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폐기되어야
[민중건강과 사회] 정부, 일차의료 중심 건강증진 서비스 시행해야
    2019년 06월 07일 01: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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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1일,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상 ‘의료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분할 수 있는 판단기준과 사례를 담은 ‘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을 발표했다. 여기엔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이 담겨있다. 이 사례집은 지난 2017년 발간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보완한다.

2017년 11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산업의 융·복합 활성화를 위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후 2019년 5월 15일 금융위원회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보험사가 건강측정 기기를 직접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건강관리 노력과 성과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보험금 증액 등 경제적인 혜택을 환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험사는 가입자의 건강관리 노력에 관해 측정, 수집한 정보를 보관하고 보험료율 산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간단히 살펴보고, 건강관리서비스를 비판한다. 비판의 요지는 세 가지다. 건강불평등 심화, 개인건강정보 유출, 의료비 낭비다.

박근혜가 기획하고 문재인이 실행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건강관리서비스란 식이습관 교정, 운동, 금연, 금주 등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을 뜻한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인이 아닌 민간기업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려고 시도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 주도의 건강관리서비스를 ‘건강관리서비스법’ 입법을 통해 추진했으나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논란이 제기되며 입법이 무산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법 대신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 규제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탄핵으로 결국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못했다. 결국 건강관리서비스를 보험회사를 포함한 민간기업에게 허용한 건 문재인 정부다. 2017년 11월, 금융위원회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유사하다.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간보험사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직접 제공할 수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민간보험사는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입자의 생활습관 정보(운동량, 식이 습관 등)와 질병 정보(건강검진 수치, 혈당 수치 등)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생활습관정보와 질병정보가 민간보험사에 넘어가게 된다. 가이드라인 제17조(보칙)에 의하면 보험회사는 이 정보를 보관하고 보험료율 산출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보험료가 높게 산출될 수밖에 없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보험료를 할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으나, 실손보험료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건강관리 노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질 것이다.

한편 ‘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은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민간업계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면허 자격을 갖추어야만 할 수 있는 행위이며,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자는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례집에 따르면 비의료행위에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체성분 등을 측정하거나 모니터링하는 행위, 혈압·혈당 등 자가측정 건강정보가 공신력 있는 기관의 기준에 따라 정상 범위인지 확인해 주는 상담 등이 포함된다. 다시 말해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건강 수치 모니터링과 건강 상담·조언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차의료 행위의 일부이다. 일차의료란 환자가 최초로 보건의료인을 접촉하고, 의료 필요의 기본적인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단계를 말한다. 주로 작은 규모의 마을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와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에게 흔한 건강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단순한 치료 서비스 뿐만 아니라 건강 증진, 상담, 교육, 예방, 치료, 재활 등이 일차의료에 포함된다.(1)

건강관리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지우는 사회

건강관리서비스의 정의 [출처: 이윤태 외. 건강서비스 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9.]

건강관리서비스라는 개념은 의료민영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건강관리서비스는 본래 ‘건강증진’이라는 개념에서 유래되었다. 요지는 병들기 전에 건강증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공공 정책의 조성, 건강 친화적인 환경의 창출, 건강을 위한 지역사회 활동의 강화, 개인기술의 개발, 보건의료서비스 방향의 재정립 등 보다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까지 포괄한다. 즉 ‘사회적 접근법’ 역시 ‘개인적 접근법’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만들어진 건강관리서비스 TF팀에서는 건강증진 영역을 민영화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 건강증진에서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 부분만 분리하여 건강관리서비스란 개념을 만들어냈다.(2) 보건학적으로 공인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서비스’, ‘건강생활관리서비스’ 등 통일된 용어 없이 연구자마다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건강관리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다. 직업, 노동환경, 주거 그리고 소득 같은 사회적 요인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건강관리서비스는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에 효과가 소득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그들은 스스로 생활습관을 바꿀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소득층에게는 단순히 건강 정보를 조언해주고 모니터링 하는 것은 크게 효과가 없다. 연구에 의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의 효과가 떨어진다. 저소득층에게는 단순히 건강 정보를 조언해주고 모니터링 하는 것보다는 아예 생활환경을 바꿔주는 등 구조적 해결책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3)

결국 시간과 돈을 자기 의지대로 쓸 수 있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사람들만 제대로 된 건강관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건강 격차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건강에 좋은 음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거나 여유 있는 삶으로 만들어주는 등 구조적인 해결책이 더 효과적이다.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와 같은 정밀의료식 접근은 건강불평등을 심화한다.

건강관리서비스 통해 민간보험사에게 유출되는 개인건강정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민간보험사 13곳에 총 87건의 진료정보 데이터셋을 넘겼다 [출처: 정춘숙 의원실 보도자료. “(추가확인)심평원, 민간보험사에 4천만명분 진료데이터 제공”. 2017년 10월 31일.]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수집된 개인건강정보가 유출된다면 고용계약과 보험심사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관리서비스는 민간부문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에 크게 기여한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유전정보, 진료정보, 생활습관정보로 구성된다. 유전정보는 국립암센터와 질병관리본부 등이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DNA 정보다. 최근 허용된 DTC업체도 서비스 이용자의 DNA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 진료정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가지고 있는 건강보험 기록과 병원이 가진 전자의무기록 두 가지가 있다. 생활습관정보는 개인의 운동, 식이, 생활습관 등을 모니터링한 데이터이며 현재 공공데이터는 축적된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진료정보와 생활습관정보를 민간보험사가 직접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금융위원회가 2017년 11월에 발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통해서다.

민간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가입자의 개인건강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민간보험사가 개인건강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데, 바로 실손의료보험 때문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은 전체 의료비 중 약 60%만 보장해주기 때문에 나머지 40%를 보장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 바로 실손의료보험이다. 실손의료보험이 성장하면 할수록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올리기 어려워진다. 이미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그럴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또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질수록 사람들은 실손보험을 찾게 되고, 민간보험사들은 시장을 넓힌다. 즉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과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유출된 삼성생명 보고서에 의하면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민간보험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여기서 실손의료보험이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개인건강정보다. 개인건강정보를 수집해서 분석하고 연구해야만 의료비 지출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에게 높은 보험료를 물릴 수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가입자를 통해 모은 개인건강정보는 민간보험사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미 한국의 민간보험사들은 개인건강정보를 수집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과 같은 대형 보험사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하고 있다. 민간보험사들은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도 제공받은 바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보험사 13곳에 진료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 민간보험사는 수집한 개인건강정보를 위험률, 보험료 산출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효과 없이 돈만 낭비하는 웨어러블 기기

건강관리서비스의 혜택을 보는 또 하나의 이익집단은 바로 의료기기 업계다. 정부가 건강관리서비스에 원격의료기기 또는 웨어러블 기기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9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모바일 헬스케어”)에서 모든 참가자에게 원격의료용 활동량/체성분계를 지급하고 일부 참가자에게 원격의료용 혈압계와 혈당계를 지급했다. 민간보험사 입장에서도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는 객관적이고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원격의료기기 사용을 권장한다.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민간보험사는 가입자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직접 제공하거나 구입 비용을 지원해 줄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웨어러블 기기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 발표된 두 개의 연구 모두 웨어러블 기기로 인한 운동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 연구에서는 주당 운동시간이 37분 증가했고, 다른 연구에서는 증가 효과가 없었다. 두 연구 모두에서 체중이나 혈압 감소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4)(5)

반면 가격은 비싸다. 국가가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모바일 헬스케어”)에서 모든 참가자에게 지급한 활동량계의 가격은 개당 27만원이다. 이 비용은 모두 담뱃세를 걷어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출되었다. 원격의료용 혈당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가측정 혈당계는 경구약을 복용하는 당뇨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비용-효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대부분이다.(6) 당뇨환자가 아닌 대사증후군의 경우에는 당연히 자가측정 혈당계는 필요 없다. 그런데 복지부는 시범사업에서 원격의료용 자가측정 혈당계를 지급했다. 이로 인해 수천 만 원의 세금 낭비가 발생됐다.

국가와 사회가 중심이 되는 건강증진 계획을 시행하라

2019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오헬스가 국가비전 산업이라고 발표했다. [청와대]

건강관리서비스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하려는 정부 계획의 일부다. 바이오헬스 상품 개발에는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건강관리서비스는 민간보험사와 건강관리서비스 업체가 대량의 개인건강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과정에서 원격의료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의 매출도 올라 의료기기 업계도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실패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과학기술 역량은 축적 않고, 없는 기술을 쥐어짜서 이윤을 낼 수 있게 부추기기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 자체가 아직 부족하다. 미국, 유럽, 일본이 백여 년 동안 축적해 온 과학기술 역량을 불과 20~30년 만에 따라잡는 일은 불가능하다. 아직 실력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상품화를 시도하면 탈이 난다. 최근 발생한 인보사 허가 취소 사태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적 추세도 기술혁신이 점점 더 둔화되는 추세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기술의 생산성은 과거와 비슷하거나 미치지 못한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일차의료 강화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건강 상담·조언은 일차의료에 해당하는 ‘의료행위’이며, 민간이 아닌 국가의 주도로 시행되어야 한다. 민간보험사와 의료기기업계 배만 불려주는 건강관리서비스는 필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건강불평등을 부추기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아니라 사회적인 접근방안까지 포함된 일차의료 중심 건강증진사업이다. 민간 주도의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 정책을 폐기하고,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웨어러블 기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별로 파편화된 건강증진사업을 재조직하고 강화해야 하며, 지역사회를 통한 사회적 건강증진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이 앞장서서 이 모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국가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건강증진의 권리를 더 이상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참고문헌

(1) 신영수·김용익 외. 의료관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2) 이윤태 외. 건강서비스 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9.

(3) A. Beauchamp et al. The effect of obesity prevention interventions according to socioeconomic position: a systematic review. obesity reviews. (2014) 15. 541–554.

(4) Eric A Finkelstein., et al. Effectiveness of activity trackers with and without incentives to increase physical activity (TRIPPA):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Lancet Diabetes Endocrinology. October 4, 2016.

(5) John M. Jakicic., et al. Effect of Wearable Technology Combined With a Lifestyle Intervention on Long-term Weight Loss The IDE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6;316(11):1161-1171.

(6) URIELL L. MALANDA, et al. Self-Monitoring of Blood Glucose in Noninsulin-Using Type 2 Diabetic Patients. DIABETES CARE. 2013;36:176-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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