종별)을 진행한다. 5월 2일 봄학교에서 만난 지역의 교육대표는 1년에 500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한다. 지역본부에는 지역별 1명의 교육 대표가 있고 조합원이 많은 온타리오본부에는 3명의 교육대표가 있다. 교육대표는 일정을 잡고, 교육생을 조직하고, 호텔과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교육내용을 잡는다. 중앙과 소통을 하고 돌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사실상 단협, 고충처리, 메이데이에 맞춘 온타리오 1시간 파업 등 지역사회 연대와 투쟁을 조직한다. 공공운수노조 지역의 조직국장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어떤 경우는 주말에 6~10개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조합원 진행자 대부분이 주말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대체휴가가 없느냐고 했더니 “신발 만드는 사람은 신발이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 얘기에 코끝이 시리기도 하고 동질감에 뭉클해지기도 한다.

온타리오본부 봄 학교

같은 높이에서 소통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다

온타리오본부 봄 학교 가는 길에서 포드 자동차 공장 앞 UNIFOR의 깃발이 보였다. 캐나다 국기와 나란히 휘날리는 모습이 이 사회 노조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멋져 보였다. 오는 길에 잘 찍어 보고 싶었으나 고속도로 위라서 쉽지 않았다. 아쉽지만 당당한 느낌만 가슴에 담았다.

포드 회사 앞 노조 깃발

봄 학교는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30여분 떨어진 리조트에서 열렸다. UNIFOR는 자체 연수원이 있지만 CUPE는 연수원이 없어 대신 편안한 리조트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학교를 운영하는 시설이 호텔급이라 놀랐다. 하지만 모든 교육이 이런 환경은 아니라고 한다. 로컬에서는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찾아가는 교육이 더 많고 자리도 협소하고 시설이 안 좋기도 하단다.

온타리오본부는 봄 학교처럼 1주일 과정 학교를 1년에 6~7개 정도 개설한다. 그 중 가장 큰 규모인 봄 학교는 176명이 참가하고 있었다. 봄 학교는 조합원 진행자 경험이 있는 교육생이 있어서 진행을 온타리오본부 상근자가 맡고 있다. 각 로컬이 교육에 조합원 몇 명을 보낼지 결정하고 온라인으로 신청한다. 교육 참가자의 임금보전은 로컬에서 책임진다. 한 과정 당 최소 10명에서 최대 25명까지 신청하면 선착순으로 마감이 된다. 조합비 잘 쓰는 방법이 조합원 교육을 보내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비중이 높다. 교섭과 노동안전, 대의원 교육, 정신(마음)건강, 리더십 교육 등 8개 코스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서 신청하고 일주일 동안 그 과정에 집중한다.

5월 2일, 지역의 교육대표와 조합원 진행자를 만나 간담회를 갖고 오후에는 학교를 참관했다. 우선 넓은 공간과 두 명의 조합원 진행자, 여유로운 공간의 배치가 눈에 들어 왔다. 조합원 진행자와 교육생들이 같은 높이에서 소통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수평적 구조였다. 조합원, 대의원, 집행간부 리더십 교육 세 과정을 참관했는데 어떤 대상이냐에 따라 자리 배치도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다. 조합원과 대의원 과정은 모듬별로 둘러앉아 진행했고 간부 교육은 전체가 서로 바라보는 사각형 배치였다. 교육생들은 진행자의 질문에 토론하고 의견을 내기도 하고 몸을 움직여 함께 참여한다. 두툼한 매뉴얼 북을 펼쳐 놓고 있는 진행자 두 명의 호흡이 자연스러웠다. 한 명이 이끌고 있으면 다른 한 명은 다음을 준비하고 한 사람이 놓치는 부분을 추가하기도 한다. ‘대의원 여권’이라고 교육 과정 이수를 확인하는 패스포트도 있어 과정별 자료와 함께 얻어 왔다.

대의원 교육 모습

간부 교육 모습

조합원과 대의원, 집행 간부가 같은 공간에서 다른 교육 과정을 들으며 소통하고 공통의 실천 과제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아보였다. 조합원 대상의 교육을 할 때 유명 강사를 초청해 놓고 ‘난 간부니까’ 하며 슬그머니 빠져 있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나를 얼마나 잘 아는가?

참관 이후 학교에서 지난 3월에 조합원 진행자 교육을 갓 수료한 예스민을 만났다. 조합원 진행자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좋은 교훈은 ‘나를 얼마나 잘 아는가?’였다고 한다. 가르침 이전에 자신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는 교육이다. “성장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교육을 받지만 모두 평등하고 노조원들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조합원진행자가 되었다고 한다. 자기 성찰과 평등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녹아 있는 예스민의 얘기에서 앞으로 조합원 진행자 활동을 잘 해 낼 것 이라는 믿음이 갔다.

조합원 진행자 예스민

봄에 느끼다

일에 대한 뿌듯함이 묻어나는 표정들이 좋았다

마지막 날 온타리오본부를 방문했다. 캐나다도 보수정권이 공공서비스를 축소하고 자본 중심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투쟁 중이다. 덕 포드라는 주지사가 이명박의 4대강 사업 식으로 기업 세금은 삭감하고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1달러짜리 술을 주겠다는 식의 우민화 전략까지 쓰고 있단다. 이에 캐나다의 활동가들은 환경을 파괴하는 파이프라인 일자리보다 공공분야인 학교 병원 보육 등에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일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윤이 우선인 자본에 맞서 이윤보다 사람이라고 투쟁하는 모습이 똑 같다.

연수 기간 동안 많은 활동가들을 만났다. 자신들의 일에 대한 뿌듯함이 묻어나는 표정들이 좋았다. CUPE는 노조 중앙도 온타리오본부도 독자 건물이었다. 게다가 활동가들은 각자 독립된 방에서 일한다니, 부러웠다.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의 복작거림과 동동거림을 볼 때마다 느껴지던 안타까움과 답답함과는 거리가 멀다.

캐나다 노총 교육실장 수잔은 “개인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조 교육의 답이다. 우리 역시 모르고 간 것이 아니다. 서로의 역사와 처한 현실이 다른 만큼이나 교육을 대하는 태도와 방법이 달랐다.

조합원들이 느끼는 사회적 장벽을 낮추고 쉽게 다가가기 위한 ‘접근권’을 만들어내는 리터러시 교육,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는 옴부즈퍼슨, 평등과 존중의 정신을 담은 교육 철학과 방법론, 눈에 띄는 교육 주제인 정신(마음)건강 시리즈 등 더 알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개별성에 주목하고 존중하며 평등하다

연수단은 매일 일정을 마치고 간단한 평가와 소감을 나눴다. 마지막 전체 평가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인상적인 건 두 가지였다. 신규 조합원 진행자가 된 동지의 이야기였다. 교육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다 다르지만 개인 개인들이 ‘존중 받는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교육의 원칙이라고 말한 점이었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대의원 교육 과정 참관 때 봤던 상황이었다. 조합원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당신이 아웃사이더라고 느꼈을 때 어땠는가?’를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잠시 뒤 교육에 참여했던 한 여성 대의원이 울면서 나갔다. 진행자 한 명이 뒤 쫓아 나가 토닥거리며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질문 하나가 노동조합을 통해서 ‘당신은 아웃사이더가 아니라는 것’ 이라는 신뢰를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육도 개인 삶의 동력이 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개별성에 주목하고 존중하며 평등하다는 것에서 출발한 CUPE의 교육을 보았다. 개별성 보다는 집단성에 의존해 온 우리의 모습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준 연수 과정이었다. 노조 교육에 대한 공동의 전략과 실천계획을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는 의무감까지.

피어슨 공항 메이데이 집회 후 행진하면서 노랫가락처럼 외쳤던 말이 뱅뱅 돈다.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쏘~쏘~솔리다리티!”

연대의 출발도 조합원 개개인의 건강한 힘으로부터, 그 힘을 길어내는 교육을 꿈꿔 본다.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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