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미래모임의 미래는 발전적 해체?
        2006년 07월 12일 08: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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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중도개혁파들이 12일 전당대회의 충격과 뼈아픈 반성을 토대로 새 출발을 모색했다. 권영세 후보의 최고위원 진입 실패에 이재오 후보의 당 대표 낙선까지 “가장 최악의 결과”라며 입을 다물었던 전날 전당대회 직후와는 다른 모습이다. 한나라당 보수화에 따른 중도개혁세력의 정치적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 속에 이들은 “한 쪽으로 쏠리는 한나라당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중간세력이 더욱더 필요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12일 한나라당 소장개혁파그룹인 수요모임과 당내 범중도개혁세력이 모인 미래모임은 잇달아 회의를 열고 전날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향후 미래모임의 방향을 모색했다. 권영세 후보의 최고위원 진입 실패에는 막판 대권주자 대리전 양상에 따른 표쏠림 현상의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에 앞서 단일후보 선출과정에서 이른바 ‘작전세력’의 개입을 차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미래모임 회의 참석자는 20명 안팎이었다. 단일후보 선출 시 참여한 미래모임 회원과 관련, 박재완 의원은 “114명이란 거대한 몸집은 허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래모임이 주장한 ‘개혁’, ‘변화’보다는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단일후보 선출 과정에 ‘작전세력’으로 개입했던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미래모임에서는 단일후보 선출과정보다 이후 선거운동에서 미래모임 소속 회원들이 결집력을 보이지 못한 점 등에 대한 반성이 주를 이뤘다. 미래모임이 후보만 선출만 해놓고 이후 과정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은 “114명 중 작전세력은 뺀다고 해도 참여했던 위원장들의 1/3만 적극적으로 움직였어도 그 이상의 표가 나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후보의 인지도가 약한 부분을 충분히 감안했어야 하는데도 현장 대중연설에 미래모임 참여자들이 세를 결집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한나라당의 과거 회귀로 우려되는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당내 중도개혁파들도 인식을 같이했다. 전당대회에 앞서 박형준 의원은 <레디앙>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한나라당이 변화로 가는지, 과거로 가는지를 가늠할 잣대”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전당대회 결과와 관련 한나라당이 과거로 가고 있다는 결과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단일후보로 나섰던 권영세 의원 역시 이날 미래모임 회의에서 “개혁칼라, 개혁성을 전선으로 분명히 하지 못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미래모임 차원에서는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중도개혁파의 최대 위기로 당이 보수 경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분당설’과는 선을 그었다. 박형준 의원은 “너무 앞서나가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중요한 것은 승부가 아니라 어쨌든 한나라당의 균형을 잡아줄 중간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박재완 의원도 이날 미래모임 회의내용을 전하며 “당내 중도개혁세력에서 당이 한쪽으로 쏠리는 일이 없도록 균형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 정치분석가는 “한나라당 중도개혁세력이 이번 전당대회 실패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난 원내대표 선출,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 서울시장 후보 영입 등에서 성과를 냈다”고 말해 당내에서 ‘나름의 역할’을 찾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공감과 역할 의식을 바탕으로 미래모임의 향후 진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도 제기됐다. 미래모임 결성에서 제시한 5가지 원칙이 전당대회에서 거의 지켜지지 못한 것과 단일후보 최고위원 진입 실패 등 성적표가 나온 만큼 “미래모임의 정치실험은 여기까지”라며 ‘발전적 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반면 한나라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 목소리를 반영할 생산적 논의기구의 필요성이 있고 미래모임처럼 원외위원장까지 포괄하는 논의기구가 한나라당내에 없는 만큼, 미래모임의 ‘발전적 승계’를 주장하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박재완 의원은 “미래모임의 원래 목적은 지도부 입성이 아니고 당의 변화였다”면서 “지도부 입성은 수단에 불과한데 수단이 좌절됐다고 미래모임의 활동을 중단하거나 해체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느냐”며 미래모임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114명의 거대한 몸집이 허상으로 드러난 만큼 미래모임 플러스든, 미래모임 마이너스든 멤버십 재구성은 불가피할 것”이라 밝혔다. 박형준 의원 역시 “기본적으로 미래모임 취지는 살아있기 때문에 멤버십을 강화해서 확실하게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로만 미래모임의 틀을 새롭게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모임 결성을 주도적으로 이끈 수요모임에서는 미래모임의 ‘발전적 해체’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는 전언이다. 한 수요모임 관계자는 “단일후보 선출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면서 “수요모임이 미래모임을 고민하기 전에 수요모임의 독자후보를 내고 다른 모임과 외연을 확장했어야 하는데 단순히 표계산 때문에 중도개혁파의 세를 끌어 모으려 했던 시도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초 수요모임 소속 남경필 의원의 단일후보 선출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작전세력’의 개입 의혹 속에 권영세 의원이 단일후보로 선출됐었다. 이날 수요모임에서는 “정치실험은 다시는 하지 말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미래모임은 13일 오전 간사모임을 통해 미래모임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5.31 선거 이후 뚜렷해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보수화 흐름 속에서 이들 개혁세력의 자구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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